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율리아 레즈네바, 봄을 부르는 노래

이재훈 2018. 2. 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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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10여 일 남았건만, 지난 22일 밤 롯데콘서트홀은 백화제방(百花齊放)이었다.

이날 서울시향과 협연으로 첫 내한공연한 러시아 태생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29)는 봄의 활력과 생동을 닮은 목소리로 동면하던 객석을 깨웠다.

특히 수상음악 10악장에서 굿윈과 서울시향 단원들이 함께 발을 구르는 순간 봄의 발자국 소리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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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10여 일 남았건만, 지난 22일 밤 롯데콘서트홀은 백화제방(百花齊放)이었다.

【서울=뉴시스】 율리아 레즈네바, 러시아 태생 소프라노. 2018.02.23. (사진 = 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이날 서울시향과 협연으로 첫 내한공연한 러시아 태생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29)는 봄의 활력과 생동을 닮은 목소리로 동면하던 객석을 깨웠다.

봄의 생기로움을 닮은 바로크 음악을 전달하는 '봄날의 전령'이었다. 세계 성악계에서 신성으로 떠오른 그녀답게 탁월한 기량을 뽐냈다.

전체적으로 청명하고 아늑한 소리를 지녔는데 곡마다 팔색조로 변하는 유연함이 일품이었다. 뚝심을 보여준 두터운 음부터 화려한 기교와 장식이 필요한 콜로라투라를 손쉽게 오갔다. 모든 가능성이 똬리를 튼 봄날의 희망이 그녀의 목소리에 옹골차게 들어섰다.

헨델 오페라 '알렉산드로' 중 '사랑스런 고독이여'와 아리아 '대기여, 샘물이여'에서는 봄날의 파편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또 다른 아리아 '영혼에 빛나는'의 기교는 휘황찬란했다.

만만치 않은 기교가 이어지는 비발디 오페라 '그리젤다' 중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에서는 청명한 하늘에서 공중 묘기를 부리는 전투기 같은 폭발력을 보여줬다. 동시에 얼어붙은 대지가 '쩡'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모차르트의 희극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 중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콘서트 아리아 '어찌 그대를 잊으리'는 정갈하게 모든 음을 품었다.

레즈네바는 앙코르로 총 3곡을 들려줬다. 피아니스트 미하일 안토넨코와 함께 니콜라 포르포라의 '할레루야',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는 본 공연 못잖았다.

정점은 헨델의 '시간과 진리'의 승리 중 '울게하소서'였다. 레즈네바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이 명곡에 숨어 있던 새로운 정령을 깨우며,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레즈네바는 무대 매너도 일품이었다. 폭발적인 반응과 박수를 쏟아내는 객석을 향해 내내 웃는 얼굴로 활기차게 손을 흔들었다.

영국 지휘자 폴 굿윈(62)이 지휘봉을 든 이날 공연 2부 프로그램은 평소 국내에서 듣기 힘든 헨리 퍼셀의 '아더 왕 모음곡' 중 일부 악장과 텔레만의 '수상음악'이었다.

【서울=뉴시스】 서울시향 & 폴 굿윈. 2018.02.23. (사진 = 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굿윈과 서울시향은 조각내버렸다. 아더 왕 모음곡은 깔끔하게 해석됐으며, 수상음악은 위트가 넘쳤다. 특히 수상음악 10악장에서 굿윈과 서울시향 단원들이 함께 발을 구르는 순간 봄의 발자국 소리가 찾아왔다.

같은 악장을 앙코르로 들려줬는데 굿윈은 청중도 함께 발을 구르도록 유도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2000석이 쿵쾅 거릴 때 봄 기운이 더욱 움 텄다.

이날 공연은 바로크 음악과 초기 고전 레퍼토리가 결코 먼 음악이 아니라는 사실을 항변했다. 일반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스펙트럼에 포함됐다는 것을 일깨웠다.

전문 고(古)음악 단체의 연주력과 세밀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서울시향은 이날 호연했다. 특히 2부에서 부분을 촘촘히 채우는 꼼꼼함이 인상적이었다.

상업성만을 따지는 오케스트라가 아니기에 마련할 수 있는 무대였다.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프로그램인 '아르스 노바' 등을 꾸준히 지원해야 하는 이유도 다시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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