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또 달렸다. 아시아의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 이승훈(30)이 따낸 금빛 환희는 열정과 집념으로 뛴 3만7400m 대장정 끝에 완성됐다.
이승훈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매스스타트는 이승훈이 8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가장 공들인 종목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중 맨 마지막에 일정이 잡혀있는 매스스타트 출전을 위해 이승훈은 총 4개 종목에 도전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주종목이었던 1만m와 5000m에 이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팀 추월, 그리고 현재의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에 출전했다.

24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딴 대한민국 이승훈 선수가 환호하며 세리머니를 하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11일 5000m로 시작된 이승훈의 일정은 사흘 쉰 뒤 15일 1만m로 이어졌다. 그리고 21일 팀 추월에 나섰다. 세 명이 총 8바퀴, 3200m를 돌아야 하는 팀 추월을 8강부터, 준결승, 결승까지 세 차례 뛰었다. 이날 하루 9600m를 달렸다. 그리고 이틀 쉬고 24일 나선 매스스타트 역시 준결승과 결승을 뛰었다.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매스스타트를 2경기 뛰어 이날은 1만2800m를 달렸다. 그렇게 2주 동안 이승훈은 얼음 위에서 7차례 레이스를 치르며 3만7400m를 달렸다.
이승훈은 한국나이로 올해 서른 한 살이다. 이승훈보다 두 살 많은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도 여전히 ‘빙속황제’로 뛰고 유럽의 많은 30대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신체조건이 상대적으로 약한 아시아 선수로서 이승훈은 8년 동안 고른 종목에서 세계 최강권을 유지하고 있다. 은메달을 따낸 팀 추월에서도 아직 10대인 김민석(19), 정재원(17)과 호흡을 맞췄다. 공기저항을 막아내며 페이스를 끌어야 해 가장 힘들다는 맨앞자리에서 레이스의 절반 이상을 소화해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강팀 사이에서 당당히 시상대에 섰다.
이승훈은 지치지 않았다. 종목을 거듭할수록 더 강해졌고 자신이 만들어낸 성적으로 다음 종목에 대한 자신감을 충전했다. 그리고 매스스타트를 바라봤다.
이승훈이 현재의 주력 종목에만 집중하지 않고 4개 종목을 모두 뛴 것은 과거 주종목에 대한 애착과 도전 정신 때문이었다. 5000m와 1만m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따냈던 종목이지만 현재는 메달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여기며 출전했다. 그럼에도 모든 종목에 최선을 다해 달렸고 이승훈은 8년 전 밴쿠버의 기록까지 뛰어넘으며 5000m 5위, 1만m 4위에 올랐다. 그리고 팀추월 2위에 이어 매스스타트에서 1위로 3만7400m 레이스를 통해 시상데 가장 높은 곳을 정복했다.
스물셋에 만든 기록을 서른하나에 넘어설만큼 이승훈은 여전히 강한 체력과 지구력을 갖고 있었다. 생애 두번째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아시아 선수 사상 가장 많은 5번째 동계올림픽 메달인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통해 이승훈은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증명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