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실사기간에 한정해 대출연장..불씨 여전히 남아

이승훈,이승윤 2018. 2. 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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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만 남긴 한국GM 이사회
4월초 대출금 1조 만기도래, 연장 불확실 또다른 뇌관
산은, 대출이자 인하요구에 GM은 받아들이지 않아

◆ 한국GM 이사회 ◆

23일 한국GM 이사회에서 GM은 이달 말 만기 도래하는 7220억원의 대출금을 실사가 끝날 때까지 회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한국GM 군산공장 모습. [이승환 기자]
'휴전은 됐지만 언제 다시 도발할지 모른다.'

23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열린 한국GM 이사회에 대한 평가다. 결과만 놓고 보면 GM 측이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아무런 결론 없이 잠재적인 위험만 더 크게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두 건의 안건이 올라왔지만 결론이 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두 건 모두 GM 측에서 현황을 설명하는 선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첫 번째 안건인 한국GM이 GM 본사로부터 빌린 차입금 만기 연장의 경우 GM 측이 실사 기간 동안에는 돈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설명을 하는 것으로 끝났다. GM 본사는 5년 전 한국GM에 7220억원의 원화차입금을 연 5.3%의 이자율로 빌려줬다. 이 차입금에 대한 만기는 지난해 말이었지만 그동안 두 차례의 이사회를 통해 만기를 2월 말로 연기했다. GM이 그동안 보여준 행보로 볼 때 이번에도 해당 차입금에 대해 한 달 정도 만기를 연장시키는 안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GM은 정부 측이 제시한 한국GM 정상화를 위한 3대 원칙에 합의했기 때문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차입금 회수를 유보하겠다고 이사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차입금 만기를 공식적으로 연기한 것이 아니라 실사 기간 중에는 이를 회수하지 않겠다며 애매한 여지를 남긴 것이다. GM 측이 실사 기간을 언제부터 언제까지로 볼 것인지, 실사 기간 직후에 바로 차입금을 회수하는 것인지, 실사 기간 이후에도 다시 재연장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설명을 아꼈다. 특히 KDB산업은행 측 사외이사들이 만기 연장 시기를 못 박아야 한다는 요구에는 아예 입을 닫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기 연장은 나중에 분란만 더 키울 수 있다"며 "4월 초에도 1조원 가까운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불확실성만 더 높아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안건인 임시주주총회 개최에 대해서도 GM 측은 개최하지 않기로 하고 안건 자체를 이사회 결의에 상정시키지 않았다. 당초에 GM은 임시주총을 통해 한국GM 공장을 GM 본사 차입금의 담보로 설정하기 위한 특별안건을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정부와의 3대 원칙 합의 이후 불필요한 논란을 낳지 않기 위해 포기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GM 측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보이는 분위기다. 실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의사결정을 보류하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만큼의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는 확인이 안 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요청하며 GM 본사 차입금을 출자전환하겠다고 밝혀온 GM이 거꾸로 차입금 상환을 실행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 된다"고 말했다. 협상을 원한다면 만기 연장이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수순이라는 얘기다. 산은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GM 본사 차입금은 2017년 말 3조2000억원에서 2월 기준 2조900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1월 말 4000억원 상당의 채권을 상환해 갔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의 결정이 GM이 정말 한국GM을 살리고자 하는지 진정성을 살펴보기 위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해 왔다. 한국GM의 차입금은 GM 본사에서 빌려온 것이 전부다. 일반은행에서 빌려온 대출이 하나도 없어 채권단이라고 할 만한 조직도 없다. 채권자인 GM 본사와 채무자인 한국GM 양자 간 관계만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 측은 지난해부터 GM 본사 차입금 금리 인하 조치도 요구하고 있다. GM 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채권의 이자율은 4.8~5.3%에 달해 국회에서 고금리 대출이라는 질타를 받아왔다. 한국GM이 자본잠식 상황이고 산업은행을 포함한 국내 금융기관이 대출을 꺼렸다고 하지만 그에 반해서도 지나치게 높은 금리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GM 본사가 지급보증 등을 서는 방식이 되면 이보다는 훨씬 낮은 금리로 한국GM에 대한 대출이 가능해진다"며 "GM 본사가 이를 모를 리는 없으니 결과적으로 돈놀이를 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GM 측에 '회사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3조원대 차입금에 대해서도 '전액 출자전환' '일부 출자전환, 일부 만기연장(금리 인하)' 등 채권자인 GM의 고통 분담 수준을 어느 정도로 가져갈지에 대해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산업은행 노조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15년간 보여온 GM의 행태로는 산은에 단돈 1원의 지원도 기대해선 안 될 것"이라며 "정부는 국책은행의 지원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GM 본사에 실효성 있는 고용안정 및 장기 사업계획을 우선 확약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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