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의 두얼굴] 애플 창업자도 당했다..가상통화 사기 '극성'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비트코인 사기로 8000만원 가량 손해
도난 신용카드 사용해 결제 후 코인만 빼가… 거래 되돌리지 못하는 점 악용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도 비트코인 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워즈니악은 26일(현지시간) 인도의 경제일간지 이코노믹타임스가 주최한 글로벌 비즈니스 서밋에서 이 같은 사기로 비트코인 7개를 잃었다고 밝혔다. 전 세계 가상통화(암호화폐) 시황을 중계하는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현재 1만426달러(약 1118만원)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연달아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워즈니악은 7만2000달러(약 7800만원) 이상의 손해를 본 셈이다.

워즈니악은 "나에게 사기를 친 사람은 도용한 카드 번호를 사용해 내 비트코인을 구매했다"라며 "카드의 본 주인이 카드 도용을 알아차리고 거래를 취소했지만 비트코인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거래가 한 번 이뤄지면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점을 악용한 사기인 셈이다.

그는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거래 내역과 소유자를 투명하게 알려주지만 사기까지 막아주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공동으로 창립한 그는 비트코인을 꾸준히 지지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비트코인이 700달러이던 초창기에 구매하기도 했다.

유명인을 사칭하며 보유한 가상통화 가격을 끌어올리려는 사기 행각들도 발견됐다. 바람몰이를 통한 '주가조작'인 셈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스페이스X 창립자인 일론 머스크를 사칭, 특정 주소로 가상통화를 보내도록 유도하는 트위터 계정이 다수 발견됐다. 최근 머스크의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주목받자 이를 이용한 사기를 벌인 것이다. 그 밖에도이더리움 개발자인 비탈릭 부테린 등 가상통화 업계 거물을 사칭하며 허위 정보를 퍼트리고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경우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이용한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가족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해 수천만원 상당의 가상통화를 챙기려 든 20대 남성 강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강 씨는 설 연휴 전까지 1500만원 상당의 가상통화를 지정된 전자지갑에 송금하지 않으면 가족 중 한 명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협박편지를 서울 시내 아파트 70여세대에 무작위로 보내 공갈미수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꼬드겨 피해자들로부터 380억원을 끌어모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비트코인 개념과 투자방식, 수익규모 등을 홍보하는 투자설명회를 열고 투자수익 180% 보장 및 투자자 모집 수당 지급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끌어들였다. 피해자는 대부분 가정주부와 퇴직자 등 가상통화 개념에 익숙치 않은 장년층이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