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박병국..구글에 필적할 삼성전자 이사진

이재철 2018. 2. 23. 16: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3일 이사회..신임 사외이사 3명 추천
"단순히 인적 다양성이 높아진 차원이 아니다. 감사와 인사 추천 등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이 대폭 강화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23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벤처경영자 출신인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등 외국인과 여성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과거 이건희 회장도 외국인, 여성 등을 사외이사로 기용한 바 있지만 이번 이사회 결정은 그 폭과 전문성 등에서 차원을 달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임 사외이사 안건이 다음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되면 이사회 산하 각종 소위원회에서 사외이사들의 참여 폭을 확대해 권한과 책임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래전략실을 정점으로 이뤄지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해체되면서 이사회를 중심으로 중요한 경영 판단부터 지배구조 선진화, 주주 소통 강화, 사회공헌활동 등 삼성전자의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들이 이사회 중심으로 검토·확정된다는 의미다.

이날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새롭게 추천된 사외이사는 모두 3명이다. 다음달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는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 후임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신화'를 이룬 김종훈 회장과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박병국 서울대 교수가 추천됐다. 이는 사외이사가 기존 5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인적 구성 면에서 파격에 가까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사외이사의 인적 구성을 보면 경영자 출신은 단 한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4명은 학계와 공무원 출신으로 선임됐다.

다음달 주총 의결로 김종훈 회장 등 3명의 선임이 확정되면 삼성전자 사외이사는 전문경영인 및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가 3명으로 늘어난다. 삼성 관계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각종 사업영역에서 (사외이사들의) 감독·검토 기능이 크게 강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 내부에서는 김종훈 회장이 새롭게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 대한 관심이 크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인물로, 박근혜정부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지명된 바 있다. 1992년 통신장비업체 유리시스템을 창업해 글로벌 통신기업인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에 1조1000억원에 매각하는 등 벤처 성공 신화를 쏘아올렸다. 한때 삼성전자가 김종훈 회장에 대해 사내 최고기술책임자(CTO) 초빙을 검토했을 만큼 IT 분야에 탁월한 혜안을 가졌다는 평가다.

박병국 교수 역시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한국전자공학회장 등을 지낸 국내 반도체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글로벌 초격차 전략 유지에 전문적 조언이 가능한 인물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박 교수는 뇌 작동 원리를 표방한 뉴로모픽(Neuromorphic) 칩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유망 기술 분야에 정통해 삼성전자 사외이사의 새 역할과 검토 기능에 중심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이사회는 구글 애플 등에 필적할 전문가그룹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사외이사는 6명으로 앨런 멀럴리 전 포드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 사정에 밝은 경영인 출신이나 재무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애플 역시 보잉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제임스 벨 등 경영자 출신 사외이사 6명이 포진해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 'CES 2018'에 사외이사를 초청한 바 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사외이사 5명 전원을 초청해 글로벌 혁신 전쟁의 현장을 소개하며 사외이사들의 관심과 전문성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이재용 부회장이 추진하는 '뉴 삼성'의 한 축인 이사회 중심 경영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외이사의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내부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 사정에 밝은 재계 인사는 "ICT에 정통한 전문경영인과 학자 출신이 새롭게 추천되면서 향후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각종 소위가 새롭게 짜일 수 있다"며 "향후 사외이사 추천 방식도 6명의 사외이사에게 전적으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에는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등 총 6개의 소위원회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운영 중인 소위는 거버넌스위원회 단 한 곳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서 새로 임명된 3명의 대표이사(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장)가 등기 이사로 내정됐다. 지난해 말 최고재무책임자(CFO)직에서 물러난 이상훈 사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이사회 참석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부회장은 불참했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