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박지성은 EPL 전술 진화의 상징같은 선수"

조회수 2018. 2. 28. 09: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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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술 전문가가 본 EPL의 코리안 리거 4인방.
"박지성, EPL 전술 진화의 상징같은 선수"
"손흥민, 토트넘에 또 다른 옵션 주는 선수"
"기성용, 아스널 간다면 엘네니보다 좋은 활약할 것"
"이청용, 팬들을 흥분시키는 플레이했던 선수"
PSV 시절, AC 밀란의 주장이자 축구 역사를 대표하는 레전드 수비수 파올로 말디니와 볼경합을 하고 있는 박지성. 

"박지성은 EPL 전술의 진화를 상징하는 선수다." 

'조널 마킹'의 운영자이자 유럽 전술 전문가 마이클 콕스의 저서 '더믹서'(내가 공동번역하고 한준희 KBS 해설위원이 감수한 책)는 프리미어리그의 원년이었던 1992년부터 2016/17시즌 콘테의 3백까지 25년을 관통한 전술적 특징 및 변화를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는 저자인 마이클 콕스가 전 맨유 선수이자 대한민국 대표팀의 전 주장인 박지성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것을 여러차례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영국에서 출간되어 영국에서 판매되는 책이니 일부러 박지성을 높게 평가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저자는 순수하게 박지성이라는 선수의 전술적인 역량, 또 팀에 대한 기여를 크게 호평하고 있었다. 

저자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그에게 박지성에 대한 더 자세한 의견, 그리고 박지성 외에도 그가 그동안 지켜본 기성용(스완지)과 이청용(볼튼, 크리스탈 팰리스) 손흥민(토트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이 선수들에 대한 그의 의견을 솔직하고 가감없이 들려줬다. 

마이클 콕스와의 인터뷰(혹은 대담) '2부'로 그가 생각하는 네 선수에 대한 의견을 소개한다. 

맨유 시절 리버풀, 아스널, 첼시 등에 골을 기록하며 '빅게임' 플레이어로 인정받았던 박지성. 


1. "박지성, EPL 전술 진화의 상징같은 선수"

이성모 : 본인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박지성에 대해 대단히 높게 평가한 것을 봤다. 직접 만났으니 좀 더 자세히 물어보자. 박지성이라는 선수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콕스 : 박지성은 전술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대단히 뛰어난 선수였다. 

박지성은 맨유 시절 팀에서 가장 전술적이고, 어떤 포메이션에도 적응력이 높은 선수였다. 그는 또 맨유의 상대팀 에이스나 주요 선수를 봉쇄하는데 아주 뛰어난 선수였다. 주로는 상대팀의 풀백이 그랬지만 AC 밀란 전에서는 피를로를 완벽하게 묶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게 박지성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PSV 아인트호벤 시절을 잘 기억하는데, 당시의 그는 훨씬 더 기술적이고 재능이 돋보이는 선수였다. 그런 박지성을 그렇게 활용한 것이 퍼거슨 감독의 전술적인 가장 큰 특징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개인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을 팀플레이어로 활용하는데 능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박지성은 맨유가 빅클럽을 상대로 할 때는 철저하게 전술적인 플레이를 보여줬고, 또 하위팀들을 상대로나 대한민국 대표팀에서는 팀의 에이스로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박지성은 그렇게 두가지 면을 모두 잘 보여준 선수였고, 나는 개인적으로 그가 퍼거슨의 맨유를 아주 잘 대변해주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성모 :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박지성은 EPL 전술 진화를 상징하는 선수'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콕스 : 책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EPL 초반기만 하더라도 EPL 감독들은 자신의 팀에 집중했지 상대팀을 분석해서 상대팀에 주안점을 두고 전술을 세우지 않았다. 책의 7챕터에서 다뤘듯,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긴 것은 맨유가 유럽 무대에 진출하면서 퍼거슨 감독이 점점 유럽식의 축구 스타일을 배우고 점차적으로 자신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팀의 강점을 제어하는 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하면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중반에는 퍼거슨, 무리뉴, 베니테즈, 벵거 감독의 '빅4'가 챔피언스리그 4강 중 3강을 차지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 시기와 1990년대 EPL, 2000년대 EPL의 전술적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수가 다름 아닌 박지성이다. 앞서 말했듯 그는 본인 자체도 기술이 뛰어난 선수였지만 맨유에 와서는 퍼거슨 감독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헌신적으로 철저하게 전술적인 역할을 해낸 선수였다. 

이성모 : 때로는 박지성이 '헌신적이다'라는 면이나, 피를로를 봉쇄한 일화 등으로 인해 오히려 그의 뛰어난 기술적 역량이 과소평가받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콕스 : 동의한다. 앞서도 말했듯, PSV 시절의 그는 분명히 기술적으로도 대단히 뛰어난 선수였다. 또 박지성은 맨유에 와서도 특히 역습 상황에 정말 능했다. 그는 실제로 호날두, 루니와 아주 멋진 역습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성모 : 그렇다면, 만약 박지성이 맨유가 아닌 다른 유럽의 빅클럽으로 갔다면 전술적인 움직임보다 자신의 개인 기량을 더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콕스 : 물론이다. 그와 비슷한 예가 대런 플레처다. 스토크에서 뛰는 플레처를 보면 그는 정말 뛰어난 패서(Passer)다. 그런데 맨유에선 플레처가 패스를 담당하는 선수로 뛴 적이 없다. 맨유에는 이미 스콜스, 캐릭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아스널에 특히 강했는데, 아스널에도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지만 아스널에 없던 선수가 바로 박지성 같은 선수였다. 어떤 포지션에서 뛰어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그런 선수 말이다.  

