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춘제 연휴에만 158조원 소비.. 어떻게 썼나

양정대 2018. 2. 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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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춘제를 기념하기 위해 중국 산둥지역에서 폭죽을 이용해 용춤을 선보이는 모습. 신화망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ㆍ설) 연휴가 지난 15일 시작돼 21일 마무리됐다. 연인원 30억명의 대이동으로 중국 대륙 전체가 들썩인 지난 일주일간 유통 및 요식업계 매출만 작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9,260억위안(약 158조원)에 달했다. 도대체 중국인들은 이 ‘거금’을 어디에 쓴 걸까.

중국 상무부가 23일 발표한 ‘춘제 연휴 소비 데이터’에는 중국인들의 달라진 소비 성향이 반영돼 있다. 우선 설 맞이 용품의 경우 친환경적이고 스마트한 제품들의 구매가 부쩍 늘었다. 유기농 잡곡과 녹색야채, 계절과일, 보건식품 등 녹색ㆍ건강류 식품의 판매가 15.3% 가량 증가했다. 이제 중국인들도 경제적 수준의 향상에 따라 친환경ㆍ유기농 농산물과 건강보조식품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졌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보석과 액세서리, 의류 등 전통적인 인기 품목들의 소비가 줄어든 건 아니다. 전반적으로 소비 자체가 증가세에 있다는 얘기다.

큰 명절을 맞아 스마트TV, 건조 기능을 갖춘 세탁기, 로봇 청소기, 정수기, 식기세척기 등 첨단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가정도 13.8% 증가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급증하고 있는 신모델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최첨단 기술을 장착한 정보기술(IT)제품의 판매 호조세도 뚜렷하다. 올해는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충칭(重慶) 등 대도시는 물론 중국 IT분야의 산실로 급성장하고 있는 구이저우(貴州)성의 관련제품 매출 규모도 29.2%나 증가했다.

제사ㆍ제야음식 배달 주문도 그야말로 폭주했다. 중국에선 추시(除夕ㆍ음력 섣달 그믐날) 저녁 무렵 가족들이 모두 모여 제사상을 차려놓고 송구영신과 가정의 만복을 축원한 뒤 함께 밤을 새우는 전통이 있다. 그런데 근래 들어선 제사음식을 직접 만드는 대신 전문업체에 주문해 배달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온 가족이 밤을 새우는 함께 먹을 녠예판( 夜飯ㆍ제야음식)도 마찬가지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전역에서 음식 배달업체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었는데 산둥(山東)ㆍ후베이(湖北)ㆍ하이난(海南)ㆍ랴오닝( 寧)성 등지에선 그 폭이 10%를 훌쩍 넘었다.

여기에 더해 올해에는 요리사가 가정을 방문해 맞춤형 제야 요리를 직접 만들어주는 경우도 많아졌다. 상하이와 장쑤(江蘇)ㆍ광둥(廣東)ㆍ저장(浙江)성 등지에선 요식업체나 대형 음식점이 제야음식 ‘테이크 아웃’ 서비스를 실시하거나 전문 요리사를 출장방문시켜 소비자가 구비해놓은 재료를 갖고 즉석에서 주문 요리를 제공했다. 상무부는 이 같은 출장 요리나 테이크 아웃 서비스의 시장 규모가 매년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광이나 영화 관람, 전시회 참관 등 연휴를 즐기는 패턴도 다양화하고 있다. 이번 데이터에 따르면 특히 춘제 기간에 영화를 관람하는 게 새로운 풍속도가 된 듯한 모습이다. 설날 당일부터 닷새 간 중국 전역에서 영화 박스오피스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0%나 증가한 46억위안(약 7,837억5,0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 ‘전랑(戰狼)2’에 이어 이번에도 중국 특수부대의 예멘 철수작전을 다룬 ‘홍해작전(紅海行動)’ 등 애국주의 영화 열풍이 이어졌다.

섬여행이나 빙설관광, 건강ㆍ휴식여행 등 다양한 테마의 관광소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국적인 바다 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 하이난, 세계적 관광명소인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의 구이린(桂林), 오랜 기간 중국의 수도로 문화유적이 풍부한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등을 찾은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헤이룽장(黑龍江)ㆍ요녕성을 찾는 빙설관광객이나 스키장 이용객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베이징의 룽탄( 潭)을 비롯해 춘제맞이 장터인 묘회를 찾는 관광객과 전국 각지의 주요 박물관ㆍ전시관을 찾는 광광객도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 관계자는 “중국인들도 전반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춘제에 과거처럼 귀향전쟁만 치르는 게 아니라 문화ㆍ관광 등 여가생활 즐기고 최첨단 소비를 경험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우리의 산업계나 관광업계도 이 같은 추세에 맞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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