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스스로 기회를 잡은 '게구리' 김세연

이시우 입력 2018. 2. 2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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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구리' 김세연이 오버워치 리그 상하이 드래곤즈에 입단했다. 여성 게이머로서는 오버워치 리그 입성이 처음 있는 일이기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김세연은 이전에도 한 차례 주목받은 바 있다. 지난 오버워치 에이펙스 시즌4에서 락스 오카즈 소속으로 대회에 나섰을 때였다. 당시에도 에이펙스 무대를 밟은 첫 여성 게이머여서 화제가 됐다.

사실 김세연의 에이펙스 데뷔에는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 락스 선수 한 명이 로스터 마감을 앞두고 휴식을 핑계로 팀을 나가는 바람에 락스는 후보 선수 없이 6인 로스터로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이전까지 김세연의 선발 여부는 불투명했지만 반 강제로 전 경기를 소화하게 되면서 자신의 실력을 뽐낼 기회를 얻게 됐다. 당시 김세연은 탱커로서 준수한 실력을 뽐냈지만 특출 나지는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락스 오카즈가 해체됐고, 김세연은 소속팀 없이 홀로 연습에 매진했다. 커뮤니티나 SNS 상에서 의도치 않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결국 오버워치 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김세연의 상하이 입단 소식을 접한 뒤 실제 그의 실력이 어떤지 궁금했다. 에이펙스 시즌4 이후에는 실력을 엿볼 공개적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A팀 감독은 김세연에 대해 "선수들에게 물어봤더니 모두 리그에 갈만하다고 하더라. 다들 잘하는 선수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B팀 감독은 김세연이 여성 선수임을 의식해 "그만한 선수는 많다"고 평가했다. 이 말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남성 선수들 수준의 실력은 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국내 오버워치 선수들의 경기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김세연 역시 그 반열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김세연은 인성으로도 합격점을 받았다. 첫 소속팀이었던 이홈에서 세 시즌 연속 에이펙스 본선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팀 관계자는 김세연에 관해서만큼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성이나 게이머로서의 자세 모두 바르다는 평이었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나 관계자 대부분이 칭찬하고 있지만 여전히 김세연이 '여성이기 때문에' 오버워치 리그 입성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 선수 영입에 대한 메리트는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합숙 생활을 하는데 있어 남성 선수들이 기존의 자유분방한 행동들을 절제해야 하고, 말 한 마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방도 따로 써야하는 등 기회비용 측면에서도 여성 선수 영입은 플러스보다 마이너스 요소가 많다. 그러니 김세연의 영입은 그러한 단점들을 모두 극복할 정도의 가치가 있기에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상하이는 현재 11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최악의 팀 분위기 속에서 스테이지1과 같은 사전 준비기간도 없이 곧바로 합류해 쉽지는 않을 테지만 만약 김세연이 합류한 뒤로 상하이가 첫 승리를 따낸다면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은 또 없을 것이다.

상하이의 현재 전력으로 봤을 때 김세연 역시 당분간은 패배에 익숙해져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태껏 힘든 과정들을 겪고 세계 최고의 무대에 올랐기 때문에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김세연이 진정한 상하이의 구원투수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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