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블록체인발 '디지털 국가혁명'

2018. 2. 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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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정지훈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암호화폐가 발행됐다. '폐트로'로 명명된 이 암호화폐는 발행 첫 날 8000억원 어치가 판매가 되는 등 초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물론 베네수엘라의 선택에는 최근의 극심한 경제난이 그 배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매우 심각해서 지난해에는 84%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전망은 더욱 암울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물가상승률이 1만300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 화폐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니, 현물인 석유를 담보로 발행한 암호화폐가 더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 어쩌면 그리 이상한 상황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블록체인이 국가의 인프라에도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국가혁명 수준의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와 같이 저소득층이 많고, 국가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가지고 있는 비용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는 장점으로 인해 이미 국가적 차원의 디지털 경제혁신을 성공적으로 한 사례는 많이 등장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수행된 세계어류센터(WorldFish Center)의 농업을 통한 수입증대와 영양과 관련한 프로젝트(Aquaculture for Income and Nutrition, AIN)에서 지역의 농부들에게 기술교육을 하고 약간의 급료를 줄 때 미국국제개발처(USAID)에서 개발한 mSTAR(mobile Solution Technical Assistance and Research) 프로그램을 활용해 모바일 지갑으로 직접 급료를 주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를 통해 참가한 농부들이 기존의 방식보다 급료를 받는데 걸린 시간이 15일이나 단축이 됐다. 사실 기간만 단축된 것이 아니다. 이런 개발도상국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겪기 쉬운 도난이나 부정사건 등과의 연루도 대단히 어려워졌고, 중간 단계를 거치는 것도 줄어들어서 전체 프로젝트의 효율도 크게 올라갔다. 필리핀의 이동통신사 글로브 텔레콤(Globe Telecom)의 GCASH 인프라도 비록 국제원조는 아니지만 비슷한 혁신의 결과가 있었다. GCASH는 일종의 모바일 화폐 서비스로 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모바일 커머스를 위해 G-Xchange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의 상당 수는 아마도 바로 블록체인 기술을 연상할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의 근간이 되는 기술로 알려진 블록체인은 중앙집중적인 관리체계 없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신뢰 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 금융과 정치, 사회를 혁신할 가능성이 있다. 다수의 블록체인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들은 이미 신뢰도 시스템이 안정화 되어 있고,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의 시스템을 흔들 때 잃을 것이 많은 선진국들 보다는 아프리카나 남미,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처럼 신뢰 네트워크를 사회에 구현하는데 어려움을 가진 여러 국가들에서 블록체인발 국가 또는 사회혁신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행할 때 타격을 받을 기득권자의 수와 세력은 작고, 사회적 이득은 거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마도 정치적인 결단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모바일 기술이 가져온 혁신을 적극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곳들이 늘고 있으며, 이런 국가들의 젊은 혁신가들이 민간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사회로 파고들어 간다면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그런 나라들을 혁신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우습게도 블록체인이 가져올 디지털 공화국의 전형은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글로벌 G2나 유럽 또는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가 아니라 현재 후진국으로 치부되는 여러 나라들 중 하나가 전면적인 혁신의 수단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에스토니아나 스웨덴, 덴마크와 같이 이미 사회의 신뢰시스템이 분산화돼 있으면서, 사회주의 정신과 신뢰자본의 크기가 큰 국가에서도 큰 이질감 없이 이런 기술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혁명은 금방 주변 국가들도 전파되게 될 것이다. 거대한 문명의 충돌은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기득권과의 충돌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렇지만, 그런 곳들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어쩌면 기존의 선진국들이 아니라, 새로운 혁명가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된 새로운 디지털 공화국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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