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연방제 개헌 후 조기 퇴진" 속내는?

정민승 2018. 3. 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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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연방제 개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기집권을 위한 꼼수'라는 야권 반발에 대해 "임기 넘겨 대통령 더 하면 날 쏴라"고 한데 이어 이번엔 연방제가 도입되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조기퇴진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1일 마닐라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열린 한 행사에서 "연방제 개헌을 완수하면 임기를 앞당겨 권좌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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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땐 2020년까지 물러날 것"

필리핀 여론은 “장기집권 꼼수”

시장인 딸 통해 영향력 행사 등

“되레 최대 수혜자 될 수도” 분석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2016년 아버지의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된 다바오시 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그의 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연방제 개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기집권을 위한 꼼수’라는 야권 반발에 대해 “임기 넘겨 대통령 더 하면 날 쏴라”고 한데 이어 이번엔 연방제가 도입되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조기퇴진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언뜻 개헌에 대한 순수한 의도가 엿보이는 듯하지만, 현지에서는 권력분산형 연방제가 실현되면 최대 수혜자가 퇴임 후 두테르테 대통령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마닐라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열린 한 행사에서 “연방제 개헌을 완수하면 임기를 앞당겨 권좌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6년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기다리지 않겠다. 2020년까지 물러날 것”이라며 “나는 늙었다. 쉬고 싶다. 더는 야망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72세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개헌안은 총리가 행정수반을 맡아 내치를 하고,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면서 동시에 정부 감독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또 중앙정부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권한은 연방주로 개편한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부패와 비리의 위험을 줄이는 한편 빈곤 해소와 국가 안보를 개헌 목적으로 들고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 의회는 여당을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개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직 대법관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19명 규모의 자문위원회가 발족했다. 이로 인해 찬반 공방은 가열되고 있지만, 개헌이 마무리되면 남은 임기와 무관하게 퇴진하겠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폭탄 선언은 지지부진한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실제 의회는 상ㆍ하원 모두 여당이 장악하고 있어 여론만 뒷받침 되면 개헌은 무난한 상황이다. 필리핀이 연방제 도입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2010년 재임한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내각제 전환과 연방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장기집권을 위한 술수라는 비난으로 무산됐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에서는 그의 정치적 야욕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집권 연장을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친여 성향 인물들의 충성 발언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아킬리노 피멘텔 상원의장이 “연방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대통령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연방제 개헌으로 지방정부 권한이 늘어날 경우 아버지 대통령을 이어 다바오 지역에서 시장을 맡고 있는 딸(사라)의 정치적 영향력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직접 대통령에 오르지 않더라도 2세를 통해 정치적 배경이 되는 지역에서는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차기 대통령으로 내 딸보다 나은 후보는 못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지 소식통은 “내년에 있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당 압승이 유력한 만큼, 연방제 개헌 후 물러나더라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힘은 여전히 막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mailto:msj@hankookilbo.com)

로드리고 두테르테(앞줄 왼쪽 네 번째) 필리핀 대통령과 글로리아 아로요(다섯 번째)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창설 5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닐라=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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