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 든 청소년, 대학생 "극우단체 오인 싫어"

여성국 2018. 3. 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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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기를 들고 행진하는 '3ㆍ1민회 조직위원회'. 김정연 기자
"극우단체로 오인받는 게 싫어서 태극기는 들지 않기로 했어요."

99주년 3ㆍ1절을 맞은 1일 서울 광화문에서 보수단체들의 대규모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서울 종로 탑골공원 인근에서는 청소년ㆍ대학생 단체의 3ㆍ1절 기념 행사가 열렸다.

행진에 참여한 '청소년 겨레하나' 소속 조윤채(17)양은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친구와 '겨레하나' 활동을 시작했다. 극우 태극기 집회로 오인받지 않기 위해 교복을 입고 태극기를 들지 않는 것이 지침이다"고 말했다.

'대학생 겨레하나' 등 10개 단체는 이날 오전 11시에 탑골공원에 모여 행진을 준비했다. 진보 성향의 '3ㆍ1민회 조직위원회'도 행사를 위해 같은 장소에 모였다. '겨레하나'를 포함한 10개 단체 300여 명의 행진 때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은 손에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들었다.

대학생 겨레하나 김연희 집행위원장은 "99년전에는 태극기를 들고 독립을 외쳤지만,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면서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드는 것에는)극우단체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에서 올라온 조성훈(63)씨는 "집회 참여를 위해 오전 6시에 집에서 나왔다.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든 이유는 3.1운동 정신이 '하나'이기 때문"이라며며 "3.1운동 정신을 이어받는 것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반도기와 태극기를 같이 든 시민이 행진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집회에 참여한 일부 시민들은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함께 들고 행진하며 3ㆍ1절을 기념했다.

'3ㆍ1민회 조직위원회'는 풍물놀이 행사 등을 마친 뒤 낮 12시부터 주한일본대사관과 주한미국대사관 등을 거쳐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했다.

이날 행사에는 청소년, 대학생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이 참여했다. 서울 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도 행사 참여를 위해 상경했다. 전남 여수 '전라좌수영 북놀이패' 단장 손웅(54)씨는 "3ㆍ1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여수에서 오전 4시 30분에 출발해 10시에 서울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풍물패 소속 류하윤(23)씨도 "3ㆍ1절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고, 풍물 공연을 할 기회라 3ㆍ1 민회 조직위원회가 올린 포스터를 보고 참가했다"고 밝혔다. 학생 30명과 함께 탑골공원을 찾은 방과후 교사 이희승(29ㆍ여)씨는 "3ㆍ1절과 광복절이면 학생들과 탑골공원부터 천도교 대교당, 위안부 소녀상 역사 투어를 진행한다"며 "역사를 잊지 않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국·김정연·정용환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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