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나라는 달라도 우린 한국인, 애국가 부르면 가슴이 찌릿
아이들은 매년 40여 차례 무대에 오른다. 큰 무대에도 자주 섰다.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식 무대에 섰고, 2016년엔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미국 UN 본부에서 공연을 했다. 한국 천주교 230주년이었던 지난해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기념 미사에 앞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무대가 익숙한 아이들에게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무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개막식 당일까지 속초에 있는 콘도에서 합숙하며 리허설에 참여했다.
지민(10)이는 “일본에 계신 외할머니ㆍ외할아버지가 TV에 생중계된 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 전화하셨다고 했다”며 뿌듯해했다. 엄마가 러시아 출신인 박찬솔파벨(13ㆍ인천삼산중1)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무대에 선 그 느낌은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평소엔 합창단 동생ㆍ친구들과 장난을 많이 치는데 공연 복장인 한복을 입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애국가는 어떤 의미일까. 이라크 출신인 자이드(12ㆍ서빙고초 6)의 가족은 전쟁을 피해 11년 전 한국에 이민을 왔다. 자이드는 “한국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나라이자 오래도록 살고 싶은 나라”라고 말했다. "애국가를 부를 때면 심장이 찌릿찌릿해져요."
처음 들어올 때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던 아이도 합창단에서 보낸 시간이 쌓일수록 달라졌다. 장 단장은 “입단할 때만 해도 장래 희망을 물으면 ’없다‘고 말하던 아이가 노래를 부르면서 점점 변해간다. 따돌림을 당해 '한국에 살기 싫다'고 말하던 아이 얼굴에 생기가 돌아오는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최근 패션계에서 ‘대세’로 떠오른 패션 모델한현민(17)과 배유진(15)도 레인보우 합창단을 거쳤다. 배유진 양은 모델로 활동하면서도 합창단 동생들을 만나기 위해 연습 때마다 함께하고 있다. 그는 “8년여를 합창단에서 보내 아이들이 모두 가족같다”며 “합창단에서 얻은 자신감은 모델로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장 단장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유진이한테 ‘너 몇살까지 합창단 나올 거니’ 물었더니 ‘시집가서도 나올건데요’ 하더라”며 웃었다.
긍정적으로 바뀌는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들의 만족감도 크다. 중국 출신인 최춘선(45)씨는 “다문화 가정 자녀라는 이유로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는데 합창단 활동하면서 활달해진 덕분인지 정말 잘 지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단원들도 그렇고,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한국어와 부모의 모국어까지 2개 국어는 기본으로 한다”며 “한국과 다른 나라를 잇는 인재가 될만한 조건을 가졌다”고 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북돋워 주면 나라에 큰 보물이 될 소중한 우리 아이들입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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