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왜]116석 한국당, 6석 정의당 노회찬 집중공격

허남설 기자 입력 2018.02.23. 20:40 수정 2018.02.2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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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례적으로 논평·회의 발언 총동원해 노회찬 비판나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물타기’, 사법개혁 견제 포석 관측
116석 거대야당 자유한국당이 6석 정의당의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을 최근 집중공격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그 배경으로 ‘권성동 물타기’와 ‘여권 주도 검찰개혁 견제’를 꼽는다.

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노 의원 ‘흠집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정의당이 소수정당·비교섭단체라서 바른미래당 등과는 달리 국회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지도 못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꽤 이례적인 상황이다.

노 의원 보좌진 출신이 최근 법무부 5급 사무관으로 채용된 게 발단이 됐다. 한국당은 김진태 의원을 필두로 이 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다. 노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점을 들어 피감기관에 자신의 비서를 ‘꽂았다’는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법사위 회의에서 이 의혹을 처음 공개하면서 법무부를 향해 “큰일 낼 사람들이다. 노 의원이 맨날 편들어주고 ‘우리 직원이 로스쿨 나왔다’고 하니까 채용해준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지목한 그 사무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채용청탁은 없었다”고 직접 해명했지만, 한국당은 문제제기를 멈추지 않았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민들이 납득할 때까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22일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 중 한 꼭지를 이 사안에 할애하는 것으로 가세했다.

노 의원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010년 천안함 폭침을 주도했다는 설에 대해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측이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고 하자, 한국당은 이 말도 덥석 물었다.

김 원내대표는 23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 부위원장 방한을 두고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와중에도 화살을 노 의원에게 돌렸다. 김 원내대표는 “노 의원이 아무리 법사위원이고 전문 피의자라고 해도 자신의 경험을 되살려 김영철에게조차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이대고 무료변론에 나설 일은 결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홍지만 대변인은 ‘노 의원은 누구를 비호하고 있는가’란 논평을 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연합뉴스

한국당이 이처럼 노 의원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큰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뭘까. 노 의원은 법사위원장인 한국당 권성동 의원을 곤혹스럽게 만든 강원랜드 채용비리 재수사에 대한 ‘물타기’ 성격이 짙다고 봤다. 노 의원은 23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물타기하는 측면도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당연한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한국당에서 나온 관련 문제제기와 논평에서도 강원랜드 채용비리 건을 거론하고 있다. “당신들(법무부)이 무슨 공정한 사회를 외치고 채용비리에 대해 수사할 자격이 있나”(김진태 의원·21일), “과연 법무부가 채용비리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나”(김성태 원내대표·22일), “자기 편이 하면 정상채용이고 남의 편이 하면 특혜채용인가”(장제원 수석대변인·22일) 등이다.

다른 배경으로는 노 의원이 검찰 개혁을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란 점을 꼽는다. 사개특위는 현재 민주당 7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정의당 1명(노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바른미래당이 기본적으로 중도·보수 성향이지만 사안에 따라 캐스팅보터 역할을 무기로 삼을 것이란 점에서 보면, 검찰개혁에서 민주당과 입장이 가까운 노 의원의 존재가 한국당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 1월 사개특위를 구성할 때도 비교섭단체 몫 1석을 당시 바른정당과 정의당 중 어느 곳에 배분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정의당을 ‘민주당 2중대’로 보는 한국당으로선 이 자리가 정의당에 돌아간 것이 달가울리 없다. 한국당은 사개특위 산하 검찰개혁소위와 법원·법조·경찰개혁소위를 구성하기 위한 여야 협의에서도 검찰개혁 소위에 노 의원 배제를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결국 한국당의 노 의원 채용비리 의혹 제기엔 향후 사개특위 활동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법사위원에 더해 사개특위 위원 특히, 그토록 원하는 검찰 개혁 소위 위원으로 들어갈 자격이 있는가”라고 했다.

이미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한국당 염동열 의원이나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국민의당 송기석 전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 ‘자격 시비’에 휩싸인 바 있다. 노 의원은 23일 사개특위 회의에서 염 의원을 겨냥해 “오염된 칼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보수시민단체 등이 노 의원을 검찰에 고발할 경우, 사개특위가 검찰개혁을 다루기 때문에 한국당이 “검찰에 고발돼 수사를 받을 수도 있는 사람이 사개특위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느냐”는 똑같은 논란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진태 의원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와 감사원이 한국당이 요구한 감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