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의 성장과 사회혁신

입력 2018. 2. 28. 15:16 수정 2018. 2. 2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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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담담

[한겨레]

이민철
광주교육정책연대 집행위원장

미국의 시민운동가들이 스페인의 시민단체를 방문해 쓴 보고서를 읽었다. 상근으로 일하는 활동가가 거의 없이 시민들이 조금씩 역할을 나눠서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90년대 이후 성장한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대개 미국처럼 기금모금과 전문활동가 체계를 발전시켜왔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공동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소금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단체에 시민들의 참여가 줄고 있고, 활동가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젊은 활동가들을 점점 찾아보기 힘든 현실은 시민운동의 위기를 상징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광주 혁신을 주제로 시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정치, 행정, 시민운동 등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영역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많은 문제 제기와 대안이 제시되었고, 올해는 좀 더 세부적인 토론과 실천이 이어질 것 같다. 특히 시민운동을 혁신하자는 성찰이 가장 뜨거웠다. 토론에 참여한 시민운동가들 사이에 위기감이 깊게 느껴졌다. 시민들은 작은 변화라도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하기를 원하고 후원회원으로 참여한다면 눈에 보이는 분명한 변화를 선택한다.

시민운동은 앞으로 세 갈래로 변화하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첫 번째는 플랫폼 시민운동이다.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처럼 시민들이 직접 결정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운동이 새로운 변화를 만들 것이다. 두 번째는 전문적인 역량을 기반으로 권력을 감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운동이다. 가장 전통적이고 중요한 시민운동 영역인데, 최근 그 힘이 많이 약해졌다. 조직 내 민주주의, 지속가능한 노동조건,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세 번째는 마을 시민운동이다. 주민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욕구를 자치와 협동으로 해결하려는 운동이 빠른 속도로 확장될 것이다. 실제로 생활협동조합 운동, 마을공동체 운동, 마을교육공동체, 에너지자립마을, 다양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새로운 관계망을 재구성하고 있다.

시민운동의 혁신은 이러한 세 가지 갈래 중 하나나 둘, 또는 모두를 포함한 단체들이 자리를 잡아가며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새로운 단체를 만들 수도 있고, 기존 단체들이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역 시민운동은 기금모금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경제권력으로부터 독립적 기금모금은 더 어렵다. 시민의 세금 일부를 시민운동기금으로 편성하는 것이 대안이라 생각한다. 그래야 독립성과 지속가능성, 시민참여를 함께 키워갈 수 있다. 올해는 이 숙제부터 잘 풀어보면 좋겠다.

사회혁신은 시민운동의 성장과 함께 지속 가능하다. 올해 들어 정부가 사회혁신 작업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당장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사회혁신 그룹을 키우는 일도 필요하다. 소셜 벤처들을 통해 청년 혁신가들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점도 인상적이고, 이 과정에 혁신적인 단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와 동시에 세금의 일정 규모를 시민들이 지정한 단체의 프로젝트에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 시스템을 만든다면 시민사회도 강해지고 풀뿌리 사회혁신 모델도 성공할 것이다.

시민단체도 주식회사 방식이 아니라 협동조합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젊은 활동가들은 단체가 소수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한다. 헌신적인 몇몇 사람이 단체를 만들고 유지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1원 1표가 아니라 1인 1표로 바꿔야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한 예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같은 시민운동의 상징적 연대기구에서 대표단을 참여단체 회원들의 투표로 구성해보면 어떨까. 봉사하는 자리여서 얼마나 입후보할지 알 수 없지만 시민들과 활동가들 사이에 건강한 토론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자전거처럼 늘 움직여야 세상과 균형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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