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김영철을 숨겨라 .. 롯데타워 전망대 방문도 취소

정용수 2018. 2. 2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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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대 여론 고려해 일정 취소"
신변 보호 이유로 동선 007작전
투숙 호텔서 종일 안 나오는 김영철
청와대·정부 고위급 줄줄이 찾아
일부선 "북한 관련 함구령 있었다"

방한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6일 오전 서울의 랜드마크인 잠실 롯데타워를 방문하려다 취소됐다고 정부 당국자가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당초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김영철 부위원장과 잠실 롯데타워 인근 호텔에서 오찬을 함께한 뒤 롯데타워 전망대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열렸던 장관급 회담 때의 관람 일정을 참고했다”며 “지상 123층에서 서울의 발전상을 함께 보며 속 깊은 얘기를 하려는 차원이었지만 북측 대표단의 안전을 고려해 외부 일정을 줄이기로 했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관람 취소는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지목받았던 김영철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한 조치라고도 한다. 이에 따라 김영철 일행은 투숙 중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종일 머물렀다. 그런 김영철을 정부 당국자들이 잇따라 찾았다.

이날 김영철의 롯데타워 관람 계획은 계획 자체는 물론 나중에 취소됐다는 사실까지 정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모두 비공개 상황에서 결정됐다. 정부가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김영철 숨기기’에 나선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25일 김영철이 내려온 후 동선과 일정을 놓고 ‘사후 공지’로 일관하고 있다. 일정이 끝난 뒤에야 ‘만남이 있었다’고 알리고 있다.

조 장관과의 오찬과 롯데타워 관람이 취소된 대신 김영철 일행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오찬 회동으로 만났다. 워커힐호텔 내 중식당에서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함께했다. 북한에선 김영철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찬을 겸한 남북 간 접촉은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사후에 청와대가 확인해 줬다. 이날 오찬 모임의 사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후 5시를 조금 넘겨서는 다시 천 차관이 워커힐호텔에서 나오는 장면이 취재진에 목격됐다.

‘사후 통보’는 25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김영철 접견은 청와대가 접견 뒤 서면 보도자료를 내며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접견한 뒤 조명균 장관이 김영철 일행과 만찬을 했지만 이 역시 통일부가 오후 10시가 지나서야 “1시간 동안 만찬을 했다”는 353자짜리 보도자료를 낸 게 전부다. 문 대통령의 접견에 김영철의 대화 상대인 조 장관이 빠졌지만 배경 설명조차 없었다. 정부 당국자는 26일에도 김영철의 동선과 일정에 대해 “사후에 일정을 알려 드리겠다”고만 설명했다.

김영철의 동선이 엄폐 작전을 연상케 하는 사전 비공개로 진행되는 데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이 사전에 우리 측과 일정을 협의하고 내려온 게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게 유동적이라 미리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얘기도 있다. 정부가 김영철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김영철 얘기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당국자들의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외교안보 부처의 한 당국자는 “김영철 및 북한과 관련해선 함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대대적인 보안감사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관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상대 측 인사의 신변을 보호하는 건 초청자의 의무이지만 자칫하면 불투명한 남북 접촉에 나선다는 역풍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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