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떼죽음, 낙동강 최상류에선 무슨 일이?

정수근 입력 2018. 2. 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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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물고기 살 수 없을 정도로 상태 심각.. 영풍그룹이 문제해결 앞장서야

[오마이뉴스 정수근 기자]

낙동강 최상류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심상찮다. 우리 토종물고기들이 떼로 죽어나고 있는 것으로 이는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이태규 회장에 따르면 영풍석포제련소(이하 영풍제련소) 하류 20킬로 지점인 봉화군 분천면과 그곳에서 또 20킬로미터 하류인 청량산 부근과 그곳에서 또 30킬로미터 하류인 안동댐까지 세 포인트 주변을 지난 2월 16일부터 24일까지 조사한 결과 100여 마리의 죽은 물고기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영풍제련소 하류 20킬로미터 지점의 봉화군 분천면 낙동강에서 발견된 죽은 토종물고기들.
ⓒ 이태규
그가 증거로 제시하는 30장이 넘는 죽은 물고기 사진에는 꺽지, 자가사리, 퉁가리, 모래무지, 수수미꾸리, 참몰개, 돌마자 등 우리 토종물고기들이 있었다. 지점별로 세 곳만 조사했는데 이 정도면 전 구간에서는 엄청난 물고기가 죽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2주 동안 현장을 목격한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이태규 회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물고기 씨가 마른 거 같다. 곳곳에 죽은 물고기가 지천으로 널렸다. 매번 반복되는 이 현상으로 물고기들이 낙동강 상류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다. 지천에서 많은 물고기들이 낙동강 본류로 유입이 되지만 도저히 살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제 낙동강은 물고기들이 살 수 없는 강이 돼버린 것 같다."    

 영풍석포제련소 40여 킬로미터 하류에 있는 청량산 부근 낙동강에서 발견된 죽은 물고기들.
ⓒ 이태규
이태규 회장은 2014년부터 안동댐의 물고기가 죽어나는 것을 목격하면서 낙동강 상류의 수질 문제의 심각성에 눈을 떴다. 그는 그해부터 계속해서 안동댐에서 물고기가 떼죽음당하는 현장을 목격했고, 이를 알리기 위해 자비로 책자까지 만들어 배포해왔다.  

지난해는 물고기에 이어 백로와 왜가리 같은 새들마저 떼로 죽어나는 것을 목격하면서 안동댐을 비롯한 낙동강 상류에 심각한 수질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다.   

 안동댐 부근에서 발견된 죽은 백로들.
ⓒ 이태규
 백로 새끼들마저 죽음을 면치 못했다. 안동댐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이태규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이유는 뭘까

그렇다면 이렇게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이유가 뭘까?

 낙동강환경사랑보존회 이태규 회장이 경상북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동댐의 물고기와 새들의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7월의 모습.
ⓒ 이태규
이 회장은 영풍제련소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연을 제련하면서 여기에서 파생되는 독극물 비소와 중금속 카드뮴, 수은, 셀레륨, 망간, 아연 등 10가지 이상이 흘러나온다. 그러니 어떻게 생명이 살 수 있겠는가. 낙동강 상류 70㎞를 돌아봤지만 살아있는 물고기를 거의 구경하지 못했고, 새들 또한 보이지 않았다."

 토종물고기들의 씨가 말랐다는 것이 이태규 회장의 주장이다.
ⓒ 이태규
이에 대해 '봉화석포영풍제련소 저지대책위원회' 신기선 공동대표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영풍제련소 상류에는 다슬기가 거멓게 붙어있다. 그러나 영풍제련소만 지나면 다슬기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이 하나만 보더라도 영풍제련소가 낙동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는 또 실험 근거를 들어서 설명했다. 

"2016년 일본 동경농공대 와타나베 이즈미 교수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당시 분천지역(영풍제련소 20킬로미터 하류)에서 잡은 물고기를 조사한 결과 카드뮴 수치가 1.37ppm이 나왔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허용기준치 0.005ppm의 무려 275배 해당하는 수치다. 이러니 물고기들이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당시 국감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었고 그해 10월 27일 환경부 자체조사에서도 유사한 수치가 나왔다고 결론난 바 있다. 당시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의 카드뮴 수치는 0.004ppm으로 세계보건기구 허용치를 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당시 봉화군에서는 물고기와 조개류를 잡아먹지 말 것을 권고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경상북도가 봉화군에 환경부의 물고기 사체 분석 결과를 알려주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 물고기 음용을 제한하라는 내용의 공문이다.
ⓒ 경상북도
 환경부 시료 분석 결과도 일본 와타나베 이즈미 교수의 그것과 비슷한 결론이다. 지난 10월경 경상북도 공문
ⓒ 경상북도
한편, 영풍그룹의 공식입장을 묻자 홍보실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이 나왔다. 그 논문들에 따르면, 제련소와 물고기의 관련성이 없다. 그래서 제련소와 물고기 떼죽음은 크게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상류에는 존재하는 물고기와 다슬기 같은 저서성 생물이 영풍제련소만 지나면 사라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다슬기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건 좀더 알아보고 대답을 해주겠다."

신 대표는 "영풍제련소를 중심으로 상하류 어패류들을 전수 조사해보면 끝날 일"이라며 "그 일을 환경부가 아직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이러니 정부가 주민들로부터 욕을 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낙동강 상류에서 벌어지는 일, 영풍그룹은 답해야 

이러한 때에 지난 24일 영풍제련소에서 이물질 수십톤이 방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관련 기사 : 영풍제련소 낙동강 최상류서 이물질 수십톤 방류). 제련소 측에서는 재빨리 수질정화에 쓰는 미생물 제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풍제련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에 지역 주민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본에서는 '동방아연'이라는 아연제련소가 아타이이타이병으로 60년대 벌써 문은 닫았다. 일본에서는 50년 전에 벌써 사라진 이 아연제련소가 국내에서 그것도 1300만 식수원 낙동강 상류에서 무려 48년간이나 자리 잡아 가동되고 있다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도대체 무얼하는가. 이렇게 문제 많은 공장을 제3공장까지 증설하도록 허용해주고 있다."

신 대표의 깊은 탄식이다. 그의 탄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한편, 영풍제련소는 우리나라 30대 기업에 속하는 영풍그룹 계열사로, 아연을 제련하는 곳이다.

 영풍제련소가 낙동강 최상류에 들어서있다.
ⓒ 김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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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평화뉴스>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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