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야생마' 프르제발스키말..가축의 후손이었다

2018. 2. 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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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가장 중요한 가축의 하나이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가축이 되었는지 불확실해 논란이 계속된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23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프르제발스키말은 마지막 남은 야생마가 아니라 보타이인이 처음 가축화한 말의 후손이며, 현대의 가축 말은 보타이말의 후손이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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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첫 가축화 보타이말 유골 유전체 분석 결과
마지막 몽골 야생말 집단은 보타이말의 후손
"지구에 진정한 야생마는 멸종했다는 얘기"

[한겨레]

지구에 1500마리만 남은 마지막 야생말인 몽골 초원의 프르제발스키말. 이번 연구가 맞다면 지구에는 가축말만 있고 야생종인 말은 멸종한 셈이 된다. 리 보이드 제공

말은 가장 중요한 가축의 하나이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가축이 되었는지 불확실해 논란이 계속된다. 분명한 건 중앙아시아의 대초원 지역에서 가축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1990년대초 카자흐스탄 북부에서 말을 집단으로 기르던 유적이 잇따라 발굴되면서 가축화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곳의 보타이인이 5500년 전 말고기를 주식으로 하고 말젖과 가죽을 이용했으며 일을 하거나 이동할 때 말을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유적이 발굴됐다. 보타이 유적지에서 발굴된 뼈의 95%는 말의 것이었는데, 기르지 않고 이 많은 말을 조달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보타이 말 유적지. 보타이인은 농사를 짓지 않고 말을 주식으로 삼았다. 발굴된 뼈의 95%는 말이다. 사냥이 아니라 대량으로 길렀음을 가리킨다. 앨런 오트람, 영국 엑시터대 제공

보타이말 유적지 발굴 이후 말 가축화는 대개 이렇게 설명한다. 보타이에서 가축화한 말이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나갔고, 스페인이 아메리카에 말을 퍼뜨린다. 모든 가축 말의 조상인 야생말의 후손이 몽골에 소수가 살아남은 프르제발스키말이다. 이 말은 지구에 남은 유일한 야생마로서 북아메리카의 무스탕처럼 가축화한 말의 일부가 탈출해 야생화한 말과는 다르다.

이 모든 가설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연구결과가 국제 연구진에 의해 나왔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23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프르제발스키말은 마지막 남은 야생마가 아니라 보타이인이 처음 가축화한 말의 후손이며, 현대의 가축 말은 보타이말의 후손이 아니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보타이 유적지에서 발굴한 말 20마리의 유골과 다른 고대 말 22마리의 유전체(게놈)를 현대 말 28마리의 게놈과 비교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보타이말의 특징인 흰 바탕에 얼룩무늬가 있는 말. 프르제발스키말은 보타이말의 이런 형질이 자연선택 결과 사라진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얼룩무늬 형질을 낳는 유전자는 야맹증과 관련이 있다. 루도비치 올란도 제공

연구자의 하나인 샌드라 올센 미국 캔자스대 자연사박물관 학예사는 “깜짝 놀랄 결과가 나왔다”며 “디엔에이 분석 결과 보타이말이 현대의 가축화한 말을 낳지 않았고, 오히려 프르제발스키말의 조상임이 드러났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연구결과가 맞는다면, 이제 지구에는 진정한 야생말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셈이 된다. 올센은 “그것이 이 연구의 슬픈 부분”이라며 “많은 말 생물학자들이 프르제발스키말을 연구해 왔는데, 이 결과는 그들에게 큰 충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프르제발스키말은 야생말의 유일한 후손으로 멸종위기에서 복원한 성공사례로 꼽히는 종이다. 중앙아시아에 분포하던 이 말은 1969년 야생에서 멸종한 것으로 선포됐다. 그러나 런던동물원과 몽골 과학자들이 1900년께부터 동물원에서 기르던 15마리를 증식해 1992년 마침내 몽골 초원에 복원을 시작했다. 이 말은 현재 2000마리로 불어났지만 여전히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이 말이 야생말이 아니라 보타이인이 기르다 탈출해 야생화한 것이라면, 말이라는 생물종이 아예 멸종한 셈이다.

올센은 “프르제발스키말은 오늘날의 무스탕처럼 반야생 상태로 살았고 아직도 그런 야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며 “이것이 생물학자들이 이 말을 진정한 야생말로 보았던 한 이유”라고 말했다. 프르제발스키말은 얼룩말처럼 곧추선 갈기를 지녔으며, 몸 빛깔은 프랑스와 스페인 동굴벽화에 그려진 야생마처럼 회갈색이다.

몽골의 프르제발스키말 무리. 자연 상태에서 멸종한 뒤 동물원에 남아있던 10여 마리를 증식시켜 복원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앨런 오트람, 영국 엑시터대 제공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4000년 전부터 모든 가축 말에는 보타이말 계열 조상과 유전적으로 2.7% 이하의 관련성만을 보인다”며 “이것은 현대의 말 가축화와 함께 말의 개체수가 급팽창한 데는 대규모 유전체 교체가 있었음을 가리킨다”라고 밝혔다. 청동기 초 인구의 대규모 증가와 새로운 말의 가축화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말의 계통도. 보타이말(초록색)과 프르제발스키말(진한 초록색)은 같은 계열이고 현대의 말(갈색)과는 계열이 다르다. 샤를린 고니츠 외(2018) ‘사이언스’ 제공

그러나 이번 연구로 현대 말의 조상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연구자들은 현대 말이 가축화한 기원지를 러시아 남부 아나톨리아, 중앙아시아 등에 멸종을 피한 야생말의 조상이 살았을 것으로 보고 탐색을 하고 있다고 연구에 참여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가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 Gaunitz et al., 2018. Ancient genomes revisit the ancestry of domestic and Przewalski’s horses. Science. DOI: 10.1126/science.aao329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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