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MT리포트]"강남만 잡는다"는데..빗나간 강펀치, 집값 더 올랐다

이재원 기자 2018. 2. 2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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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文정부 4대정책 철학]②'강남=惡?'..'왜 강남에 몰리는지' 고민 부족한 정책 아쉬움

[편집자주] 지난 연말 이후 정부여당 핵심 관계자들은 ‘3+1’을 걱정하고 있다. ‘3’은 최저임금·부동산·가상통화 등 3개 현안을 뜻한다. ‘1’은 교육이다. ‘1+3’으로 부르며 교육을 앞에 두는 경우도 있다. 순서야 어떻든 이들은 문재인 정부 4대 현안으로 칭하며 그 철학을 고민하고 있다. ‘문사철’을 묻고 여당의 정책 콘트롤타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답을 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 받아든 첫 숙제가 부동산 정책이다. 집권 한 달여만에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유사 이래 가장 강력하다는 8·2 대책까지 쏟아냈다. 최근엔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재건축 시장도 숨통을 조인다. 참여정부 때 ‘부동산 정책’을 기억하는 시장, 그 때와 다르다는 문재인 정부의 힘겨루기다.

전장은 강남이다. 강남 부동산은 대한민국 전체의 1%도 안 되지만 정책의 99%가 ‘강남 집값’에 맞춰진다. 정부의 관심이 온통 강남에 쏠려있지만 집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가격을 보면 8·2 대책 직전인 지난해 7월 전용 76.5㎡ 한 채의 실거래가는 15억7000만원이었다. 8·2 대책 이후 주춤하던 가격은 올해 1월 18억원으로 올랐다. 문 정부 출범 직전과 비교하면 3억500만원, 8·2 대책 발표 직전과 비교하면 2억3000만원 상승했다.

정권 초 혹시나 했던 기대는 사라졌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향후 1년간 집값이 현재보다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46%였다. 8·2 대책 발표 직후 조사 결과(34%)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부동산 정책을 다시 검토해달라'는 청원이 수백건이다.

대책은 강남에 맞춰져 있는데 강남 집값은 오르고 비강남, 지방은 내린다. 정부는 왜 강남 집값에 집착할까. 정부 여당은 ‘견인 효과’를 우려한다. 강남 집값이 오르면 전국 부동산이 오른다는 걱정이다. 반대로 강남을 잡으면 다른 곳도 잡힌다는 믿음도 확고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부동산 부양 정책이 남긴 후폭풍과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도 있다. 또 강남이 투기의 진앙지라는 인식도 근저에 깔려있다.

두려움은 시야를 좁게 만들었다. 강남을 '악'(惡)으로. 강남에 살고자 하는 욕망을 '악행'으로 규정했다. 정책과 시장이 엇박자를 내는 가장 큰 이유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들은 몇 가지 의심이 되는 부분들만을 골라내 규제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다주택자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의심이 되면 다주택자 중과 정책을 내놓는 식이다. 실수요자에 대한 고려가 적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여러 가지 주택공급이나 세제 등을 정교하게 정책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견인효과도 강남 3구와 인접한 용산, 성동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한 여당 국토위 관계자는 "(8·2 대책 이후) 잠실 아파트는 20% 가까이 오르는 동안 금천구는 0.04%가 올랐다"고 지적했다. 강남과 타 지역 집값의 '디커플링'이 관측된 이상, 강남을 타깃으로 한 가격·수요 억제 정책은 힘을 잃는다.

정부는 강남을 ‘투기 수요’로 보지만 시장은 ‘실수요’의 집결이라고 맞선다. 강남 개발의 역사를 정리한 책 ‘강남의 탄생’의 저자인 강희용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은 "강남은 한국인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미움의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강 실장의 평가대로 여건이 된다면 누구나 살고싶은 곳이 강남이다. 인프라가 좋고, 직장도 몰려있다.

김우철 민주당 국토교통전문위원은 "강남에 등록된 회사 법인이 8만개이고 여기로 출퇴근하는 근로자가 60만여명"이라며 "작은 원룸이라도 누구나 직장 근처에 살고싶은 욕망이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주택공급 비율이 104%라고는 하지만, 이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 중대형 아파트가 대다수"라며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 공급 등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원 기자 kunhe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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