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김어준 '미투 공작' 발언 사과해야"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2018. 2. 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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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옳지만 이용당하지 않게 경계하라'는 모순..2차 피해 입힐 수도"
(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방송 화면 갈무리)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문재인 정부와 진보 지지층에 대한 공작으로 흐를 수 있다는 방송인 김어준 씨의 발언을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김어준 씨가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입은 분들에게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금태섭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침에 지역 일정에 다녀왔더니 어제 포스팅에 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더군요. 뜨거운 관심과 비판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운을 뗐다.

"저는 미투운동과 관련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들은 참기 힘든 고통을 당하면서도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피해 사실을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분들이 그런 상황에 놓였던 것에는 저를 포함,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용기를 내서 앞에 나선 분들은 물론, 지금도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려고 망설이는 분들이 최대한 안심할 수 있게 해드려야 합니다."

앞서 김어준 씨는 23일 공개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예언한다. (미투 운동을 공작에 활용하려는) 누군가가 앞으로 나타날 것이고, 그 타깃은 결국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이라며 "그 관점으로 봤을 때 올림픽이 끝나면 틀림없이 그 방향으로 가는 사람 혹은 기사들이 몰려 나올 타이밍"이라고 말해 논란을 낳고 있다.

금 의원은 이튿날인 24일 '김어준의 발언,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일을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며 "피해자들의 인권 문제에 무슨 여야나 진보 보수가 관련이 있나. 진보적 인사는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어도 방어하거나 드러나지 않게 감춰줘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일자 금 의원은 이날 다시 한 번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이다. 그는 해당 글에서 "어제 포스팅이 페북에서 논란이 되고 나서 저는 모르는 분으로부터 카톡을 한통 받았습니다"라며 아래와 같은 카톡 내용을 전했다.
 
"의원님께서는 이재용 집행유예 선고 직후 JTBC 뉴스룸을 통한 서지현 검사 성추행 폭로 보도가 뭔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이번 사건을 JTBC에서 이재용 집행유예 선고에 대한 물타기로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적어도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4.19 혁명 당시 200여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장본인 홍진기/ 그의 아들 홍석현/ 그들이 소유한 JTBC에 의해 촉발된 미투운동이 여성 인권 고양이 아닌 또 다른 의도에 대해서도 면밀히 대응하고 생각해 보는 자세를 가질 것입니다."

◇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과 문재인 정부가 무슨 관련이 있나?"

(사진=금태섭 의원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금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저는 이런 태도야말로 우리가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김어준 씨의 발언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미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이용하려는 사람이 문제인데, 오독하고 비판한 것이 아니냐'라는 취지의 문제제기를 하셨습니다"라며 글을 이어갔다.

"바로 그런 생각에서 저런 카톡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이 '여성 인권 고양이 아닌 또 다른 의도'를 가진 JTBC에 의해 이용당한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많은 것을 걸고, 뻔히 보이는 고통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는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할 수 있는지, 혹은 앞으로 그럴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예언(!)할 수 있는지 저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김어준 씨 발언을 인용하면서 "글자 그대로만 보면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타난다는 '누군가들'은 분명히 피해자들입니다"라며 "김어준 씨는 그 피해자들(누군가들)로 인해 타겟이 될 대상으로(피해를 입게 될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을 얘기하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저는 이 부분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과 문재인 정부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왜 어렵게 용기를 내려는 피해자들에게 그런 말을 해서 상처를 주고 망설이게 해야 합니까"라고 지적했다.

"저는 직업상, 그리고 개인적으로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만큼 힘들어 합니다. 김어준 씨의 저 발언을 본, 아직까지 피해사실을 얘기하지 못한 피해자들 중에는 '내가 나서서 피해사실을 밝히면 어떤 사람들은 나로 인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이 타겟이 된다고 생각하겠구나. 내가 댓글공작을 꾸미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금 의원은 "제가 받은 카톡은 바로 그런 내용입니다. 그래서 제가 김어준 씨의 발언을 비판한 것입니다. 지금도 힘든 피해자들을 한번 더 망설이게 만드는 말이기 때문"이라며 "'미투는 옳지만, 이용당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말은 그럴 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혀 앞뒤가 안 맞는 말이고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그것은 마치 '서지현 검사의 고발은 보호되어야 하지만, 혹시 JTBC가 이재용의 집행유예 판결에 대한 비판을 무마해 보려고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의 카톡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8년간 고통을 당하다가 용기를 내서 피해를 고발한 사람에게 우리가 그런 말을 해야 할까요."

그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고통당해 온 피해자들을 조금이라도 힘들게 하는 언사는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어제 올린 포스팅을 내리라는 분들도 있던데, 그간 저에게 성폭력 피해를 털어놓고 힘들어하던 피해자들의 얼굴을 떠올릴 때 저는 조금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김어준씨가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입은 분들에게 사과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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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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