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영은 왜 오염된 땅을 좋아하나

반기웅 기자 입력 2018.02.24. 17:18 수정 2018.02.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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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폐기물매립지나 오염된 공장 부지 헐값에 사들여 대규모 주택단지 조성해 떼돈

분양가 부풀리기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구속됐다. 이 회장의 각종 혐의와 별개로 그동안 부영의 경영방식은 세간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 왔다. 임대주택사업과 부동산 투자의 잇따른 성공으로 20조원 규모 공룡이 된 부영의 또 다른 틈새전략은 ‘오염된 땅’에 대한 공격적인 ‘베팅’이다. 폐기물 매립지나 오염된 공장 부지를 싸게 매입한 뒤 대규모 주택단지를 조성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부영은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사세를 키웠다.

회삿돈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 김창길 기자

중금속 오염 불구 ‘나몰라라’ 공사 진행 부영이 지난 2000년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에 지은 5756세대 규모 아파트는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던 인견사 생산공장인 원진레이온 부지에 세워졌다. 이황화탄소와 황화수소 가스 중독으로 공장 노동자 8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637명에게 장애 후유증을 떠안긴 공장이 있던 자리다.

잇따른 사고로 1993년 원진레이온 공장이 문을 닫자 ㈜부영은 3년 뒤 동광주택 등 관계사 4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3670억원에 47만㎡에 달하는 공장 부지를 사들였다. 부지 매입을 마무리지은 부영은 곧바로 아파트 건설공사에 착수했는데 원진레이온 산업재해 피해자협회에서 부지 내 토양오염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사는 1년 만에 중단됐다. 제기됐던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남양주시가 해당 부지에 대해 토양 관련 전문기관인 광업진흥공사에 의뢰해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부지에서는 톨루엔이 검출됐고, 납과 6가 크롬이 토양오염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 부지는 산성ㆍ중금속에 오염된 현 상태로 아파트를 지을 경우 콘크리트가 부식돼 건물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염 사실이 외부로 공개되자 부영은 그제서야 오염 정화작업을 벌였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당시 부영은 공사과정에서 부지가 폐기물 매립으로 오염됐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누군가 문제 삼지 않았다면 부영은 아무런 정화작업도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화작업 이후 서둘러 공사를 진행한 부영은 대규모 분양으로 목돈을 거머쥐었다. 최근에는 해당 아파트와 관련해 건설공사 대금 가운데 일부가 이 회장의 비자금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년 가까이 된 분양사업을 두고 아직까지 뒷말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부영이 오염된 땅에 짓고 있는 아파트는 또 있다.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의 옛 한국철강 마산공장 부지에 들어선 4298세대 규모 ‘창원월영 사랑으로’ 아파트다. 지난 2003년 ㈜부영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한국철강으로부터 공장터 24만7000㎡를 1600억원에 사들였다. 창원시(당시 마산시)는 아파트 승인과정에서 경희대 지구과학연구소에 토양오염 조사를 의뢰했고, 조사 결과 이 땅 역시 인체에 치명적인 비소와 크롬, 카드뮴 등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부영의 부지 매입 이후 10년 넘게 오염된 채 방치되고 있는 옛 진해화학 부지 / 반기웅 기자

환경단체 정화작업 요구엔 소송으로 대응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등 지역시민단체는 아파트를 짓기 전 토양 정화작업을 시행하라고 요구했지만 부영이 내놓은 대답은 ‘소송’이었다. 부영은 매입 당시 토양오염 여부를 몰랐을 뿐만 아니라 정화비용은 땅을 판 한국철강 책임이라는 게 요지였다. 결국 정화작업 비용부담 주체를 놓고 2007년부터 긴 법정 다툼이 이어졌고 결국 정화작업은 부영이 책임지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소송 과정에서 재판부는 부영이 원진레이온 공장 부지를 매입했을 때에도 토양이 중금속으로 오염돼 강산성으로 드러났던 전력을 지적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부영은 2014년 토양 정화작업에 착수해 1년여 만에 작업을 마무리했다. 분양이 한창인 이 아파트에 부영이 매긴 가격은 3.3㎡당 900만원이 넘는다. 부영은 10년 넘게 오염된 땅을 방치하고도 금싸라기를 안게 된 셈이다.

화학비료를 생산하던 창원 옛 진해화학 공장 부지도 부영이 사놓고 방치해온 오염된 땅이다. 부영은 지난 2003년 아파트 건립을 목적으로 창원시 진해구 옛 진해화학 부지 51만4717㎡를 감정가의 60% 수준인 668억원에 매입했다. 2007년 경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의 토양오염 조사 결과 기준치를 넘는 불소, 니켈 등이 검출됐고 각종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시는 2007년부터 부영 측에 지속적으로 토양 정화조치를 명령했지만 부영은 수차례 고발당해 벌금형에 처해지면서도 정화작업을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부영주택의 전 대표이사 김모씨는 토양환경보전법 및 수질ㆍ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결국 부영은 2016년 10월부터 토양오염 정화작업에 착수했는데, 지난해까지 정화작업을 완료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창원시는 내년 2월까지 오염 정화작업을 완료하라는 명령을 재차 내린 상태다. 부영 관계자는 “올해 안에는 폐기물 처리를 포함한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완료할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원시는 부영 측의 약속이 이번에도 ‘공약’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부영은 정화작업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것 같다”며 “고발당해도 벌금액수가 적다보니 미적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오염 정화작업은 부영 입장에서 급한 일이 아니다. 당장 분양사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정화작업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부영은 이미 다른 곳에 벌여놓은 사업이 많다”며 “요즘 분양시장이 좋지 않아 아파트 단가 높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땅을 그냥 버려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택시장이 살아나 분양가를 높일 수 있을 때가 돼야 아파트 공사를 위한 정화작업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부영의 부지 매입 이후 10년 넘게 오염된 채 방치되고 있는 옛 진해화학 부지 / 반기웅 기자

