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한민국'과 '영미야~'.. 인기+성적 다 잡은 컬링

임성일 기자 2018. 2. 2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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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8대7로 승리를 거둔 후 관중을 향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2018.2.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강릉=뉴스1) 임성일 기자 = 23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는 야구나 축구, 농구 등 인기 스포츠의 경기장에서나 봄직한 응원 문구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팀킴 결승 가즈아', '헐', '영미야♥' 등이 적힌 피켓들과 태극기가 함께 펄럭였다.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이 이 경기장을 찾았다면, 한국에서 컬링을 인기스포츠로 생각할 정도였다. 한국 컬링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성적과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스킵 김은정을 비롯해 김영미(리드), 김선영(세컨드), 김경애(서드), 김초희(후보)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이 23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단체전 준결승에서 연장까지 치르는 혈전 끝에 8-7로 승리,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소 은메달 확보다.

한국은 조별예선에서 유일한 패배를 안긴 일본에 멋지게 복수하면서 올림픽 두 번째 출전 만에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에 컬링 규정집과 컬링 교재 등이 들어온 게 1988년이고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창립된 것이 1994년이다. 컬링 불모지와 같던 나라에서 올림픽 첫 메달을 캐냈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조별예선 2차전에서 일본에게 패한 뒤 나머지 7경기를 다 이겼고 이날의 4강전까지 파죽의 8연승 중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이런 좋은 결과와 함께 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회 전까지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종목인데 이제 국민들과 호흡을 함께 하고 있다.

올림픽 일정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4강전은 팬들이 기대하는 최고의 매치로 꼽혔다. 준결승이라는 높은 고지에서 펼쳐지는 한일전이라는 배경도 좋았지만 '팀 킴'에 대한 관심 자체가 커졌다. '마늘 자매' '국민 영미' '안경 선배' 등 여러 신조어를 탄생시킨 '팀 킴'을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컬링센터를 찾았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관중들이 먼저 그 유명한 '영미'를 외쳤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8대7로 승리를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2018.2.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김영미는 컬링 대표팀에서 스톤을 가장 먼저 던지는 리드 역할을 맡는 선수다. 스톤을 먼저 던지고 나면 다른 선수들이 스톤을 던질 때 바닥을 닦는 스위핑을 해야 하는데, 이때 김은정 스킵의 지시를 많이 받는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라 김은정 스킵은 '영미~!'라는 이름만으로 지시를 내린다.

빨리 닦아야할 때는 옥타브가 올라간다거나, 잘 가고 있을 때는 '영미'의 뉘앙스를 부드럽게 해 변화를 준다. 때문에 김영미는 '국민 영미'라는 애칭을 얻었고, '영미 작전'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팬들도 이런 상황을 다 알기에 관중석에서 '영미'를 외칠 수 있었다. 그만큼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른 형태로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시청자도 많았다. 한일전이 한창 진행되던 이날 밤 포털사이트 검색어는 온통 컬링과 관련된 단어들로 도배됐다. '컬링 점수계산', '컬링 영미' '컬링 규칙' '김영미' '일본 컬링' '후자시와 사츠키' '김경애' '컬링' '김은정' 등이 검색 순위 상위권을 휩쓸며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컬링센터에 모인 팬들은 중반 이후 엔드가 끝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응원을 펼쳤다. 9엔드에서 일본이 2점을 획득해 7-6 턱밑까지 쫓아왔을 때는 더 크게 외치면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10엔드에서 일본이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연장으로 접어들었을 때, 그래서 일본 원정 팬들이 '니폰'을 외치자 질 수 없다는 듯 더 큰 '대~한민국'이 경기장을 감쌌다. 한 남성은 홀로 큰 소리로 '영미야~ 오빠왔다'라면서 힘을 주었다.

그 기운 덕분에 컬링 여자대표팀은 결승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은정 스킵의 마지막 스톤이 성공되면서 8-7 짜릿한 승리가 확정됐을 때 모든 관중들이 일어서서 '대~한민국'을 합창했다. '국민 주문'이 될 것 같은 '영미야~'와 함께 컬링이 인기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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