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SC] 스르륵스르륵 잘도 넘어가네..그윽한 사케 맛!

2018. 3. 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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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이기적인 미식
맛·미술·건축 등 테마 여행이 대세
일본 사케 양조장 투어 가보니
200년 넘는 맛 가득
"물맛이 좋은 곳에 최고 양조장 있어"

[한겨레]

사케는 해산물 음식과 먹으면 더욱 맛있다. 박미향 기자

4개의 큰 섬으로 이뤄진 일본은 전국적으로 1500개 이상의 사케(니혼슈) 양조장이 있는 술의 나라다. 도쿄에서 고속철도로 2시간 거리인 니가타현에서는 해마다 3월이면 사케 축제인 ‘사케노진’이 열려 술꾼 관광객들을 모은다. 니가타현과 쌍벽을 이루는 미야기현, 아키타현 등에도 수백년 된 양조장이 넘친다. 이들 양조장은 일반인들에게 제조시설을 개방해 고색창연한 정원 투어와 한잔 술을 대접한다. 최근 여행 트렌드는 건축, 서점, 맛, 미술 등 한 가지 주제에 탐닉하는 게 대세다. 이른바 누구와도 쉽게 공유하기 힘든 나만의 ‘체험자본’을 쌓는 것이다. 지난 1월19일, 3박4일로 진행된 ‘야쿠시마 전문여행사’ 스토리투어의 사케 테마 여행에 동행했다.

“벌써 가슴이 설레요. 한국에서 맛본 사케 맛과 어떻게 다를지 말이죠.” 신지영 한의학 박사는 ‘단기 체험여행 마니아’다. 주말에 서울에서 한두 시간 거리인 나라를 수년째 여행 중이다. 최근 그가 빠진 세상은 ‘사케’. ‘여행대학’에서 사케 전문가 서길평(50)씨의 강의를 듣고 호기심과 궁금증이 우주만큼 커졌다. “서 선생님이 강사로 나선 사케 투어가 있다고 해서 따라나섰다”는 그는 나리타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음이 부풀었다. 여행대학은 여행이 좋아 교사의 길을 접고 트랙터와 도보로 중국 등 4만㎞ 거리를 일주한 강기태(34)씨가 그처럼 ‘여행홀릭’인 친구 12명과 2014년 연 여행콘텐츠 회사다. 이번 사케 여행에 손을 번쩍 든 30~40대 10여명은 강 총장의 가르침(?)을 받은 이들이다.

약 200년 이르는 역사의 다무라양조장. 박미향 기자

■ 궁극의 감칠맛···다무라

“사케는 쌀, 쌀누룩, 물이 원료죠. 물이 맑은 지역에 훌륭한 양조장이 많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다무라(田村)양조장은 1822년 창업해 196년 된 곳으로 일본에서 몇 손가락에 꼽히죠.” 도쿄에서 40㎞ 떨어져 있는 다무라양조장에 도착하자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스쳤다. 서씨의 설명에 신 박사는 귀를 활짝 열었다. 16대 당주인 다무라 한주로(59)가 나와 양조장 문을 드르륵 열었다. 버텨온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운 낡은 나무들이 가로세로로 얽혀 천장을 받치고 있었다. 닳아 부서질 듯한 나무 틈으로 고소한 쌀누룩의 향이 삐져나와 여행객의 입술을 두드렸다.

넓게는 니혼슈(일본술), 좁게는 세이슈(청주)라 불리는 사케는 1991년 등급제가 폐지된 후 쌀의 정미율, 주조 기술, 원료에 따라 분류한다. 다이긴조는 쌀의 50% 이상을 깎아낸 것, 긴조는 40% 이상 깎아낸 것이다. 많이 깎아낼수록 고급이다. 주조 기술에 따라선 나마자케(발효 후 미세필터를 거쳐 살균이 안 된 병에 담기는 술), 나마조조슈(저온살균된 병에 담긴 술), 고슈(장기간 숙성시킨 술) 등으로 나뉜다. 양조알코올이 들어가지 않고 쌀과 누룩, 물로만 만든 술이 준마이슈다. 최고급이다. 쌀 1톤당 양조알코올이 12리터 미만 들어가는 혼조조슈, 이보다 양조알코올 함량이 높은 후쓰우슈가 있다. 후쓰우슈는 가장 대중적인 술로 일반주, 보통주라고도 불린다. 다무라 한주로 당주는 “몇년 전 일왕이 찾아오기도 했다”며 “오쿠타마와 지치부 지역의 석회암 지층에서 샘솟는, 미네랄이 풍부한 물로 200년 가까이 양조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가 안내한 누룩 배양실엔 열도의 후끈한 바람이 훅 부는 듯했다. 실내 온도는 30도, 습도는 80%라고 한다. 이어 그는 시음장으로 안내했다. 종업원들은 술을 빚는 동안엔 낫토나 김치 등 발효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다고 한다. 혀와 코를 잘 관리해 미세한 맛의 균열도 막아보겠다는 의지다. 서씨가 “시음은 상온에서 차게 하는 게 좋다”는 말을 하자마자 ‘가센 준마이긴조’(嘉泉 純米吟?), ‘가센 도쿠베쓰 혼조조 마보로시노 사케’(嘉泉 特別本?造 幻の酒), ‘다무라 긴긴가’(田村吟ぎんが) 등이 나왔다. 15~16도인 이들 술은 넘기는 순간 목 넘김이 매우 부드럽고 마치 와인처럼 과일 향이 흘러나와 매력을 발산했다. 술병 뒤 라벨엔 신맛, 단맛 등이 표기돼 있었다. 몇 순배 시음이 돌자 양조장엔 별이 떴다.