이중근 회장 구속, 송도 테마파크 빨간불 부영이 오염 정화작업을 미루는 동안 2차 오염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해당 부지 인근에 사는 최만식씨(75)는 “공장 돌아갈 때는 공장에서 나오는 가스 때문에 피해를 봤는데, 지금은 분진에 악취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화를 한다는데 제대로 안 하고 눈가림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방치된 폐석고에서 나온 침출수가 바다로 유출되고 있어 오염피해가 크다”며 “이런데도 부영에서는 어떻게든 돈을 안 쓰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궁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영의 ‘오염된 땅’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부영은 지난 2015년 인천 연수구 일대 92만6951㎡에 달하는 옛 대우자동차판매 부지를 3150억원에 사들였다. 해당 부지는 당초 감정가 1조481억원에 책정돼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이 거듭되면서 부영은 ‘헐값’에 부지를 손에 넣었다. 부영은 이 부지에 7479억원을 들여 테마파크(유원지)를 조성하고 그 옆에 도시 개발과 함께 아파트 4960세대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1980년대 비위생매립지였던 해당 부지 역시 오염된 땅이다. 지난해 시료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벤젠, 납, 비소, 아연, 불소 등 6개 항목이 토양오염 우려기준(2지역)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부지의 오염 사실은 지난 2008년 대우자동차판매가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일단 부영 측은 오는 5월까지 해당 부지에 대한 토양오염 정밀조사를 마무리짓고 절차에 따라 오염 정화작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부영 관계자는 “사업 추진 여부를 떠나서 이 부지는 정화가 필요하다”며 “정밀조사를 하고 정화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양오염 정화작업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관할구청인 인천 연수구 관계자는 “토양오염 정화작업 시기는 사업 진행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실제 착공 시기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언제 작업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송도 테마파크ㆍ도시개발사업은 부지 헐값 매입과 잇따른 사업기간 연장, 토양오염 정화에 대한 석연치 않은 행정조치까지 각종 특혜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잡음이 나올 때마다 이 회장은 해당 사업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히며 사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달 이 회장이 구속되면서 테마파크와 도시개발(아파트)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부영 측은 회장 구속과는 별개로 계획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사업이 백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오염부지는 또다시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사업을 추진할 오너가 구속되면서 테마파크는 물론 부영이 약속한 다른 개발사업들도 중단될 것으로 본다”며 “부영으로서는 사업 진척이 안되는 상황에서 부지 정화작업에 나서지 않을 핑계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부영 측은 문제가 제기된 사업지는 부영이 공급한 28만여 세대 가운데 일부이며 매입 당시에는 부지 오염 여부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부영 관계자는 “오염정화를 힘들게 해왔고 정화 작업으로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며 “사업 진척이 늦어져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부영 측은 또 “높은 분양가격을 받기 위해 사업지를 방치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염 처리 과정에서 사업 추진이 늦어졌고, 해당 사업지만 토지가격이 상승한 것이 아니라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주택도시기금 독식한 부영, 부동산 ‘큰손’ 부상>

부영은 오랜 기간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을 독식해 왔다.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부영과 부영의 계열사 동광주택이 공공임대주택사업을 위해 지원 받은 주택도시기금은 4조원이 넘는다. 전체 기금 규모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정부 지원으로 임대아파트를 세운 부영은 해마다 임대료를 인상률 상한선인 5%씩 인상해 입주민의 원성을 샀다. 부영이 정부 특혜를 악용해 자사 배불리기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입주민의 민원과 특혜 시비 속에서도 부영은 꾸준히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임대주택사업을 통해 부영은 현금 보유율을 높였다. 두둑한 현금 주머니는 부동산 투자로 이어졌다. 2016년 삼성생명 태평로 본관과 삼성화재 을지로사옥을 매입했고, 인천 송도에 소재한 포스코건설 송도사옥을 3000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KEB하나은행 을지로사옥(옛 외환은행 본점)을 9000억원을 들여 손에 넣었다. 땅에 대한 투자 역시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부영은 한국주택토지공사(LH)로부터 2조3598억원어치 분양용 사업용지를 사들였다. LH부지 외에도 서울 중구 삼환기업 소공동 호텔 부지와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 등 시장에 나온 각종 큰 부지들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단숨에 부동산 ‘큰손’으로 뛰어올랐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