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24시간 영업 어찌하나" 딜레마에 빠진 정부

오종탁 입력 2018. 2.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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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업계 현실 고려해 수정한 시행령 개정안 내달 중 확정
점주 부담 줄이고자 내놨지만 고객 불편·매출 감소 우려 나와
"자율에 맡겨라" vs "그럴 거면 왜 편의점 하나" 논쟁도

(사진=CU,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365일 24시간 의무 영업 때문에 가장 힘들다. 그냥 가맹점주 자율에 맡겨라."(일부 편의점 가맹점주) "편의점이 24시간 영업을 안 한다면 슈퍼마켓과 다를 게 뭐냐. 그리고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어 놓고 일반 자영업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편의점 가맹본부)

정부가 편의점 심야영업 제한 시간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현행 오전 6시까지에서 7시 또는 8시까지로 늘리겠다던 계획안은 일단 전면 수정키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가맹점주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추진했지만 고객 불편과 매출 감소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손질에 나선 것.

25일 정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업계 현실을 고려해 수정ㆍ보완한 편의점 심야 영업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내달 중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가 막바지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시행령 개정이 완료된다.

규개위는 문제가 된 심야영업 시간대를 ▲원래처럼 오전 1~6시로 하거나 ▲오전 0~6시 정도로 절충하거나 ▲계절(하절기, 동절기)에 맞춰 신축적으로 적용하는 등 여러 방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편의점 가맹본부 등 업계는 원상 복구를 원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다. 정부 입장에선 대대적으로 내놓은 규제책을 아예 무를 순 없어 제3의 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안(공정위 초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꼼꼼히 살펴본다고 했는데 놓친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관련한 의견도 상당수 들어왔다"면서 "제시된 여러 의견을 토대로 수정ㆍ보완해 3월 내 모든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지난해 7월 공정위가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초안)을 발표한 이후 받은 지적의 대부분은 편의점 심야영업 제한시간대 관련이었다. 현재는 직전 6개월 간 영업 손실이 발생했거나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5시간 동안의 심야 영업을 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를 고쳐 직전 3개월 간 해당 사례가 확인된다면 심야 영업 7시간 단축이 가능토록 한다고 초안에 명시했다. 오전 1~6시로 돼 있는 심야 시간대는 오전 0~7시 또는 오전 1~8시로 바꾸겠다고 예고했다.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이렇게 하면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고충이 줄고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여파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정위는 기대했다. 그러나 편의점 가맹본부는 물론 점주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공정위 개정안이 고객 불편과 매출 감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공정위 안에 손님이 많은 출근 시간대가 심야 시간으로 돼 있어 심야 영업 단축을 신청하려던 점주들조차 고민에 빠졌다"며 "소비자들 역시 매일 아침 이용하던 편의점이 닫혀 있으면 불편과 혼란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점주는 "편의점 매출 비중이 주로 여름에 높고 겨울엔 낮은데 고작 3개월을 관찰 기간으로 두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시행령 개정안 수정 소식이 들리자 일각에선 "정부든 가맹본부든 편의점 문 여는 시간을 간섭하지 말고 점주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어차피 개별 가맹점주들이 영업 상황에 대해 가장 잘 알 텐데 재량껏 영업 시간을 조율하면 가장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편의점 가맹본부들은 24시간 영업은 편의점업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선을 긋는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그 이름처럼 소비자 편의를 최우선으로 한다"며 "(가맹점주 자율 영업 등에 따라) '근처에서 언제든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소비자 편의가 제한돼버리면 편의점 업태는 성장을 멈추고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맹점주들이 24시간 영업을 하기 싫다면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하고 일반 슈퍼마켓 형태로 운영하면 그만"이라며 "가맹본부로부터 상품, 노하우 등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완전히 간과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 규제 속 신규 출점을 자제하던 차에 최저임금 인상, 심야영업 시간 손질 움직임 등 악재를 맞고 있는 편의점업계는 그야말로 울상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지난해(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된 뒤 주요 편의점 가맹본부들은 속속 대규모 상생안을 내놨다. 가맹점주들과 최저임금 인상분을 분담하기 위해서다. 앞서 한창 성장세를 구가하던 편의점들은 이제 덩치 불리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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