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투에 너무 안이하다" 유엔서 혼난 한국정부

이재연 기자 2018. 2. 2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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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최근 개최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회의에서 성폭력에 대한 안이한 대응으로 질타를 받았다.

유엔 측은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상대로 무고 및 명예훼손 고소에 나서는 것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루스 핼퍼린-카다리 부의장은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하거나 이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모든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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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 심각·가해자의 역고소 대책 미흡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지난 22일 열린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회의에서 로사리오 마날로 위원이 한국 정부의 보고서와 답변이 미흡하다고 질타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회의에 참석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질문에 귀 기울이는 모습. CEDAW 동영상 화면 캡처

제네바 여성차별철폐委서 성폭력 문제 일제히 질타… 여가부 장관 등 답변 진땀
“2109건 성희롱에 9건 기소… 무고·명예훼손 적반하장에 피해자들 침묵하게 만들어”

한국 정부가 최근 개최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회의에서 성폭력에 대한 안이한 대응으로 질타를 받았다. 유엔 측은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상대로 무고 및 명예훼손 고소에 나서는 것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위원들은 우리 정부에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등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하자 불만을 표한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국민일보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CEDAW 제8차 한국 국가보고서 심의 영상회의록을 확인했다. 이날 회의는 국제여성헌법 격인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이행 상황을 심의하는 자리였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실무자,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MeToo) 운동 관련 정부 차원의 대책 등이 도마에 올랐다.

루스 핼퍼린-카다리 부의장은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하거나 이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모든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 장관은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도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등의 2차 피해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미투 운동이 형사처벌 없이 폭로로만 끝날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군나 벅비 위원은 “2012∼2016년 한국 고용노동부에 2109건의 성희롱이 보고됐는데 그중 9건만 기소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카다리 부의장도 “한국 형법은 강간을 너무 엄격하게 정의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로 강간죄를 규정하고 있다. 그는 “CEDAW는 일반권고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설정토록 하고 있다”며 “한국의 법이 국제 기준과 합치하는지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법무부 관계자가 “대한민국은 모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반의사불벌죄를 전면 폐지했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자 카다리 부의장은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예 형법의 영문 번역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무성의한 답변이 이어지자 위원의 항의로 회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로사리오 마날로 위원은 한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 도중 손을 들고 중단을 요구한 뒤 “지금 한국 정부는 추상적인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양성평등 실태를 파악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회의는 시간낭비였다. 유익한 대화가 아니었다”며 “(준비한) 자료를 읽을 거면 차라리 그 자료를 우리에게 달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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