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축사' 한시연장했지만.. 불씨는 여전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2018. 2. 2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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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화 기준 등 여전히 불분명.. 축산업계·시민사회 "정부 더 적극 나서야"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기한이 축산농가의 반발 속에 1년 이상 추가연장됐다. 하지만 기한 연장을 요구하던 축산업계도, 규제를 강조하던 시민단체도 모두 기한 연장만으로는 적법화를 이룰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축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 논란의 뿌리는 2014년 4대강 감사에서 비롯한다.

당시 감사원은 4대강 수질 악화 원인 주범으로 무허가 축사의 가축 분뇨를 지목했고, 2015년 분뇨 처리 시설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도록 가축분뇨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각 축산 농가들이 무허가 축사의 분뇨처리 시설을 반드시 설치하고, 불법 증·개축 건축물을 없애도록 한 뒤 적법 판정을 받도록 했다.

이와 함께 농가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기한을 설정했는데, 가장 먼저 돌아오는 대형 농가의 유예기한이 바로 다음 달 24일이다.

전국 12만 축산농가 가운데 무허가 축사만 약 4만 6천여곳, 이 가운데 다음 달 24일까지 적법화를 마쳐야 하는 농가 수는 3만 1천여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적법화를 마친 8천여 곳과 적법화 진행 중인 1만 5700여 곳을 합친 약 2만 4천 농가를 제외한 나머지 30% 가량의 농가는 적법화를 시작조차 못한 셈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 22일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기간 운영지침'을 발표하고,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의지가 있는 농가에 한해 보완·이행기간을 1년 이상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얼핏 3년의 기한 동안 축사 개선을 마치지 못한 농가들의 잘못으로 비춰지지만 사정은 복잡하다.

적법 판정을 받기 위한 절차에 관련된 법은 건축법과 하천법, 농지법 등 26개에 달하다보니 파악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제 농가들의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다.

농식품부 이재욱 식품산업정책실장도 이행기간 연장을 발표하면서 "다른 법과 얽혀 있는 부분들이 (적법화 이행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저희들도 파악하고 있다"며 "법률 개정을 해야 될 부분도 있고 유권해석으로 풀 부분도 있는데 1년 기간 내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하천이나 국·사유지에 축사 부지가 포함되는 경우 등 적법화 과정이 까다롭거나 거의 불가능한 사례도 곳곳에서 발견됐지만 정부도 지자체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더구나 이번 기한 연장 결정에서 지자체 별로 조례 개정이나 이행기간 연장 등에 대한 권한을 떠맡긴 셈이어서 지역 별로 혼란이 더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이대로라면 지자체가 조례 등을 앞세워 법적 다툼으로 끌고 갈 경우 정부가 내놓은 행정지침만으로는 농가가 반드시 패소할 수밖에 없다"며 "실효성이 낮은 이번 유예기한 연장은 정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관련 부처 간에, 혹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책임 떠넘기기로 3년의 시간을 보냈다"며 "국무총리 산하로 TF를 설치하거나, 관련 법을 추가로 개정하는 등 적법화 과정과 기준을 일원화하고, 이를 위해 이행기간을 더 늘려야만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생명 관련 시민단체들도 이와 같은 혼란을 빚은 근본 책임은 정부와 지자체에 있다는 데에는 축산업계와 의견을 같이 한다.

이미 법 개정 직후부터 인허가 절차도 복잡하고, 축사 변경 과정에 소요될 경제적 부담도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법 개정으로부터 1년 8개월이 지나서야 세부 실시요령을 안내하는 등 늦장 행정으로 일관하며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환경오염이나 동물복지 문제는 물론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축 전염병을 예방하고 지속가능한 축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적법화 과정을 더 미룰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부총장은 "무허가 축사 적법화는 지속가능한 축산업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라고 강조하면서 "더 나아가 가축사육허가제를 더욱 강화하고 동물복지농장를 확대하도록 해야 축산업의 안전성과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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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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