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면 과학 동시 14] 운명대로 사는 식물의 일생

윤병무 시인 2018. 2. 2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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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을 위한 덧말 ​ 움직일 동(動) 자를 쓰는 동물과 달리, 심을 식(植) 자를 쓰는 식물은 말뜻대로 대부분 한자리에서 붙박여 자라면서 생활합니다.

벌, 나비 같은 곤충들이 꿀을 찾아 이 꽃 저 꽃을 옮겨 날아다니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정시켜 생겨난 씨앗들이 산들바람에 실려 날아간 곳이거나, 노루 같은 초식동물이 삼킨 씨앗이 멀리 가서 배설된 곳이거나, 여러 동물의 털에 달라붙은 씨앗이 다른 곳에 떨어져서 우연히 자리 잡게 된 곳이 그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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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의 이름​
  _윤병무

    해를 닮은 꽃이 해를 향해 피어서
    이름이 해바라기예요
    해바라기 이름을 하나 더 지어 볼까요?

    꽃잎 모양이 햇볕 같아 보이고
    꽃밥 모양이 샤워 꼭지 같아 보여서
    햇볕 샤워라고 이름 붙이겠어요

    억새는 갈대보다 억세 보이지 않아서
    그 둘의 이름은 뒤바뀐 것 같아요
    그래도 이름이니 어쩔 수 없지요

    이참에 억새 이름을 새로 지어 볼까요?
    억새밭은 바람을 대신해 춤추는 듯하니
    바람 춤이라고 이름 붙이겠어요

    누군가 지어 줘서 이름 없는 식물 없으니
    풀이든 나무든 이끼든 해초든 식물은
    곳곳에서 제 이름대로 제멋대로 자라요

GIB 제공

초등생을 위한 덧말

움직일 동(動) 자를 쓰는 동물과 달리, 심을 식(植) 자를 쓰는 식물은 말뜻대로 대부분 한자리에서 붙박여 자라면서 생활합니다. 벌, 나비 같은 곤충들이 꿀을 찾아 이 꽃 저 꽃을 옮겨 날아다니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정시켜 생겨난 씨앗들이 산들바람에 실려 날아간 곳이거나, 노루 같은 초식동물이 삼킨 씨앗이 멀리 가서 배설된 곳이거나, 여러 동물의 털에 달라붙은 씨앗이 다른 곳에 떨어져서 우연히 자리 잡게 된 곳이 그곳입니다.

땅에서 사는 식물은 크게 구분하면 ‘풀’이거나 ‘나무’입니다. 풀은 벼, 옥수수, 콩, 토마토, 호박, 나팔꽃처럼 한해살이를 하거나 감자, 바나나, 구절초처럼 여러해살이를 합니다. 일년생이라고도 일컫는 ‘한해살이’는 봄에 싹이 나서 그해 가을에 열매를 맺고 시들어 죽는 식물입니다. 반면 다년생이라고도 부르는 ‘여러해살이’는 싹을 틔우고 2년 이상 사는 식물입니다.

GIB 제공

풀은 한해살이이거나 여러해살이이지만, 모든 나무는 여러해살이입니다. 대부분의 나무는 병충해나 재해를 입지 않거나 나쁜 환경에서 자라지만 않으면 대개는 동물들보다 오래 삽니다. 그중 비교적 수명이 짧은 나무로는 다 자라도 키가 2미터가 안 되는 관목(떨기나무)에 속하는 개나리, 진달래, 앵두나무 등이 있습니다. 반면에 소나무나 은행나무처럼 수백 년에서 천 년 넘도록 사는 나무도 있습니다.

풀 중에서는 보통의 식물들처럼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지 않고 독특하게도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종류도 있습니다. 이를 ‘수생 식물’이라고 하는데 물 수(水), 살 생(生)이라는 한자 이름대로, 그 이름의 뜻은 ‘물에서 사는 식물’입니다. 부레옥잠, 개구리밥, 남개연 등이 수생 식물입니다.

방금 얘기한 부레옥잠, 개구리밥같이 뿌리를 종이배처럼 물에 띄우고 생활하는 식물도 있지만 수련, 마름, 연꽃처럼 대부분의 수생 식물은 물 밑바닥의 땅에 뿌리를 내린 채 붙박여 삽니다. 수생 여부를 떠나 모든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삽니다. 그런데 나무들 중에는 산비탈이나 바위 틈 같은, 살아가기 힘든 곳에 뿌리를 내린 경우도 있습니다. 하필 경사면에 씨앗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비스듬히 자라는 나무의 뿌리는 제 줄기와 가지를 지탱하느라고 얼마나 힘들까요. 그러니 식물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자리를 옮길 수 없어서 운명적인 환경에 묶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에서 [생활의 시선]과 [때와 곳]을 연재했다.

[윤병무 시인 ybm19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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