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 쏟아붓고도 안 풀리는 저출산.. '워라밸'이 답이다

세종=신준섭 정현수 기자 2018. 3. 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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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최악 시나리오보다 더 악화 왜..

저출산, ‘취업난에서 비롯’ 결혼 미루고 아이 안 낳고…

지난 10년간의 저출산 대책 아동보육에 집중해 실패
문 정부, 일자리·주거문제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대책 전환
예산만으로는 해결 안돼 ‘결혼·출산’ 하고 싶게 해줘야

지난해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5만명 가까이 감소한 35만7700명에 그친 이유를 꼽으라면 한 손으로는 모자랄 지경이다. 시작은 일자리부터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9.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이 늦어지면서 비용이 수반되는 결혼을 미루는 현상도 당연해졌다. 집값이나 육아비 걱정에 아예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도 확산됐다. 결혼을 하고 직장을 다녀도 문제다. 직장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육아 부담이 크다. ‘딩크(DINK·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족’은 더 이상 드문 사례가 아니다.

젊은 여성층의 출산이 줄고 고령층 여성의 출산이 늘어난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을 방증한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5∼29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는 47.8명이다. 2013년만 해도 65.9명이었던 것이 4년 만에 2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더 극적으로 줄어든 것은 30∼34세 여성층이다. 2016년까지 1000명당 110명 선을 지켜오다 지난해에 97.7명으로 10명 이상 줄었다. 감소 폭으로만 보면 전 연령대에서 가장 컸다. 지난해 35세 이상 산모의 비중이 전체 산모 중 29.4%를 차지하면서 전년 대비 3.0% 늘어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첫째 아이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전년 대비 둘째와 셋째 이상 출생아 수도 각각 11.9%, 12.4% 줄었다. 임신 시기인 2016년의 불안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출산율을 더욱더 끌어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16년은 안보적으로도 상당히 힘들었던 해였고 정치적으로도 불확실성이 컸던 시기”라며 “이런 점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현상들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2016년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한 해 출생아 수가 36만명 이하로 떨어지려면 2020년은 돼야 했다. 그랬던 예상이 2년도 채 안 돼 뒤집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추세를 되돌리기는 이미 늦었다고 본다. 할 수 있는 일은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정도라는 것이다. 과거 대책이 한계가 있는 만큼 체계 자체를 뒤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0년간 80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하향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은 아동보육에 집중돼 있었다”며 “사실 저출산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젊은이들이 혼인 자체를 안 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정책 방향이 바뀐 부분도 이런 인식이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저출산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맞춰 정부는 그간 보육 부문에 집중돼 있던 저출산 대책을 생애주기별 맞춤형 대책으로 전환한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결혼의 장애물이 되는 일자리·주거 문제부터 출산·보육 문제, 일·가정 양립 정책 등을 패키지로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올해 신혼부부용 공공임대주택을 1만 가구 확대 공급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등도 늘려나가기로 했다. 부모 보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소득하위 90% 이하 0∼5세 자녀를 대상으로 월 10만원의 아동수당도 지급될 예정이다.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올리고 상한액도 인상할 방침이다.

그렇다고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대책과 마찬가지로 ‘예산’으로 해결하겠다는 인식은 그대로다. 젊은층이 애를 낳아야 할 이유를 찾아주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혼인을 왜 안 하는지 원인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정현수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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