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사반장]단서는 없다..최면수사로 사라진 7세 김양을 찾았다

박성우 기자 입력 2018.02.24. 10:42 수정 2018.02.24. 11:43

김양(7)이 사라졌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7년 전 입양 갔던 김양의 행방이 묘연했다.

실종아동 김양의 친어머니 A씨가 서서히 최면에 빠졌다.

이렇게 '김양의 조건'과 일치하는 아동을 추리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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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7)이 사라졌다. 지난달 경기도교육청은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불참한 67명 아동의 소재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7년 전 입양 갔던 김양의 행방이 묘연했다. 범죄에 노출됐을지도 모르는 상황. 교육청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시작부터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친모 A(38)씨는 2011년 남편과 이혼하면서 당시 생후 6개월인 김양을 인터넷을 통해 입양 보냈다고 했다. 양부모의 신원도, 입양기록도 없었다. 손종욱 경기 시흥경찰서 실종수사팀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최면 수사로 범인 몽타주를 확인, 결국 검거에 성공한 ‘성공 사례’가 떠올랐다.

한편으론 김양의 행방을 모른다는 A씨 말만 전적으로 믿을 수도 없었다. 그의 심리도 한번 분석해 볼 필요가 있었다. 실종팀 대책회의에서 손 팀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최면수사 한번 받아보면 어때?”

드라마 시그널에서 형사 차수현(김혜수)이 연쇄살인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최면수사를 받고 있다./ tvN 드라마 시그널 캡처

실종신고 19일째. 지난달 31일 서울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범죄분석실에서 친모 A씨에 대한 최면 수사가 시작됐다. “천천히 심호흡하세요. 긴장하지 말고...힘을 뺀다 생각하세요.” 범죄수사실 수사관이 유도문을 읽어 내렸다. 실종아동 김양의 친어머니 A씨가 서서히 최면에 빠졌다.

최면 수사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A씨의 경우에는 실종지로 추정되는 현장 사진, 입양 관련 서류 같은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기억의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신속히 최면 수사를 의뢰했던 까닭에 A씨의 기억은 온전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윽고 수사관은 7년 전 기억을 자극하는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눈을 감은 채 A씨가 입을 뗐다. “OO식당! OO식당에서 (양부모를) 만났어요.” 그는 양부모를 만났던 주변의 도로 모습, 동행했던 인물 같은 추가 정보도 진술했다. 두뇌 밑바닥에 잠들어 있던 ‘기억 조각’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 순간이었다. 국과수는 A씨가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조선 DB

수사에 속력이 붙었다. 경찰은 A씨의 기억을 토대로 조사 지역을 경기도의 6개 시군(市郡)으로 압축했다. 수사팀은 이 6개 지역의 2011~2012년 출생자 5200여 명의 출생신고 서류를 전수(全數)조사했다. 의료기록을 살폈고, 방문조사도 병행했다. 이렇게 ‘김양의 조건’과 일치하는 아동을 추리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지난 2월 19일. 마침내 수사팀은 경기도 모처에서 입학 준비를 하고 있던 김양을 찾았다. 실종 42일 만이었다. 김양의 행방이 불투명했던 것은 양부모가 출생신고를 새롭게 했기 때문이었다. 김양은 새로운 이름으로 살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경찰은 김양과 관련한 아동학대·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왔는지 조회했다. 다행히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김양의 양부모는 호적정리를 위한 법률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모 A씨는 “생사조차 알 수 없던 내 딸이 양부모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서 감사하다”며 경찰에 고개를 숙였다.

손종욱 팀장은 “김양이 잘살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뒤에야 안심이 되더라”라면서 “아이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어머니에게 전할 때, 범인을 잡는 일보다 더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찰은 2009년 경찰수사연수원에 교육과정을 개설해 최면 수사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경찰에는 수십 명의 최면수사관이 활동한다. 현재 도주 용의자 특정, 뺑소니 사건 추적 등 다양한 사건 현장에서 최면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