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쿠션' 서현민 "(최)성원‧(강)동궁형, 부러웠어요"

2018. 3. 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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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이상 다크호스 아닌 강력한 우승후보 되겠다"
"내년 세계팀대회 3연패 주인공 되고싶고, 자신있다"
"지난해 생애최고 랭킹4위..올해는 더 이 악물겠다"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개최 시점이 다가오면 거론되는 서현민 선수를 MK빌리어드뉴스가 만났다. 그는 "이번 2018 세계팀3쿠션선수권 챔피언 최성원, 강동궁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지만, 한켠으론 부럽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지난 26일 새벽, 최성원-강동궁이 고국에 낭보를 날렸다. 한국당구사상 최초의 ‘세계팀3쿠션선수권’ 2연패를 달성한 것.

많은 당구인들이 환호하던 그 순간, 서현민(36‧충남)도 마찬가지였다. 친한 형들의 우승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한켠으론 부럽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개최 시점이 다가오면 종종 거론되는 이름이다. 2014년, 세계랭킹 141위였던 그는 ‘서울 세계3쿠션선수권’ 준결승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당구황제’ 토브욘 브롬달(스웨덴)이 서현민의 경기력을 보고 “월드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만큼 서현민의 기세는 대단했다. 당시까지 전국대회 우승컵 하나 없었지만, 많은 이들이 “서현민이면 전국대회 우승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그의 손엔 아직 전국대회 우승컵이 없다. 서현민은 전국대회마다 3쿠션 부문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이는 ‘우승 가능성 높은 선수’라는 뜻도 있지만, 달리 해석하면 ‘강력한 우승후보’로는 부족함을 내포한다.

MK빌리어드뉴스가 최근 서현민을 만났다. ‘무관’에 대한 주변의 우려에 그는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생애 최고 랭킹인 4위에 오르지 않았나”라며 사람좋은 웃음을 지었다.

서현민은 당구계의 ‘젠틀맨’으로 통한다. 깔끔한 경기매너와 함께 사석에서도 서글서글하다고 알려졌다. 그런그가 이날 일문일답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세계팀선수권, 세계선수권에 한국대표로 출전하는 영광을 누리고 싶다. 자신있다”

"제 영광의 순간요? 2014년 세계3쿠션선수권 4강 진출이죠" 서현민은 2014 서울 세계3쿠션선수권에서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준결승에 오른다. 그는 "세계랭킹 141위의 돌풍에 주변에선 난리가 났다"고 기억했다.
▲만나서 반갑다. 인터뷰가 처음이라던데.

=(다른 곳과)몇 번 이야기가 오갔지만, 인터뷰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지금 설레고 기쁘다. 하하.

▲하루 일과는 어떤가.

=대부분 연습장에서 산다. 그간 충남시체육회 당구팀 훈련장(서천군 장항읍)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냈지만, 현재는 훈련장이 이전 준비를 하고 있어 지인의 클럽에서 연습하고 있다. 아침엔 일어나 1시간 가까이 등산 등 체력훈련을 한다. 하체근력 단련에 효과적이다.

▲지난해 랭킹 이야기를 해보겠다. (한국 남자3쿠션)8위로 시즌을 마감했는데, 만족하나.

=개인통산 최고랭킹인 4위까지 올랐으니 성공적인 시즌 아닌가. 하하. 종전 최고기록은 2016년 7위다. 5월엔 처음으로 전국대회(인제 오미자배) 결승도 올랐고, 2014년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또 출전했다. 대체로 만족할 만한 한해였다.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우승을 못했다. 지난해엔 명우(조명우), 재호형(조재호), 성욱이형(오성욱) 등 생애 첫 전국대회 우승을 맛본 선수가 꽤 됐다. 그 대열에 저도 끼고 싶었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12월에 몰렸던 3개 대회(대한체육회장배, 강진청자배, 부산광역시장배)에서 입상을 못한 점도 아쉽다. 상반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탓이다.

▲최근 최성원-강동궁 선수가 ‘세계팀3쿠션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로서 부러운 마음도 있을 것 같은데. 또 3쿠션 세계선수권 대회마다 이름이 거론되는 선수이지 않나.

=두 형님들의 선전에 당구선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기뻤다. 응원도 많이 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 자리에 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부러웠다. 올해엔 랭킹 2위 안에 들어 내년도 한국의 ‘세계팀3쿠션선수권 3연패’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당구선수 서현민’하면 많은 당구팬들이 ‘2014 세계3쿠션선수권’을 떠올릴 것이다. 본인에게도 가장 영광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은데.

