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어떤 방어망도 뚫는 핵추진 미사일 개발 성공"

정지섭 기자 2018. 3. 2. 03: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 미사일 경로 예측 불허.. 지구 어디든 때릴 수 있다"]
'사거리 무제한' 신무기 발표 "기존 미사일 방어망 무용지물"
푸틴, 국정연설서 신무기 소개
WP "군사 전문가들 충격.. 신냉전 시대 시작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두마(하원)에서 가진 국정연설에서 "어떤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핵 추진 크루즈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러시아는 기존 탄도미사일의 발사 방식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핵 추진 미사일을 개발했다"며 "이는 기존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연설 후 많은 군사 전문가가 충격에 빠졌다"며 "신냉전의 시작"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의 상당 부분을 새로 개발한 핵미사일 소개에 할애했다. 그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비행경로를 예상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저고도에서 쾌속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현존하는, 그리고 앞으로 개발될 모든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수 있다"며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수십 배에 달해 지구상 어떤 곳도 타격할 수 있는 무한정의 사정거리를 갖고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 이 신형 미사일의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최첨단 무기 개발' 발표는 핵미사일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미사일뿐만 아니라 "핵 추진 엔진을 장착한 무인 수중 드론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수중 드론은 핵탄두를 장착하고 심해에서 잠수함이나 최신 어뢰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여 항공모함이나 해안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극초음속(hypersonic·음속의 5배 이상 속도) 무기 개발에도 성공해 이미 보유하고 있다"며 "작년 12월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이 남부 군관구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그가 연설하는 동안 뒤쪽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러시아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대서양을 넘어 날아가고, 또 태평양을 건너 미국 본토를 향하는 컴퓨터 그래픽도 나왔다. 명백히 서방 국가들을 위협하는 내용이었다. 푸틴이 "여러분도 알겠지만,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이런 무기를 갖지 못했으며, 언젠가는 비슷한 무기가 나오겠지만, 그때가 되면 우리는 더 좋은 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할 때 참석자들이 박수를 쏟아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문의 상당 부분을 서방 국가들에 대한 압박에 할애했다. 그는 미국과 서방을 겨냥해 "러시아의 국방력 향상을 방해하기 위해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하게 불법인 각종 제재를 가하면서 자신들의 군비 증강에 앞장섰지만, 그런 시도는 실패했다"며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의 말을 들어라"고 했다. 푸틴은 이어 "러시아 혹은 우리의 동맹국들에 대한 핵 공격 시도는 즉각적인 보복을 부를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첨단 무기개발 등 러시아의 국방력 강화 작업은 러시아가 가입한 각종 군축 조약의 틀 안에서 진행돼왔다"며 "우리는 어느 누구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어느 누구도 공격하지 않고, 누군가를 총부리로 위협해 무엇을 뺏을 계획도 없다"고 했다. 이는 러시아가 핵무기 개발로 국제 사회를 위협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을 의식해 첨단 무기 개발의 합법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설은 대선(이달 18일)을 코앞에 두고 있는 푸틴이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과거 세계 초강대국이었던 소련의 영광을 찾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세심히 연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의 이날 발표로 1970~80년대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개발 경쟁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30여년간의 '평화·군축' 기조를 전면 폐기하고 핵 재무장을 공식화했다. 미국 정부는 '향후 30년간 핵탄두 증강과 현대화에 1조20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