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부족한 의지력을 탓하지 마세요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18. 2. 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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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통제력, 즉 바람직한 목표나 상태를 성취하기 위해 이에 방해가 되는 욕구를 자제하는 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었다. 예컨대 눈 앞에 맛있는 마시멜로우나 갓 구운 쿠키를 보여주고 ‘조금 기다리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했을 때 십분여를 더 기다렸다가 하나를 더 받는 아이와 그렇지 않고 바로 먹어버리는 아이들 사이에 이후 성적 등에서 차이가 나타났다던가, 일반적으로 자기통제력이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건강하고 각종 사고나 알콜중독, 범죄 등을 덜 저지르게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Tangney & Baumeister, 2004). 

사회생활 또한 자기통제를 많이 요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Vohs et al., 2005). 예컨대 먹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남의 음식을 함부로 빼앗지 않고, 눕고 싶다고 해서 아무데서나 드러눕지 않고,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함부로 주먹질을 하지 않고 심지어 웃어 보이는 것 모두 이후의 결과를 고려해서 스스로의 행동을 절제하는 흔한 예다. 만약 자기통제를 하나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매너가 상실된 무뢰한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자기통제는 목표 성취와 사회생활 등에 중요한 부분이지만 문제는 무조건 애쓴다고 해서 잘 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식욕이라는 궁극의 욕구를 억제하고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경우 무조건 식욕을 억누르며 자기통제력을 풀 파워로 가동하는 것과, 다른 여러가지 방법(맛있고 저칼로리인 식단을 고안하거나 고칼로리 음식에 주의가 가는 경우 주의를 돌릴만한 다른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등)을 통해 굳이 자신과 싸울 일을 만들지 않는 것 중 무엇이 더 다이어트 성공확률을 높일까? 로이 바우마이스터 등의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능력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중요한 기술인 동시에 그 자체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아주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Baumeister et al., 2007). 

최근 사회 및 성격심리과학지(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실린 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자기통제의 특징이 나타났다(Milyavskaya & Inzlicht, 2017). 연구자들은 학생들로하여금 이번 학기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예, 성적을 올린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를 네 가지씩 정하게 하고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유혹이 있었는지, 그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자기통제), 정신적으로 얼마나 지쳤는지를 물었다. 이후 학기 말에 자신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물었을 때, 유혹을 뿌리치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한 정도는 목표 성취와 유의미한 상관이 없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보다 자기통제에 많은 노력을 쏟든 쏟지 않든,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눈 앞에 맛있는 쿠키가 있거나 집중해서 공부해야 하는데 친구들이 놀러가자고 하는 등 자신이 속한 환경에 일반적으로 얼마나 많은 방해가 있었는지 또는 본인이 평소 얼마나 쉽게 유혹에 빠지는지가 목표 성취와 더 큰 관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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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환경에 방해요소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유혹을 뿌리치려고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렇게 자기통제력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정신적으로 더 많이 지쳐있는 경향을 보였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고 할수록 목표달성과 상관 없이 피곤해지기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방해 요소가 많은 척박한 환경에서 혼자 처절히 싸워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일면 다들 어느정도 자신과의 싸움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자 바우마이스터는 결과적으로 자기통제를 잘 해내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통제를 시도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자신과 싸울 일을 애초에 별로 만들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는 아침에 눈을 뜨면 무의식적으로 반쯤 자면서도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지하철을 타는 것처럼 ‘계단을 보면 무조건 걸어 올라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스트레칭을 한다’ 같은 습관을 만들어서 자기통제를 ‘자동화’ 시키기를 권장하는 학자들도 있다(Achtziger et al., 2008). 

인간의 의지력이란 원래 약점이 많은 것이기 때문에 나는 왜 이렇게 의지력이 약할까 탓하지 말자. 그보다 지금 나의 환경에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소들, 예컨대 목표 외에도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아 주의가 분산된다거나, 스트레스가 많다거나, 잠이 모자라거나 밥을 제대로 먹고있지 못하는 등 이미 너무 많은 욕구를 억누르고 있다거나, 또는 자신과의 싸움이 과한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닌지 등을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Achtziger, A., Gollwitzer, P. M., &Sheeran, P. (2008). Implementation intentions and shielding goal striving from unwanted thoughts and feeling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4, 381-393.

Baumeister, R. F., Vohs, K. D., & Tice, D. M. (2007). The strength model of self-control.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6, 351-355.

Milyavskaya, M., & Inzlicht, M. (2017). What’s so great about self-control? Examining the importance of effortful self-control and temptation in predicting real-life depletion and goal attainment.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8, 603-611.

Tangney, J. P., Baumeister, R. F., & Boone, A. L. (2004). High self‐control predicts good adjustment, less pathology, better grades, and interpersonal success. Journal of Personality, 72, 271-324.

Vohs, K. D., Baumeister, R. F., & Ciarocco, N. J. (2005). Self-regulation and self-presentation: regulatory resource depletion impairs impression management and effortful self-presentation depletes regulatory resourc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8, 632-657.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하고 있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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