=물론이다. 당시 저는 세계무대에서 철저한 무명이었다. 대회도 서울연맹 와일드카드로 어렵게 출전했다.

(당시 서울연맹은 세계선수권 개최지 자격으로 생긴 와일드카드 한 장을 연맹 자체랭킹 1위 선수에게 부여하기로 했다. 대회 직전까지 서울연맹 랭킹 1위는 조재호였으나, 세계랭킹이 높아 대회에 자동출전 하게 됐다. 이에 따라 당시 연맹랭킹 2위인 서현민이 와일드카드 주인공이 됐다)

▲2014 세계선수권 예선에서 롤랜드 포톰, 에디 레펜스 등 벨기에 강호들과 만났다. 힘든 행보가 예상됐지만 보기좋게 조1위로 16강에 진출했는데.

=마음을 비우고 공을 쳤다. 그러니 결과가 따라오더라. (서현민은 포톰에 40:31 승, 레펜스에 40:40 무승부를 거뒀다) 16강에서 페드로 피에드라부에나(미국), 8강에서 루벤 레가즈피(스페인)마저 꺾으니,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생각해보시라. 세계랭킹 141위가 세계선수권 4강 진출이라니. 하하. 8강전 직후엔 생애 처음으로 한 방송사와 짧은 인터뷰도 가졌다. 뿌듯했다.

▲그런데 이후 국제대회 성적이 신통찮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당구월드컵은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출전하기 시작했다. 월드컵 최고 성적은 본선(32강) 진출이다. 접전 상황만 되면 긴장을 많이한다. 극복해야할 과제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아마추어 시절 ‘피말리는 게임경험’(내기당구)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른다.

▲서현민 선수는 소위 말하는 ‘재야의 고수’ 시절이 없다. 어떻게 당구선수가 됐나.

=2004년, 군 제대 후 진로를 고민했다. 잘하는 걸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구가 떠올랐다. 중학교때부터 친구들과 쳤는데, 개중엔 나름 “잘한다”는 소릴 들었다. 그 경험만 믿고 서울 서초구에 있는 당구아카데미에 등록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안되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당구가 그렇게 재미있더라. 하루 9~10시간 테이블에 붙어살았다. 그렇게 당구에 푹 빠져살면서 동호인대회에 나가 우승을 몇 번 차지했다. 그리고 2006년, 국제식 테이블 수지 27점을 채우면서 그해 12월 서울연맹 선수로 등록했다.

서현민은 아직 전국대회 우승이 없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다크호스는 이제 싫다. 강력한 우승후보이고 싶고, 올해 꼭 이뤄내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당구 3쿠션 16강전 안지훈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샷을 바라고 있는 서현민.
▲선수등록 후 한동안 전국대회 입상이 없었는데.

=선수등록하면 바로 스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당구를 업으로 삼던 선수들과의 벽이 느껴졌다. 전국대회 나가면 입상은커녕 1회전 탈락이 예사였다. 5점 뽑아내기가 힘들더라. 무려 1년 반이나 그런 상황이 계속됐다. 그러다 2008년, 이장희 현 JS빌리어드클럽 대표님(2018 세계팀3쿠션선수권 대표팀 감독)의 추천으로 ‘유니버셜코리아’(당구용품 업체) 후원을 받게 됐다.

▲당시 유니버셜코리아 선수들의 면면이 대단했다고 하던데.

=‘당구올스타’급이었다. 임윤수, 이충복, 최재동, 윤성하, 이국인, 엄상필 등 쟁쟁한 선수들로부터 노하우를 배웠고, 곧 성적이 따라왔다. 2010년엔 용인백옥쌀배에서 생애 첫 입상(공동3위)도 해냈다. 그러다보니 국내랭킹 10위권 오르내리는 선수로 성장했더라. 그 덕분에 2014년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했고, 4강 진출이란 결실도 맺었다. 일부에선 “곧 세계무대를 호령할 선수”라는 기대도 받게됐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 기대만큼 성장한 것 같나.

=아직 멀었다. 대신 이것만은 확실하다. 저는 매년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생애 최고인 랭킹 4위까지 올라간 것이 반증이다. 비록 하반기엔 그 기세가 꺾였지만, 올해는 그 기세를 쭉 유지할 것이다. 자신있다. 또 전국대회마다 ‘다크호스’란 소릴 듣는걸 알고 있다. 이제 싫다. 강력한 우승후보이고 싶다. 그 어느해보다 이를 악문 서현민을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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