[SE★인터뷰②]'괴물들' 이이경, 학교폭력 잠재적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정다훈 기자 2018. 3. 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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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학교폭력, 쉽게 근절되지 않아” “‘괴물들’ 영화로 작은 움직임과 파장 일어나길” ‘이이경’이란 이름 자체로 반가운 배우. 건강하고 유쾌한 기운이 가득한 배우와의 인터뷰는 즐겁다. 작품의 규모보단 작품 및 함께 하는 사람이 좋아서 선택했다는 그. 그럼에도 늘 “타이밍과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2012년 영화 ‘백야’로 데뷔, 이후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JTBC 드라마 ‘마녀보감’,KBS2 드라마 ‘고백부부’에 이어,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친근하고 코믹한 매력을 선보여온 배우 이이경이 ‘괴물들’에서 새로운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배우 이이경
배우 이이경
8일 개봉을 앞둔 영화 ‘괴물들’(김백준 감독, (주)K 프로덕션·버티고필름·플로우식스 제작)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하는 소년과 원하는 건 어떻게든 가져야 하는 소년, 그리고 그 두 소년 사이에 있는 천진난만한 소녀.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10대들의 권력과 폭력의 비극을 그린 청춘느와르다.

부산-롯데 창조영화펀드, 영화진흥위원회 국제공동 지원작으로 선정되며 기획 단계부터 주목 받은 ‘괴물들’은 앞서 ‘이웃사람’을 연출했던 김휘 감독이 제작했다. 배우 이원근, 이이경, 박규영, 오승훈 등이 제 몫을 해내며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괴물들’에서 이이경이 분한 ‘양훈’ 캐릭터는 단순한 악역을 넘어 시스템이 빚어낸 괴물. 양훈은 1인자 용규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대신하게 되면서 재영(이원근)을 괴롭힌다. 재영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학생 보영(박규영)의 뒤까지 밟게 한다.

연출을 맡은 김백준 감독은 “강함과 거친 모습뿐만 아니라 순수함, 가벼움까지 보여줄 수 있는 배우 이이경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가장 확실하게 표현해 줄 배우”로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전하기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얄미운 학교폭력 가해자 역할을 맡은 이이경을 만났다.

Q. ‘괴물들’을 통해 악역으로 연기 변신을 꾀한 것도 있지만, 작품의 메시지에 끌린 부분도 있었을 듯 하다. A. 대본을 받은지 꽤 오래 됐다. 작품에 대한 첫 느낌은 ‘시나리오가 세다’였다. 이 악역을 단순한 악역으로 표현하긴 싫었다. 마지막으론 이 작품이 파장이 없을까? 였다. 지금까지 있어왔고, 앞으로도 될 사회적인 문제인데, 분명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학교폭력)‘근절’이란 단어가 있지만 쉽게 근절되진 않을거라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누가 이 문제를 짚어준다면, 작은 움직임이나 파장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 작은 움직임이 저에겐 뿌듯하게 다가올 것 같았다.

Q. 김백준 감독은 ‘괴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공포와 불안감에 떨고 있을 또 다른 재영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위로라고 했다. 그렇다면 양훈으로 몇 개월간 살아오면서 양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A. 감독님이 ‘재영에 대한 위로’를 담았다고 하셨는데, 양훈에겐 위로를 해주고 싶진 않다. 분명 후회할 때가 올 것이라는 말 밖에 해 줄 말이 없다. 살아남기 위해, 또 멋 모르고 했지만 말이다.

Q. 영화 ‘괴물들’은 자신을 괴롭히던 같은 반 급우에게 제초제 음료수를 먹여 복수하려고 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관련 자료나 다큐등을 찾아봤나? A. 감독님이 관련 기사나 인터뷰 내용을 알려주셔서 자세히 봤다. 그 동안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인터넷 헤드라인 위주로 보는 식이어서 정확히 알진 못했다. 기사를 보니까 무섭긴 했다. 무엇보다 이게 어린 친구들만 해당되는 게 아닌 사건이다. 부여 시골 할아버지 집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오래 전 일인데 진흙집에 담도 낮고, 평온한 동네였다.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사이다를 무심코 먹었는데, 알고보니 농약이 들어있었다. 동네 사람이 몰래 넣어둔거다. 그 뒤에 할아버지가 공사를 해서 담을 쌓아올렸고 문을 꼭 잠그고 다니신다. 이런 일들이 아이돌들에게서도 일어났던걸로 알고 있다. 무서운 일이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Q. ‘괴물들’이란 영화의 메시지를 이이경 배우의 언어로 듣고 싶다. A. 예전에 초등학교 6학년 때 정신지체 친구가 있었는데, 다른 친구가 그 친구를 괴롭히자 담임선생님이 그 둘을 앞에 불렀다. 보통 괴롭히는 친구만 혼내는데 피해 당한 애도 혼내셨다. ‘네가 그걸 다 받아주는 것도 문제가 있는 거다’ 하시면서. 그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정도로 선생님의 모습이 신선했다.

이 영화도 잠재적 가해자와 피해자 모습이 다 담겨있다. 학교폭력 문제는 분명히 계속될 거고, 사회적인 문제이다. 1. 2명일 지라도 폭력의 구조적인 문제가 잘못 됐음을 느끼고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Q. 원근 배우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있더라. 두 배우 모두 mbn‘나는 자연인이다’ 애청자라고 들었다. A. 전 연기할 때 상황에 맞게 던지는 편이라면, 원근씨는 섬세한 배우인 것 같다. ‘나는 자연인이다’ 를 보고 2번이나 울었다. 그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한다.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들이 다 흩어져 사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빈소 옆에 사는데, 부엉이도 우는데 그 산속에서 이야기하는데 너무 슬펐다. 그 사람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란 생각이 드니까 더 슬프더라. 짜여진 각본이다고 말하는 분도 계시는데, 벼랑 끝에서 다시 사는 이야기이지 않나. 100프로 울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원근씨도 이 프로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Q. ‘괴물들’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A. 청소년 모방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청불 등급이 나온 건 아쉽다. 다만 간담회 때는 감독님이 긴장하셔서 말을 제대로 못하셨는데, 감독님과 저희 배우들이 이 작품을 통해 의미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음을 알아주시고 박수를 보내주면 좋겠다. 모두가 감독님을 믿고 간 게 있었다. 배역에 대한 감정, 메시지 등 뭐 하나 짚고 넘어가지 않은 게 없었다. 배우가 이 장면에서 움직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하나 하나 설명해주시는 분이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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