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원교구는 성폭력 신부의 방패막이인가
아프리카 선교지에서 여성 신자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한만삼 신부에 대해 천주교가 사실상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가해자의 사제직 박탈 등 제 살을 도려내는 사죄의 진정성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피해 여성 개인의 용서만 구하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수원교구는 심지어 한 신부의 행방을 알면서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살만한 처신을 했다. 한 신부는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지방으로 잠적했다. 교구장 주교와 직접 면담을 통해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한 뒤다. 그런데 수원교구는 “한 신부는 지방으로 내려가 회개를 하고 있다. 어디인지는 모른다”고만 하고 있다. 한 신부가 있는 곳은 수도원일 수도, 피정의집일 수도, 아니면 오지의 은신처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상명하복의 전통이 엄격한 천주교 생리상 교구와의 교감이나 지시 없이 '개인 행동'을 했으리라고 보기 어렵다. 한 신부는 사건 폭로 후 닷새째 잠적 중이다. 공개적인 사과나 입장 표명은 없었다.
한 신부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핵심멤버였다. 운영위원으로 일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어떤 단체인가. 1970~80년대 서슬 퍼런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웠던 민주화의 보루 같은 존재 아니었나. 그랬던 사제단조차 이번 한 신부 파문의 처리에 있어서는 온건한 모양새다. “한 신부는 엄연히 사제단의 일원이며 형제이기에 그의 죄는 고스란히 우리의 죄임을 고백합니다”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사제단의 일원이며 형제"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인상이 남는다. 납득할 만한 한 신부 처리 방안이 빠져 있어서다.
한 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을 찾아가 “7년에 걸쳐 피해 여성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용서를 받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말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여성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7년 동안 두려워서 한 신부를 피해다녔다고 한다. 일부러 핸드폰 번호까지 바꾸었다. 귀국 후에는 한 신부를 만난 적도 없다. 그런데도 "7년간 용서를 구했다"는 한 신부의 거짓말 때문에 지금도 심적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 여성은 성폭력이 이뤄지는 순간에도 천주교 해외 선교의 공든 탑이 무너질까 봐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고 한다. 사제단은 이런 사정을 정말 모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우리도 죄인"이라는 말만 되뇌고 있는 걸까.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中 사드 보복 1년, 평창에 유커는 없었다
- "평양서 물빼기 중".. 北, 패럴림픽 응원단 안 보낸 이유
- 美 '대테러' 장관 닐슨, 평창 온다..트럼프 메시지는
- 'Josef Pwag' 김정은 브라질 가짜 여권에 숨겨진 비밀
- 박영선, 진중권에 "따끔한 조언 감사" 왜?
- 이은재 "겐세이" 발언에 정의당 "300이하 찍기 금지"
- 성추행 오달수 "엄지영·피해자A에 죄송, 처벌 받겠다"
- 디젤차 처음 만든 독일, 도심 운행 금지 하려는 이유
- 문정인 "한·미 연합훈련 전 북·미 타협 있을 수도"
- 비정규직부터 치는 한국GM, 군산 200명 해고 통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