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C형 간염 감염 차단..국가검진 연계가 효과적

2018. 2. 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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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크게 줄인 신약 개발
환자는 약값의 30%만 부담
항체 검사 비용은 약 4000원"
━ 국가검진 필수 항목 시급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다. 간암의 주원인은 간염인데, 특히 C형 간염이 위험하다. C형 간염은 A형·B형 간염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는데다 환자의 70~80%가 만성 간 질환으로 악화한다. 대부분 초기 증상이 없어 간경변증·간암으로 진행한 뒤에야 발견된다. 다행히 C형 간염은 치료약의 발전으로 완치가 가능해졌다. 조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하면 완치율이 95%가 넘는다. 국가검진을 시행해 진단율을 높이는 것이 질환 퇴치의 지름길인 셈이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간에 염증이 생긴 질환을 말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체액이 상처 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전염되는 감염병이다. ▶오염된 혈액을 수혈받았을 때 ▶오염된 주사기·주사액을 공동 사용했을 때 ▶오염된 기구로 시술(문신·피어싱·침술 등)을 받았을 때 ▶정맥주사로 약물을 남용한 경우 감염될 수 있다. 20세 이상 성인의 약 1%가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항체 양성자)다. 이를 토대로 추정한 국내 환자 수는 약 32만 명이다. 이 중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6만5000명(20%)에 불과하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주현 교수는 “B형 간염 환자가 줄어드는 대신 앞으로 C형 간염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며 “C형 간염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변증·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급성 환자 70~80%가 만성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소수의 환자에서 피로감, 열감, 근육통, 소화불량, 오른쪽 상복부 불쾌감, 황달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은 검사받기 전까지 C형 간염인 줄 모른다. 문제는 한번 감염되면 환자 10명 중 7~8명이 만성 간염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만성 염증은 간세포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 현상을 일으켜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악화할 위험이 크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숙향 교수는 “급성 C형 간염 환자의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고 이 가운데 20~30%가 간경변증·간암에 걸린다”며 “C형 간염 극복을 위해서는 진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C형 간염을 진단하려면 두 단계를 거친다. 우선 혈액검사로 바이러스 항체가 있는지 선별한다. 항체반응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다고 모두 C형 간염은 아니다. 예전에 C형 간염 치료를 받은 적이 있거나 자연회복한 사람도 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 그 비율은 50% 정도다. C형 간염을 확진하려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항체반응 검사 결과가 양성인 사람을 대상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RNA) 검사를 시행한다. 여기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면 C형 간염으로 확진되고 유전자형에 따라 1~6형으로 구분한다.

다행히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최근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해 증식을 막는 치료제(DAA·Direct-acting Antiviral Agents)가 개발돼서다. DAA 치료제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다. 기존에 24~48주에 달했던 치료기간을 절반 이하(12주)로 줄인 데다 발열·근육통·우울증·갑상샘 기능 장애 같은 부작용을 개선했다. 기존 약의 치료 효과가 60%였다면 DAA 치료제는 95% 이상이다. 약값은 비싼 편이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 부담은 약제비의 30% 수준이다.

C형 간염 진단이 늦어질수록 간 질환은 악화되고 타인에게 전염시킬 위험성도 커진다.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려면 진단율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건강검진과 연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 40~65세 평생 1회 검진 효과 커

정숙향 교수는 최근 C형 간염 선별 검사(항체 검사)의 비용·효과성을 분석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40~65세를 대상으로 일생에 1회 선별검사를 하면 성인 인구 10만 명당 C형 간염에 의한 사망은 32명, 간암 발생은 24명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C형 간염 항체 검사 비용은 약 4000원”이라며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어 검진에 투입한 비용 대비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C형 간염은 아직까지 질병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대한간학회가 2013년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9명은 C형 간염 검사를 받은 적이 없거나 검사 여부를 모른다고 답했다. 김주현 교수는 “대표적인 만성 간 질환이 B형 간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C형 간염에 대한 질병 인지도가 낮았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검사를 도입해 시행하면 진단이 안 돼 치료하지 못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선 조기 진단·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예방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비위생적인 시술이나 무면허 의료시술은 받지 말아야 한다. 문신·피어싱·침술 등 시술을 받을 때는 시술 도구가 일회용품인지 꼼꼼히 체크한다. 가정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면도기·칫솔·손톱깎이 등 혈액이 묻을 수 있는 개인 위생용품은 가족끼리 공동으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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