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5~7년내 신생아 20만명대 추락 '국가적 재앙'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2018. 3. 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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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1.05' 쇼크]
[아이가 행복입니다] 작년 35만명, 예상보다 19년 빨라.. 총인구 훨씬 빨리 줄 듯
만혼·취업난·가임 여성 감소.. 혼인 건수 줄면서 신생아 급감.. 노인 인구가 아동 인구 넘어서
"보육비 지원 등 지엽 대책은 한계..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로 바꿀 근본적 저출산 대책 나와야"

한국이 세계 어떤 선진 국가도 가보지 않은 초(超)저출산 길로 들어섰다. 지난해 1년간 태어난 아기(35만7700명)와 합계 출산율(1.05명)이 모두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저출산 국가의 대명사로 통해온 일본의 '1.26 쇼크'(2005년)보다 더 강한 충격에 맞닥뜨린 것이다. 문제는 결혼 기피, 저출산 현상이 심해진 데다 고령화 현상까지 겹쳤다는 점이다. 지난해 노인 인구가 아동 인구를 추월하면서 출생아와 사망자 수 차이가 7만2000명으로 2016년(12만5416명)보다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애초 2028~2031년으로 전망된 총인구 감소 시기도 훨씬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급격한 인구 변동에 직면한 것이다.

◇인구 변동 중대 기점에 선 한국

합계 출산율이 1명에 근접한 서구 국가는 전무하다. 대만·싱가포르·마카오 등 아시아의 중국권 국가들이 그동안 낮은 출산율을 보였다. 그래도 1.05명보다 적었던 경우는 대만(2009년 1.02명, 2010년 0.89명) 정도다. 당시 대만에선 2009년이 '혼인하면 나쁜 해'로 인식돼 혼인 건수가 급감했지만 아기 낳으면 좋다는 호랑이띠 해(2010년) 다음해엔 1.1명으로 반전했다. 지난해엔 1.17명까지 올라왔다. 싱가포르도 2010년 최저치(1.15명)를 기록한 뒤 현재 1.2명대다. 일본은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2005년(1.26명) 이후 다양한 저출산 대책으로 지금은 1.4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신생아 규모는 곤두박질하고 있다. 2001년 55만4895명을 기록했다가 2002~2016년 40만명대로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해엔 35만명대로 급감했다. 2001년에 비해 20만명이나 준 것이다. 이런 낙폭은 전문가 예측을 벗어난 것이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 인구 추계에서 신생아가 35만명대로 떨어지는 시점을 2036년으로 예상했다. 이보다 무려 19년이 앞당겨진 것이다. 황명진 고려대 교수는 "30만명대에서 20만명대 추락도 불과 5~7년 안에 일어나 한국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뒤바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지나친 전망이라고 보기 어렵다.

신생아 규모가 크게 준 데는 만혼, 청년층의 취업난, 여성들의 일·가정 이중 부담, 가임 여성 감소 등 복합적 요인이 뒤섞여 있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중 '혼인 건수 급감'을 가장 큰 요소로 꼽는다. 지난해 30대 초반 출산율(10만명당 아기 수)은 97.7명으로 전년 110.1명보다 크게 떨어졌다. 결혼한 30대 초반 여성도 아기를 적게 낳지만 비혼(非婚) 여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혼인 건수는 2011년 32만9087건에서 7년째 감소해 작년 26만4600건으로 떨어졌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크게 떨어진 30대 초반 출산율을 올리지 못하면 출산율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첫 아기 낳는 연령도 지난해 31.6세로 세계에서 가장 높아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32세에 근접해 첫 아기를 낳으면 둘 이상 낳기 힘들어져 앞으로 신생아 수를 늘리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 합계 출산율 0.84명

주목할 것은 서울의 합계 출산율이 0.84명이라는 사실이다. 서울은 1993년 이후 합계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적이 일곱 번 있었다. 그러나 0.8명대까지 떨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은 25개구 전체에서 신생아 수가 전년에 비해 줄었다. 인구 1000만명대에 이르는 거대 도시에서 1명 이하 출산율을 보이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현상이다. 서울의 낮은 출산율은 '고학력 비혼(非婚)'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도시국가 중 서울보다 출산율이 낮았던 것은 마카오가 2003년과 2004년 각각 기록한 0.83명이었다. 하지만 마카오는 인구 68만명에 불과한 소규모 도시국가다. 홍콩도 0.9명대로 떨어진 적이 그동안 일곱 번 있었다. 하지만 모두 10년 전 일이다. 현재는 1.2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보육비 지원 등 지엽적 저출산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결혼하고 아기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로 바꿀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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