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잘사는 나라에 메탈 밴드가 많은 이유

피용익 입력 2018. 2. 24. 06: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012년 '이데일리 여성경제포럼(WEF)' 참석을 위해 방한한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한국 경제와 여성의 역할에 대한 내용으로 인터뷰를 마친 후 헤어지면서 한 마디 건넸다.

딱딱한 인터뷰를 마치고 형식적인 악수만 나누기 어색해서 던진 질문이었는데 할로넨 전 대통령은 신이 나서 대화를 이어갔다.

핀란드에서 태어난 타르야 투루넨은 18살 때 스웨덴으로 건너가 헬싱키예술대학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성악을 전공한 음악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타르야 투루넨 시절의 나이트위시 (사진=나이트위시)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지난 2012년 ‘이데일리 여성경제포럼(WEF)’ 참석을 위해 방한한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한국 경제와 여성의 역할에 대한 내용으로 인터뷰를 마친 후 헤어지면서 한 마디 건넸다.

“타르야라는 이름이 핀란드에 흔한가요? 제가 아는 핀란드 뮤지션 중에 타르야 투루넨이라는 사람이 있거든요.”

딱딱한 인터뷰를 마치고 형식적인 악수만 나누기 어색해서 던진 질문이었는데 할로넨 전 대통령은 신이 나서 대화를 이어갔다.

“성악을 하다가 헤비메탈을 하는 여자 가수 말이지요? 밴드 이름이 뭐였더라, 나이트위시 맞지요? 지금은 밴드에서 나와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할로넨 전 대통령의 설명은 정확했다. 핀란드에서 태어난 타르야 투루넨은 18살 때 스웨덴으로 건너가 헬싱키예술대학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성악을 전공한 음악인이다. 촉망받던 성악가였던 그는 핀란드로 돌아와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심포닉 메탈 밴드 나이트위시의 보컬로 활동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현재는 솔로 가수로 활동 중이다.

“대통령님도 헤비메탈을 들으시나요?”

“핀란드에선 많은 사람들이 헤비메탈을 듣습니다. 나이트위시는 아주 유명하지요.”

헤비메탈은 경제 양극화로 인해 소외된 영국 공장지대 청년들에 의해 탄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잘 사는 나라’에 더 많은 헤비메탈 밴드가 존재한다. 단순히 국가의 경제력뿐 아니라 교육·복지 수준이 높은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시티 랩과 마틴 프로스퍼리티 인스티튜트(MPI)는 2014년 연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헤비메탈 밴드의 수와 국가 부(富)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주민 10만명 당 메탈 밴드의 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덴마크 등 주로 북유럽 국가들에 인구당 메탈 밴드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17년 발표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들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위에서 17위까지 상위에 분포돼 있다.

특히 인구당 메탈 밴드 수는 1인당 GDP(상관계수 0.71) 외에도 기업가 정신(0.66), 대졸 이상 성인 비율(0.68), 삶에 대한 만족도(0.60) 등의 항목과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진행한 리처드 플로리다 박사는 “헤비메탈은 불만이 많은 노동계층의 전형적인 음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되고, 내성이 강하며, 지식 기반인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북유럽의 춥고 긴 겨울이 헤비메탈 음악의 특유한 정서와 맞다는 주장도 있고, 헤비메탈의 폭력성이 바이킹으로 대변되는 스칸디나비아의 역사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에 비해 언론인 마크 에이미스는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 수준을 주목했다. 그는 “노르웨이의 경우 단조롭고, 배려심이 깊고, 경건한, 매우 답답한 사회”라며 “국민들은 지루함이라는 진짜 고통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헤비메탈이 혜택받은 사회의 반작용으로 풍요로운 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프라를 이유로 꼽기도 한다. 대중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은 “부유한 국가들은 이런 장르(헤비메탈)가 번창하는 데 필요한 미디어와 소비자가 많을 뿐 아니라, 젊은 음악인들이 메탈과 같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음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여력이 많다”고 해석했다.

피용익 (yoniki@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