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한 재즈 같아.. 제가 바로크 음악에 빠진 이유죠"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 바다는 공포에 휩싸이며 뱃사공은 무서워 움츠러든다. 여기서 포기하고 머물 수 없네, 결코 실망으로 시작하지 않으리!"
결혼을 약속한 연인은 따로 있는데, 왕은 자신의 왕비인 척하라는 명을 내린다. 난감해진 코스탄차는 자신의 운명을 폭풍우 치는 바다에 떠 있는 배에 비유하며 노래한다. 비발디 작곡의 오페라 '그리셀다' 중 2막에 나오는 아리아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폴 굿윈(62)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함께 무대에 선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29)는 팔색조 매력을 뿜어냈다. 빨랐다 느려지고, 저음과 고음이 엇갈리는 까다로운 곡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현재 가장 주목받는 소프라노임을 증명했다.
레즈네바는 비발디와 헨델 등 17세기 바로크 작품과 모차르트, 로시니 오페라에 특화한 가수다. 2010년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클래시컬 브릿 어워즈' 시상식에서 로시니 아리아를 부르며 샛별로 떠올랐다. 처음 찾은 한국 무대에선 헨델의 '사랑스러운 고독이여'를 시작으로 모차르트 아리아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까지 바로크 음악의 정수를 펼쳤다. 알찬 앙코르도 뒤따랐다. 레즈네바는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동문수학한 피아니스트 미하일 안토넨코(29)와 포르포라의 성가 '알렐루야'를 불러 청중을 사로잡았다. 서울시향 반주로 모차르트 아리아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와 헨델의 '울게 하소서'도 불렀다. 7만원 티켓으로 수십만원짜리 내한 리사이틀을 보는 듯한 만족감을 안겼다.
공연 이틀 전 광화문에서 만난 레즈네바는 한국 목욕탕에 흠뻑 빠져 있었다. "비행기를 오래 타면 몸이 바싹 마르는데, 오자마자 탕에 몸을 담그고 땀을 쫙 뺐어요. 오렌지색 스펀지로 가볍게 때도 밀었죠."
일곱 살까지 한인들 많이 살던 러시아 사할린섬에서 자란 레즈네바는 끼니때마다 김치를 먹고 레이스 달린 한국산 원피스를 즐겨 입었다고 했다. 음악에 소질 있는 딸을 교육하기 위해 부모는 모스크바로 이사했다. 열두 살 때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부르는 '비바 비발디' 음반을 들으며 바로크 음악에 매료됐다. 열여덟이던 2007년 엘레나 오브라초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 이듬해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완벽주의자'가 되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힘들 때마다 차이콥스키를 떠올렸죠. 그는 '가장 훌륭한 천재조차도 최고 아니 평균조차 미치지 못한다. 일에 미쳐 있지 않다면'이라고 했어요." 레즈네바는 "바로크 음악은 300년 묵었지만 할 때마다 신선하다"며 "악보 속 박자나 세기가 고정돼 있지 않아서 연주자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재즈 같아요. 리드미컬한 선율에 즉흥 연주까지 자유가 포함돼 있으니까요! 제가 바로크 음악에 미친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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