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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막으려 물길 연다? 방글라데시 인공섬의 반전 전략

이혜림 기자 2018. 3. 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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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흙더미 위에 올라서 있다.

두 걸음만 내딛으면 물속으로 빠질 만큼 비좁은 이곳은 사실 방글라데시 남서부에 위치한 인공섬이다.

강물 일부를 인공섬 안으로 들어오게 물길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

이런 프로젝트를 위해 운동을 벌인 방글라데시 지역기구 관계자는 "흙벽이 더 많이 열릴수록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더 좋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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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사이언스
-Tanmoy Bhaduri/Science 제공

한 남자가 흙더미 위에 올라서 있다. 두 걸음만 내딛으면 물속으로 빠질 만큼 비좁은 이곳은 사실 방글라데시 남서부에 위치한 인공섬이다. '폴더 (Polder) 32'라는 이름의 이 인공섬은 밀물이 되면 대지의 대부분이 물속으로 잠기고 만다. 

인공섬 폴더 32는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 면적 80㎢의 둘레에 4미터 높이의 흙벽을 쌓아 강물을 막아서 만든 인공섬이다. 하지만 이 주변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배수로를 형성할 만큼 거대한 강이 흐른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쏟아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빠른 속도로, 또 엄청난 양의 토사와 함께 쏟아져 내리는 길목인 것이다. 

이 강줄기를 통해 연간 약 10억 톤의 모래가 벵골만을 향해 매년 쏟아져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방글라데시는 이런 강의 흐름이 운반하는 흙과 모래 덕에 탄생한 나라인 셈이다.

그러던 2009년 5월 어느 날,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만다. 큰 홍수가 나 강물이 흙벽을 넘어 폴더 32 섬을 집어삼켰다. 마을 사람들은 집과 농지를 모두 잃고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후 이 섬은 만조 때는 섬의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간조 때는 사막처럼 땅이 메마르는 현상이 이어졌다.

과학자들은 해결책으로 의외의 방법을 제안했다. 강물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더 높고 단단하게 보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강물이 들어오도록 벽 일부를 뚫어 물길을 만들자는 의견이었다. 

방글라데시 주변 해류의 순환과 홍수 피해 방지 대책을 설명하는 그래픽. -J. YOU AND V. ALTOUNIAN/SCIENCE 제공

인공섬의 흙벽은 강물의 움직임을 방해해 함께 쏟아져 내려오는 토사가 벽 주변에 쌓이게 한다. 따라서 주변 강이 범람하면 강물은 모두 인공섬 안으로 쏟아져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브락대학교(BRAC University) 기후 변화 및 환경연구센터의 아이넌 니삿(Ainun Nishat) 교수는 “인공섬의 흙벽이 농지를 개척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인공섬의 흙벽을 더 높게 쌓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다. 하지만 미국 밴더빌트대학교의 해안 지질학자 스티브 굿브레드(Steve Goodbred)는 정부의 뜻과 반대되는 제안을 했다. 강물 일부를 인공섬 안으로 들어오게 물길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 

굿브레드는 “처음에는 섬 안으로 들어오는 강물의 범람에 의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섬에 토사가 쌓이면서 지대가 높아지고, 미래에 일어날 사이클론 같은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안은 실현됐다. 실제 벽 일부를 허물고 인공섬 내부로 강물이 들어올 수 있는 물길을 만들었다. 그러자 강물이 불어나 땅이 모두 사라졌지만 몇 년이 지나자 깊은 강줄기가 만들어지고, 자연 배수가 되기 시작했다.

다시 수면 위로 땅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멸종 위기에 처한 갠지스강 돌고래가 다시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위해 운동을 벌인 방글라데시 지역기구 관계자는 “흙벽이 더 많이 열릴수록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더 좋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과학자들을 비롯한 방글라데시 주민들은 자연 속에서 공존하며 살아갈 터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혜림 기자 pungni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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