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여철 "경총에 與개입 사실무근..내 통화기록 다 뒤져보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 선임에 정치권이 개입했다고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얘깁니다. 한번 내 통화기록 다 뒤져보세요."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이 '경총 회장 선임 과정에 여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25일 정면 반박했다. "일부 언론들이 소설을 쓰고 있다"고도 일갈했다.
윤 부회장은 경총 부회장으로도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으며, 경총 신임 회장을 결정하는 전형위원회 6인 중 한 명이다.
지난 22일 제49회 경총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에 내정될 것으로 알려졌다가 최종 낙마한 박상희 전 의원(현 미주금속 대표)은 자신의 선임 반대를 주도한 인사로 윤 부회장을 지목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與의원과 연락 전혀 없었다, 전형위원들 모두 '황당'"=윤 부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확정되지도 않았던 박 전 의원 추대설에 이번 정치권 개입설까지 나와 전형위원들이 다들 황당해 하고 있다"며 "언급되는 여당 H의원과는 전혀 관련도 없고 연락한 바 없다"고 확인했다. H의원과 청와대 측도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박 전 의원은 낙마 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배척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배후설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전형위는 "경총이 위기에 빠진 상태에서 (경륜이나 네트워크 측면에서) 적임자가 아닐 뿐"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고위관료 출신인 박병원 경총 제6대 회장을 빼곤 모두 회원사 기업 경영자였는데, 박 전 의원이 대구경총 회장을 맡고 있을 뿐 한국 경총 회원(서울 경총)이 아닌 점도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총은 전국 경총의 상위 조직이라기보다는 서울 지역 회원사들의 조직이고, 이 조직이 전국 경총을 대표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한국경총의 회원이 아닌 대구경총 회장이 서울경총 회장을 맡는 것과 같은 모양새여서 한마디로 '자격론' 문제가 대두됐다. 경총은 한국경총을 비롯한 15개 전국 지방 경총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회원수는 4285개(2017년 7월 기준)이다.
이는 대한상의 회장과도 비슷하다. 대한상의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이 관례적으로 맡고 있으며, 서울상의의 회원이 서울상의 회장을 맡으면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되는 형식이다. 대구경총 회장은 한국경총 회장의 자격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도 경제 5단체 중 중소기업중앙회가 별도로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을 대기업 대(對) 중소기업 간 갈등 프레임으로 보기보단, 차라리 독립채산제로 별도 운영되는 서울 경총과 지방 경총의 헤게모니 다툼으로 보는 게 적절하단 의견도 높다.
◇박병원 "어디서 언론플레이냐" 박상희에 호통=김영배 전 상임 부회장은 지난 9일까지만 해도 기자와 만나 "지방 경총들도 박 전 회장 연임을 강력 촉구했다"고 전했었는데, 총회 전날 돌연 박 전 의원의 내정을 알렸다.
이와 관련 윤여철 부회장은 "지난 19일 회장단 모임에서 확정된 건 전형위원 빼곤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21일 박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갖고 취임 일성을 내놓기까지 했다.
"경총 수장은 경영자가 맡아야 한다"며 연임을 극구 고사하다 안팎의 권유로 막판까지 고심해오던 박 전 회장은 지난 21일 박 전 의원의 내정 보도가 나오자 곧장 사무실 짐을 쌌다.
그 이후 비공개 총회에서 보다 못한 박 전 회장이 박 전 의원에게 "아직 임명되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언론플레이냐"고 호통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경총 전형위 구성은 전적으로 당시 회장이 권한을 행사한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이 박 전 의원 낙마, 김 전 상임부회장 퇴임을 결정하는 데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7일 결정, '손경식 카드' 유효 "80세 고령 약점"=전형위는 오는 27일쯤 비공개 전형위 회의를 갖고 새 제7대 경총 회장을 선임한다. 여러 구설수도 나왔지만, '손경식 CJ 회장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윤 부회장 설명이다.
손 회장은 그간 '경제단체 회장 후보 단골 1순위'로 꼽혀왔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후보 물망에도 올랐었다. 능력도 탁월하지만, 이재현 CJ 회장의 외삼촌으로 "재계 오너이면서도 오너가 아닌"게 손 회장의 장점이다.
그는 2005~2013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위상을 높여오다, 이 회장이 비자금 수사로 구속되자 '구원투수'로 회사 일에만 전념했다.
CJ그룹 한 관계자도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손 회장이 다시 대외 활동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CJ는 범삼성가로 노조가 없었지만, 물류업체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노사 이슈와 얽혀있다.
다만 1939년생으로 80세에 가까운 고령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상임부회장으로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도 지난해부터 하마평에 올랐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 상임 부회장은 경총 살림을 도맡기도 해 내부 승진자가 적합하단 의견도 있다.
신임 회장 선임 이후 경총 사무국 '인적 청산' 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윤 부회장은 "이번 내홍의 배후에 대한 조사를 벌여,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한편, 박 전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회장단 1차 회의에서 신임 회장으로 추대된 것 자체는 명백한 사실"이라며 "언론 플레이는 없었고 할 생각도 없었다. 다시 추대되더라도 수락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장시복 기자 sibok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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