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해자에게 치욕을 증언자에게 명예를'..광장 울린 '미투' 운동

김찬호 기자 2018. 2. 2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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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3일 오후 서울 신촌동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주최로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공개 발언대회 ‘달라진 우리는 당신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강간문화의 시대는 끝났다’가 열렸다. /김영민 기자

“여성들이 자신이 당했던 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개하면 세상이 변한다.”

성범죄를 폭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지지하는 공개발언 대회가 23일 서울 신촌동 유플렉스 앞 버스킹 무대에서 열렸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날 오후 7시40분쯤 ‘달라진 우리는 당신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강간문화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주제로 공개발언 대회를 열었다. 이날 모인 50여명의 시민들은 즉석에서 ‘우리는 몇몇 괴물이 아닌, 구조를 바꾼다’ ‘여자를 함부로 만져도 되는 세상을 끝내자’ ‘가해자에게 치욕을 증언자에게 명예를’ 등의 문구를 손팻말에 작성해 들었다.

조금 뒤 시작된 공개 발언에서 참가자들은 직장, 교회, 학교 등 일상에서 만연한 성범죄 사례를 폭로하며 ‘법이 성폭력으로부터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을 성토했다.

직장 상사의 성희롱 등으로 지난해 회사를 그만뒀다는 ㄱ씨는 “아무렇지 않게 여직원들의 외모를 비교하는 문화가 직장 내 만연해 있다”며 “이런 말을 들은 피해자들이 스스로의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계 ‘미투’ 운동을 주도해 온 탁수정씨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공개할 때 가해자로부터 무고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되지 않을까 걱정한다”며 “한국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법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 참가자 장길완씨(25)는 “남성인 내가 혹시라도 공동체 등에서 성차별적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고민했다”며 “미투·위드유 운동 참여를 통해 사회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들을 뿌리뽑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이날 마지막 순서로 공개 발언에 나선 ㄴ씨는 “2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 때도 똑같은 자리에 서서 발언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누군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네가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다’ 등의 말들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ㄴ씨는 “그들은 변하지 않겠지만 이제 우리가 변했다”며 “더 이상 피해를 폭로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두렵지 않다. 너희들은 끝났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1시간 가까이 이어진 공개 발언을 마치고 연세로 일대를 행진했다. 이들은 “싸우는 우리가 있기에 변화는 시작됐다” “우리는 끝내 이길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행렬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미투·위드유 운동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25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연극 관객들이 연극계 성폭력에 반대하고 미투 운동에 지지를 표명하는 ‘연극 뮤지컬 관객 위드유’ 집회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 예정이다. 내달 4일엔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앞두고 여성단체연합이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말하기 대회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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