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해 지고, 달 뜨고, 은막 오르다..은밀한 강화도 '영화 여행'

2018. 3.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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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최남단 작은 섬, 예술 영화관이 있다..낙조와 대보름까지 한눈에
동검도를 찾은 가족들이 강화도 길상면 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성연재 기자)

(인천=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땅거미가 진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강화도 최남단의 작은 섬에 모였다.

영사기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동네 사람 몇이 모여 보듯 영화를 즐기는 모습이 영화 '시네마 천국'처럼 느껴진다.

강화도 맨 남단에 붙은 부속 섬 '동검도' 이야기다.

이곳에 극장이 하나 들어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다.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마니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동검도는 석양과 함께 정월 대보름을 볼 수 있는 멋진 장소다.(성연재 기자)

흔하디흔한 할리우드 영화가 지겹다거나 난해한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동검도를 한번 방문하기를 권한다.

이곳에 있는 작은 영화관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 딱 좋아할 만한 작은 극장이기 때문이다.

1.61㎢, 작은 동검도에 사는 사람은 200여 명에 불과하다.

주민만을 위해 들어선 영화관은 아니다.

정월 대보름이 뜨는 3월 석양을 만끽하며 동검도를 찾았다. 이곳 영화관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극장 문을 열자 바로 앞에 한 중년 남성이 이어폰을 낀 채 골똘히 작업 중이다.

영화관 대표인 유상욱 감독이다. 영화작업 중이라고 한다.

방해하지 않기 위해 눈인사를 대충 하고 영화관 특유의 울림 있는 음향에 끌려 왼쪽 복도로 향했다.

2층으로 난 계단 쪽에 있는 커튼을 무심코 슬쩍 열었다. 맙소사, 영화가 상영 중이다.

빛이 새나갈까 봐 암막 커튼이 쳐있는 것을 그만, 미안함에 후다닥 커튼을 닫았다.

젖힌 커튼 안에서는 스웨덴 예술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성연재 기자)

얼핏 봤는데도 예술영화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스웨덴 영화라 했다.

'천국에 있는 것처럼', 제목도 예술영화다웠다.

극장 구조는 특이했다.

1층과 2층 건물은 영화관을 가운데 두고 카페가 형성돼 있다.

극장 바깥으로 해가 뜨고 지고, 달이 찬다.(성연재 기자)

관람석은 점점 위로 올라가 맨 끝쪽은 2층으로 통하게 돼 있다. 이쪽에서 영사기가 돌아가는 걸 볼 수 있다.

동검도는 워낙 작아 다른 즐길 거리가 있진 않다.

다만, 달이 뜨고 해가 지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섬이라는 장점이 있다.

요즘 같은 때는 석양과 달이 정반대로 뜨고 지는 것을 한순간에 느낄 수 있다.

동검도로 들어서면 다리 한가운데 하트모양의 구조물이 있다.

동검도 가는 다리에 있는 하트모양 구조물. 연인들에게 인기다.(성연재 기자)

밸런타인데이 등을 기념하고 싶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 인근 즐길 거리

강화도에 산재한 명소들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곳이 전등사다.

2014∼2016년 T맵의 관광 관련 검색량 94만9천135건을 분석한 결과 전등사가 인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로 나타났다.

예능 프로그램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프랑스 친구들이 발우공양을 한 곳이 전등사다.

템플스테이는 물론 가능하다.

길상면 쪽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카페도 인기를 끌고 있다.(성연재 기자)

동검도가 접해 있는 곳은 강화도의 가장 아래쪽인 인천시 강화면 길상면 선두리다.

회와 젓갈용 작은 먹거리로 쓰인 작은 물고기가 밴댕이인데, 이 밴댕이잡이가 이뤄지는 대표적인 곳이 강화도 선두 포구다.

선두 포구에는 어판장이 있어 이들 물고기가 잡히고 실리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근처 마을의 '갯밭마을'도 둘러볼 만하다.

커뮤니티 광장과 철새 관찰 망원경 등도 있어 강화도를 찾는 철새를 살펴볼 수 있다.

친환경 흙 포장 보행로도 자리 잡고 있어 걷기에 그만이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찾기 좋은 족욕 체험장.(성연재 기자)

역사문화자원인 후애돈대와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던 산후성전도 있어 역사적 의미도 되새길 수 있다.

선두 포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족욕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족욕체험에 나섰는데, 발을 담그고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앉아 있다 보니 온몸에 땀이 송골송골 솟는다.

몸이 훈훈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족욕에는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무화과 찻물을 쓴다고 했다.

함께 내주는 무화과 차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진한 내음이 느껴졌다.

무화과가 어떻게 이렇게 추운 지방에서 되느냐고 물었더니 온실에서 재배한단다.

창밖으로 해가 지는 선두 포구가 보였다.

직접 재배한 무화과로 담은 식초와 엑기스가 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농업과 서비스업을 결합한 형태를 6차산업이라 한다.(성연재 기자)

◇ 먹거리와 가는 길

서울 강북에서 동검도까지는 50㎞ 남짓이다.

수도권의 경우 최근에는 제2외곽순환도로가 개통하고 동검도로 들어가는 다리가 생겨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7천원짜리 저렴한 꽁보리밥은 군더더기 없는 실속형 메뉴다.(성연재 기자)

다만, 동검도 내부 도로는 매우 협소한 데다 군데군데 팬 곳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극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상영 일정과 예약을 받는다. 식사 패키지도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포구 인근에 몇몇 식당을 찾을 수 있다. 인근에 보리밥 등을 저렴하게 내놓는 식당도 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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