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해법' 애그테크 열풍..韓, 농지 급감에도 나몰라라

이유섭 2018. 2. 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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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 포착 드론 등 속속 등장 최첨단 기술로 곡물생산 확대..구글·알리바바 등 투자 급증
韓, 9년새 경지면적 8.5%↓..농업경쟁력 강화 시급한데 업계 반발로 기업 진출 막혀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 있는 에어로팜스 수직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제공 = 에어로팜스]
미국의 첨단농업 소프트웨어 회사인 애거포인트(AGERpoint)는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세 종류의 농작물 추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농장에 있는 모든 식물과 나무 위치·높이·밀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수확률 계산도 가능하다. 또 다른 기업인 모아시스(mOasis)가 만든 젤 타입 토양 첨가물을 사용하면 식물 뿌리 주변에 물을 저장하는 게 가능해진다.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3400여 개 농가를 연결해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생육 조건·곡물 가격·타 지역 농작물 가격 정보 등을 농부들에게 제공해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블루리버테크놀로지의 '상추로봇(LettuceBot)'은 상추 싹과 잡초 싹을 정확히 구분하고 제거한다. 프리시전호크(PrecisionHawk)는 해충을 포착하는 고해상도 카메라와 가축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적외선 센서를 장착한 농업용 드론을 만들었다.

이들은 모두 최근 수년간 전 세계 기업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최첨단 농업기술 기업, 이른바 '애그테크(AgTech·Agricultural Technology)' 기업이다.

세계 인구가 2050년이면 9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후변화와 산업화 등 영향으로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경작지 면적은 계속 줄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경지 면적은 전년 대비 1.4% 감소한 162만1000헥타르(㏊)였다. 2008년과 비교하면 8.5% 줄어든 면적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50년까지 70%의 식량 증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늘날 ICBM(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과 딥러닝·머신러닝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했고, 이것이 농업과 다양한 형태로 결합하면서 애그테크가 탄생했다. 이제는 인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주요 수단이자 유망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전 세계 애그테크 스타트업과 투자자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 애그파운더(Agfunder)와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4억달러에 불과했던 애그테크 투자 규모는 지난해 43억달러로 10배 이상 늘었다. 최근 4년간 누적 투자 금액이 150억달러에 달한다. 작년 기준 투자 건수는 6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신성장 동력을 찾는 글로벌 대형 농기업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종자업체인인 미국 몬산토와 세계 최대 농약 생산업체이자 세계 3위 종자업체인 스위스 신젠타 등은 2012년부터 계속 떨어진 곡물가격 등의 영향으로 수익 악화와 성장 정체를 겪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관련 업종 간 합종연횡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애그테크 기업 인수·투자가 활발히 진행됐다. 몬산토는 데이터 과학과 생물학적 제제(Biological formulation) 분야 기업을 주목했고, 신젠타는 미생물 연구에 관심을 쏟았다.

구글,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애크테크 투자 분야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구글벤처스는 지난해 애그테크 기업인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그래뉼러(Granular)에 각각 1500만달러, 1870만달러를 투자했다.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도 작년 미국 수직농장 기업 플랜티(Plenty)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임지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입 장벽이 높고 변화가 더뎠던 농업이 애그테크 스타트업이 진입하면서 역동적인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며 "특히 생물학적 제제 분야는 기술력 기반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도 하고 업계를 리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글과 소프트뱅크 등이 애그테크 분야에서 가장 탐내는 건 생산·저장·유통·처리 등 농업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빅데이터다. 어떤 농산물이 어떤 환경에서 얼마나 잘 자라는지, 어떤 온도에서 얼마나 오래 걸려 이동해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비용이 절감되는지 등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학습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오픈소스로 무상 공개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알리바바나 이케아처럼 자신들이 보유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상품 범주에 질 좋은 농식품을 추가하려는 목적인 경우도 있다. 이케아는 '실내 경작기(Indoor growing cultivators)'도 판매하고 있다.

한국은 사실상 애그테크 불모지로 남아 있다. 전통 농업계의 반발로 기업의 농업 분야 진출이 막혀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과거 LG CNS가 새만금 스마트팜 단지 조성 사업을 철회하고, 동부팜한농(현 팜한농·LG화학 자회사)이 유리온실을 이용한 수출용 토마토 생산을 포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유중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수석은 "산업 간 경계가 갈수록 무너지고 있는데 한국의 농업은 너무 오랜 기간 내부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니 좀처럼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IT 기업의 농업 분야 진출을 적극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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