또 나는 박지성이 PSV 시절 밀란을 상대로 뛴 경기를 잘 기억하는데, 그 경기에서 박지성은 말디니와 경합 상황에서 말디니를 오히려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보면 어쩌면 우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지성의 기술적인 능력을 충분히 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지성이 뛰었던 맨유는 EPL 역사상 최강의 팀 중 하나였다. 박지성은 그 팀의 일원이었다.

이성모 : 본인이 생각하는 박지성의 맨유 최고의 순간은? 

콕스 : 개인적으로는 호날두가 떠난 후에 아스널전에서 루니, 나니와 함께 만들어낸 장면이 지금도 생각난다. 아마도 2010년 1월 맨유가 아스널에 3-1로 이긴 경기였고 그 경기의 두번째 골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 장면에서 박지성은 루니, 나니와 함께 뛰어들어가면서 마치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들어올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아스널 수비진을 교란시켜 루니에게 골 찬스를 만들어줬다. 박지성이 직접 골을 넣은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 또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또 한가지가 있다면 유명한 역습 장면으로 박지성이 호날두, 루니와 함께 만들어낸 단 세 번의 패스로 골을 만들어냈던 바로 그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고의 역습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웨스트햄전에서 골을 기록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손흥민. 

2. "손흥민, 토트넘에 또 다른 옵션 주는 선수"

이성모 :  박지성이 과거 한국 최고의 선수였다면, 현재는 손흥민이 그렇다. 내가 현재 취재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손흥민에 대한 생각은? 

콕스 : 나는 그가 레버쿠젠에서 뛰던 시절부터 그가 매우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했다. 현재는 때때로 선발로 출전하지 못 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토트넘에서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골결정력이 뛰어나고 민첩한 선수라는 것도 그의 장점이지만 내가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그의 의사결정 능력이다. 특히 재빠르게 역습을 나가야 할 때 그는 아주 빨리 어떤 플레이를 해야할지를 알고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성모 : 손흥민이 토트넘에 전술적으로 또 다른 엣지(Edge)를 주고 있다고 보는지?

콕스 :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토트넘에는 최근 몇년 동안 손흥민과 같은 윙어가 없었다. 아주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윙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성모 : 예를 들면, 아론 레논 같은? 

콕스 : 바로 그렇다. 레논이 대표적인 예다. 레논은 직접 골을 넣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측면을 오가면서 크로스를 올리는 형태의 윙어였다면 손흥민은 직접 파고 들어 골을 노리는 윙어다. 그런 면에서 손흥민은 토트넘에 새로운 공격 옵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이번 시즌 초반 그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터뜨린 골은 그의 장점을 정말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이 있기 때문에 토트넘은 더이상 압박이나 케인의 골결정력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손흥민을 활용한 역습상황에서의 골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또 그가 이번 시즌 보여준 케인과의 호흡도 매우 인상적이다. 토트넘에게 있어 그 두 선수의 조합이 아주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를 상대로 골을 기록하고 있는 기성용의 모습. 
기성용. 
볼튼 시절의 이청용. 

3. 기성용, 그리고 이청용 

이성모 : 박지성, 손흥민 외에 특히 기억하는 한국 선수가 있다면? 

콕스 : 개인적으로 기성용을 아주 좋아한다. 

이성모 : 구체적으로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콕스 : 나는 기성용이 아주 영리하고, 차분한 미드필더라고 생각한다. 소유권을 유지하는데 능하고 또 안정적이기도 하다.

나는 늘 그가 언젠가는 빅클럽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아스널 같은 클럽으로 이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아스널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다면 현재의 엘네니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엘네니가 나쁜 선수라는 것이 아니라, 기성용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는 그가 더 낫다는 뜻이다. 

특히 2, 3시즌 전의 기성용은 대단히 뛰어난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가 그 시기에 더 빅클럽으로 갈 수 있었다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다.

이성모 : 맨유 전에서 골을 넣었던 시기를 말하는 것 같다.

콕스 : 그렇다.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골을 넣었던 시기다. 그러나 기성용은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언젠가 빅클럽에 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마지막으로, 책에서 볼튼 시절의 이청용에 대해서도 언급한 부분이 있다. 

콕스 : 맞다. 이청용은 볼튼 시절 아주 좋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한다. 민첩하면서도 드리블에 능하고, 팬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볼튼 시절에 당한 장기부상이 참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볼튼은 하필 그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강등이 확정됐고, 한국에는 그래서 그 부상이 아니었다면 볼튼이 잔류했을 것이라고 믿는 팬들도 있다. 

콕스 :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볼튼의 마지막 경기가 스토크 시티 전이 아니었나. 이청용은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무엇보다도 많은 시간 경기에 출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다. 이번 시즌의 '빅6'에 대해서, 또 코리안리거들에 대해서 장시간의 인터뷰 고맙다.  

콕스 :  '더믹서'를 번역해줘서 고맙고, 오늘 인터뷰도 즐거웠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성모입니다. 이 칼럼은 하루 전 소개한 인터뷰 칼럼 1부 '유럽 전술 전문가가 본 EPL 빅6의 전술과 이슈'에 이어지는 2편입니다. 저자(인터뷰이)와 만나 '한국 선수들에 대해서만' 인터뷰한 것이 아님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1편을 아직 못 보셨거나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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