다무라양조장의 들머리. 삼나무 공이 걸려있다. 박미향 기자
오자와양조장. 박미향 기자

■ 300여년 된 양조장의 깊은 맛···오자와

1월20일엔 오자와(小澤)양조장을 찾았다. 도쿄에서 제이아르(JR) 철도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이 양조장은 1702년 문을 열었다. 물 맑기로 유명한 오쿠타마 강변에 터를 잡은 양조장은 비녀박물관, 캠프장, 시음카페 등을 운영한다.

들어서자 지붕엔 동그란 삼나무 공이 달려 있었다. 일본 사케 양조장엔 다 있는 나뭇가지 공이다. 그해 첫술을 담글 때 다는 공으로, 처음엔 초록빛이나 술이 익어가는 동안 갈색으로 변한다. 사람들은 그 색을 보고 술을 맛볼 때를 가늠한다. 간판엔 게가 그려져 있었다. 서길평씨는 “참게 등 게는 맑은 물에서 산다”며 “그만큼 오쿠타마강은 깨끗하고 그 물로 만드는 술은 맛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신주감평회 등에서 수상한 경력이 많은 양조장”이라며 그는 도모아키 구리하라 영업매니저의 뒤를 따라갔다. 도모아키는 “연간 생산량이 1만석(약 160만㎏. 324만ℓ) 정도이고 현재 22대인 오자와 준이치로(63)가 운영한다”고 말했다.

고가구처럼 은은한 목재들이 떠받들고 있는 양조장엔 현대적인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해 묘한 상념에 빠졌다. 현미, 35% 도정, 도정 후 남은 가루 등이 작은 병에 담겨 전시돼 있다. 서씨는 “도쿄 인근 양조장 중에 유일하게 정미시설을 갖춘 곳”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2000년’, ‘2013년’ 등 병입한 시기를 적은 라벨이 붙은 술들이 고풍스러운 나무선반에 놓여 있었다. 마치 와인처럼 빈티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어 시음장으로 활용하는 카페에 도착했다. 은발이 매력적인 오자와 준이치로 당주가 나와 술에 대해 설명했다. “간토지방의 식문화는 간장 기반이다. 그 간장에 조리한 음식에 맞는 술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와노이다이긴조’(澤乃井大吟?). ‘사와노이준마이긴조소텐’(澤乃井純米吟?蒼天) 등은 쌀 특유 감칠맛이 그윽한 술이었다.

도쿄/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 참고자료 일본정부관광국(JNTO) 자료, <사케입문>

오자와양조장의 빈티지 사케들. 박미향 기자

도쿄 사케 양조장 가볼만 한 곳

■ 다무라 주조장(田村酒造場)

도쿄도 훗사시 훗사 626/042(5510003/www.seishu-kasen.com

10명 이상인 경우 일주일~3개월 전 신청 요망

■ 오자와주조(小澤酒造)

도쿄도 오메시 사와이 2-770/0428(78)8215/www.sawanoi-sake.com

개인 신청은 10명 이내. 10명 이상은 단체예약

■ 도시마야주조(豊島屋酒造)

도쿄도 히가시무라야마시 구메가와정 3-14-10/042(391)0601/www.toshimayasyuzou.co.jp

1~10명 가능

■ 이시카와주조(石川酒造)

도쿄도 훗사시 구마카와 1번지/042(553)0100/www.tamajiman.co.jp

1명부터 견학 가능.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견학 장소 한정

■ 나카무라 주조(中村酒造)

도쿄도 아키루노시 우시누마 63/042(558)0516/www.chiyotsuru.jp

견학 인원 제한 없음

도쿄/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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