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엄한 베이징.. 반경 200km 비행 통제, 택배도 올스톱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2018. 3. 3. 0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세상] 오늘부터 中 양회.. 경계 강화
드론·대형 풍선·경비행기, 톈안먼 반경 200km내에선 못떠
화학 물질 차량은 시내진입 금지
시진핑 상징 '곰돌이 푸' 이미지, 온라인 검색 완전히 차단

3일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여부가 결정되는 중국 양회(전인대 및 정협) 개막을 앞두고 베이징 전역에서 초고강도 경계가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역대 양회 때마다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올해는 그 정도가 다르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는 '국가주석 임기제 폐지' 개헌안이 처리된다는 사실이 공개된 탓이다.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과 '1인 독재'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예상외로 만만찮았다. 당국도 긴장하는 기색이다. 비상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연일 관영 매체를 통한 여론전을 펼쳤다. 보안 검색은 전례 없이 강화됐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전국에서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모든 열차는 최소 두 차례의 안전 검사를 하고 있다. 안전 검사를 워낙 철저하게 하는 탓에 열차 승객들은 최소 1시간 전에 역에 도착해 수속을 받아야만 한다. 외지에서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차량들은 경찰들이 일일이 운전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트렁크까지 열어 내부도 샅샅이 뒤진다. 화학물질 등 위험 물질을 적재한 차량은 아예 베이징 진입이 차단됐다.

택배회사들은 3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지는 양회 기간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택배 발송과 배달 업무를 중단했다. '톈안먼(天安門) 모친회' 등 베이징의 민주 인사들은 베이징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명보는 전했다.

베이징시 공안당국은 양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 주변을 포함한 도심에 수m마다 경비 병력을 배치했다. 그와 별도로 무장한 공안 요원들이 무리를 지어 곳곳을 순찰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특히 드론·대형 풍선·경비행기 등 비행체의 베이징 상공 운항을 2일부터 전면 금지시켰다. 톈안먼을 중심으로 반경 200㎞ 내에서는 체육·오락·광고 비행 등의 활동을 회기 기간 중 일절 금지한다고 공표했다. 육상은 물론이고, 공중으로 이동하는 것도 물 샐 틈 없이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비판 여론 분출을 차단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검열도 유례없이 강화됐다. 온라인상 차단시킨 검색어와 이미지는 갈수록 늘고 있다. 심지어 알파벳 'N' 검색마저 일시적으로 금지되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발생했다. '연임 N회'라는 방식으로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상징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는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 이미지 검색도 차단됐다. 곰돌이 푸는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시 주석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통하는데, 시 주석의 장기 집권 기도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이 곰돌이 푸가 왕관을 쓰고 있거나 꿀단지를 안고 있는 모습 등을 띄우며 비판·풍자하는 사례가 빈발했기 때문이다.

국정자문회의 격인 정협(정치협상회의)은 3일, 개헌안을 심의·의결하는 국회 격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는 5일 시작된다. 올해 전인대는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 제한 폐지 및 시진핑 주석의 이름을 딴 '시진핑 신시대 사상' 헌법 삽입이 최대 현안이다. 사정 칼날로 시 주석의 권력을 뒷받침할 국가감찰위원회 설립안도 이번에 상정됐다. 비당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공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퍼 사정기관이다. 이로 인해 이번 전인대는 마오쩌둥 이후 중국 권력 구조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정치 행사가 될 전망이다. 개헌안은 전인대 대표(2980명)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샴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기고문에서 "시 주석의 행위와 자신에 대한 권력 집중은 마오쩌둥 시대와 같은 독재정치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라며 "시 주석이 추진하는 권력 집중화와 제도·절차의 해체는 과거 40년간의 정치를 뒤집는 것이며 미래를 향한 아주 위험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