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회식때면 여학생들 더듬어.. 건국대 교수 별명은 '태풍의 눈'

이형민 심우삼 기자 2018. 2. 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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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일부 교수들이 오랫동안 학생들을 상대로 학내에서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교수는 2016년 문화계 성폭력 폭로 사태 때 그간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15학번 학생들에게 수업거부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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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미대 교수들 수년째 제자 성추행" 폭로

다른 교수는 여학생 만지고 술자리에선 러브샷 강요
2016년 문제 불거졌지만 학과장 “강의 배제 어렵다”
도제식 교육 미대 특성상 학생들 문제제기 쉽지않아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일부 교수들이 오랫동안 학생들을 상대로 학내에서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투(#MeToo) 운동이 문화·예술계에 이어 대학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대의 경우 교수에게 일대일 작품심사를 받는 도제식 교육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연극계와 구조가 유사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고 제보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지영(가명·25)씨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A교수가 회식 때 꼭 양옆에 여학생들을 앉히고 은근슬쩍 어깨와 가슴, 허리를 만진다는 얘기가 과 안에 퍼져 있었다”며 “교수가 모든 테이블을 돌기 때문에 다들 그가 자기 근처로 온다 싶으면 집에 갈 준비를 했다. A교수의 별명은 ‘태풍의 눈’이었다”고 말했다.

A교수는 2016년 문화계 성추문 폭로 사태 때도 성희롱 교수로 이름이 언급됐다. 이지아(가명·25)씨도 “A교수가 술자리에서 자신과의 러브샷을 강요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전부터 과에서는 A교수와의 술자리가 생기면 피해 있으라는 얘기가 전해 내려왔다”고 했다. 그는 제자와의 일대일 작품심사 때 “너 또래 남자 만나지 말고 너를 잘 케어해줄 수 있는 50, 60대의 능력 있는 사람을 만나라. 그 사람이 너에게 더 좋은 걸 해줄 수 있을 거다”라는 말도 했다.

같은 학교 B교수도 학생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이서영(가명·22)씨는 과거 B교수와 워크숍을 갔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 음식을 사러 장을 보러 갔다가 동기들과 흩어져 단둘이 남은 상황에서 B교수는 “넌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구나. 그래도 난 너 같은 몸이 좋다”고 말했다. 당시 학생들의 몸매도 품평했다. 이씨는 “B교수가 한 학생에게 굴곡 있는 물체를 보여주며 ‘이거 네 몸매랑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B교수는 2016년 문화계 성폭력 폭로 사태 때 그간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15학번 학생들에게 수업거부를 당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과문을 쓰고 학생들과 만나는 자리도 가졌다. 이씨는 “B교수가 문제 행동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고 교육자로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 것에 대해서만 사과했다”고 말했다.

B교수가 경징계를 받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은 다시 숨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과 C교수는 당시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정교수 두 명을 강의에서 배제하면 학과운영이 힘들어진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교수를 조심하라고 얘기했던 선배들은 수업거부에 참여했던 학생들을 모아놓고 “그러면 안 된다”고 다그쳤다고 한다. 이씨는 “이미 재작년에 학교 안에서 미투 운동이 진행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학과 내의 폐쇄적 분위기 탓에 제대로 된 문제 제기는 이뤄지지 못했고 사태 해결도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해당 학과에서 최근까지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선화(가명·25)씨는 “지난해 수업 중간에 B교수가 갑자기 볼을 꼬집고 팔뚝을 손으로 주물렀다. 2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같이 있었지만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했다.

B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 성희롱 기준을 잘 몰라 문제가 될 말을 한 것은 맞다”면서도 “2016년 사태 때 깊이 반성했고 더 조심해 왔다. 이후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A교수는 “과거 학생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순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형민 심우삼 기자 gilel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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