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불공정 조사 KAIT 위탁 논란 확대

백봉삼 기자 2018. 2. 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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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협 "불공정" vs 방통위 "문제 없어"

(지디넷코리아=백봉삼 기자)인터넷기업협회가 인터넷 플랫폼 불공정행위 사례 조사를 통신단체에 위탁한 것에 대해 공정성을 문제 삼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정성에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보완책을 내놨다.

그러나 인터넷 사업자와 통신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극명히 맞서는 상황이라, 정부가 인터넷 불공정행위 사례 조사를 통신단체 쪽에 맡겼다는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인기협 “인터넷 불공정행위, KAIT가 조사 웬 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방통위가 인터넷 플랫폼 불공정행위 사례 조사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위탁한 것을 두고 “조사 과정에서 심각한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성명서를 23일 냈다.

방통위는 얼마 전 KAIT에 인터넷 플랫폼 시장 구조와 거래 현황 파악, 부당한 차별ㆍ제한 여부 등 불공정행위 사례 조사를 위탁했다.

인터넷 사업자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이동통신 이익단체인 KAIT가 인터넷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위탁 조사하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포털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부가통신 시장인 인터넷 플랫폼 시장에서 불공정 및 부당행위를 방지해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조사 대상은 포털, SNS, 앱마켓, 전자상거래 등 국내외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 업체지만, 사실상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대형 포털에 초점을 둔 조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KAIT가 내놓을 보고서가 사실상 포털 규제 정책에 기본 자료로 활용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협회 측은 "조사를 수행하는 KAIT는 정부기관도 아니며 특정사업자 중심의 협회인데 이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 산업계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선한 정책추진 의지와는 별개로 조사기관의 공정성을 충분히 담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인터넷 서비스 상의 불공정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만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면 될 것인데 산업계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거래관계 조사는 자칫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인터넷 산업계를 위축시키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 방통위 “처벌 위한 조사 아냐...KAIT 법정법인”

KAIT 주요 회원사. 통신방송사가 주요 회원사로 포진돼 있다.

이에 방통위는 같은 날 “인터넷 플랫폼시장 현황조사는 이용자와 중소 콘텐츠제공자를 보호하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목적으로 시장현황을 파악해 정책자료로 활용하는 것이지 처벌을 위한 조사가 아니라”면서 “KAIT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따라 정보통신 발전을 위해 정부 인가를 받아 설립된 법정법인으로, 업무수행에 대한 법적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KAIT는 인터넷 플랫폼 시장 현황조사를 전문 조사기관에 용역하는 사업수행 기관으로 직접 조사를 하지 않으며 방통위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며 “업무수행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반에서의 논의를 거치는 등 공정한 업무 수행 방안을 마련해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성 우려에 대한 보완책으로 “시장현황 조사와 관련해 인기협, 중소 콘텐츠제공자, 소비자단체, 연구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KAIT 조사 위탁을 철회할 계획은 없고, 협의회 운영 등을 통해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방통위의 입장이다.

■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아야”

KAIT 회장사인 SK텔레콤 인사말.

인기협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사실상 KAIT 조사 위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인터넷 플랫폼 업계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KAIT 조사 위탁이 법적으로야 문제없더라도, 인터넷 플랫폼 진영의 불공정행위 조사를 경쟁 관계인 통신사 주축의 단체가 정부 예산을 받아 조사를 맡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업계에서 공정성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87년 설립된 사단법인 KAIT의 홈페이지 설립목적 페이지에는“회원의 협력과 유대강화를 통해 방송통신의 발전 및 공공복리 증진에 기여한다”로 명시돼 있다. 회장사는 SK텔레콤이 맡고 있으며,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주요 회원사로 포진돼 있다. 주요 구성원들을 보면 KAIT는 국내 통신방송사들의 이익단체다.

이번 논란에 대해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KAIT의 설립 배경이나 조직 구성 등을 봤을 때 통신사와 관련한 조직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조직에서 인터넷 관련 조사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주축인 KAIT에 조사를 위탁했다는 것 자체부터 공정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KAIT 조사 위탁에 대한 의도를 의심한 뒤 “기간통신사업자 위주로 진행하던 공정 이슈 조사를 부가통신사업자로 확대했을 때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라고 역설했다.

위탁 기관 선정 시 인터넷 업계와 통신 업계의 불편한 관계를 감안해 정부가 신중했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방통위는 “문제가 있을 거라 전혀 생각 안 했다”며 “KAIT는 전문성 있는 기관이고, 다른 기관과 달리 법정 기관이라 공정성 등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백봉삼 기자(paikshow@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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