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변호인들, 접견 못하고도 "朴은 선의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박 전 대통령 결심 공판에서 국선 변호인들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혐의들에 대해 증명력을 가진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것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을 접견조차 못하고 펼치는 변론이다 보니, 새로운 주장보다는 과거 유영하 변호사 등이 내놨던 '증거가 없다'는 식의 논지들이 정리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대목은 감정적 호소였다.
가장 먼저 변론에 나선 박승길 변호사는 피고인이 된 박 전 대통령 처지와 지지 여론이 강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교해 가며 자신의 소회를 변론에 반영하기도 했다.
그는 '모두를 위한 미래'라는 주제의 평창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 당시 아나운서가 "'문'으로 소통하니까 '문통(문재인 대통령)'이네요"라고 말한 것을 소개하면서 "마음이 상하는 순간이었다. 아나운서가 즉흥적으로 한 말이겠지만,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박 전 대통령을 '헌집', '불통', '사람을 생각하지 않았던 대통령'으로 생각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높은 곳에서 환영받고 박수받았다"는 것이다.
이어 박 변호인은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한 점을 감안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부디 선처해 달라"고 말하면서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울음을 참느라 2~3초 간 발언을 멈추기도 했고 결국 울먹이는 목소리로 문장을 마무리했다.
강철구 변호사는 '도대체', '아무리' 라는 표현을 반복해 가며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연신 격해진 감정을 나타내는 손짓이 동원됐고 목소리 크기도 자주 커졌다.
그는 "피고인이 아무리 최순실이 40년 동안 곁에 있었다고 해도 200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게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대통령으로서 사명감을 다 버릴 정도로 도와줘야 할 근거를 아무리 검찰 조사 자료를 봐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인지 능력'을 본의 아니게 평가 절하하는 대목도 있었다. 비선이 박 전 대통령 곁에서 오랜 시간 범죄를 저질러 왔음에도 그 모든 혐의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또 안 전 수석이 수첩에 받아쓰기조차 '들은 대로' 못했을 수 있다며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주장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혜영 변호사는 개별 기업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조차 '선의'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사리사욕을 추구하려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선하지만 다소 무리한 주장도 나왔다. 강 변호사는 미르·케이스포츠재단 강제모금은 강요죄 등으로 처벌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재단 출연이 '민관협력'의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출연에 나선 대기업이나 모금에 관여한 전경련이 나름의 이익을 기대했으므로 마냥 피해자로 규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국가 최고의 권력자가 출연을 요구했고 기업이 여기에 응한 것을 '협력'이라고 정리한 부분에 이르자 검찰 측은 매서운 눈으로 강 변호사를 바라보기도 했다.
"~ 한 것으로 보인다", "~ 했다고 한다"는 식으로 이뤄진 대부분 변론은 이들 변호인단이 단 한 차례도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국선 변호인들은 12만 쪽에 달하는 검찰 수사기록과 법원 공판기록을 검토하며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 입장을 '가정해' 변론에 임해야 했다.
앞서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서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 기자와 1:1 채팅
[CBS노컷뉴스 윤지나 기자] jina13@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북 단일팀 최지연 "벌써 보고픈 언니들, 잘잔? 밥먹언?"
- "정말 분하다" 일본 언론도, 후지사와도 눈물
- "조민기 성추행 피해자 10여명 달해"..경찰 진술 확보
- 전현무, 열애 인정 뒤 사과..왜?
- 트럼프 "北과 대화 원해..다만 적절한 조건 아래서만"
- 김여진 "공작·음해 소리 말고, 미투·위드유 하세요"
- SNS로 흥한 평창올림픽..인터넷 패러디도 화제만발
- 주광덕 의원 친형,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
- [영상] 학살 후 버려진 '조선인 위안부'..'최초' 공개
- [뉴스닥] "김영철에 굽신, 굴종외교" vs "핵심 실무자, 실리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