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인터넷 플랫폼 조사' 잡음..2가지 논란

김현아 2018. 2. 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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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현황 조사는 필요..조사의 필요성은 인정
KAIT가 조사기관 된 건 문제.."방통위 자문반 꾸릴 것"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해소와 인터넷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 첫 회의에 참석한 날, 국내 최대의 인터넷 기업들의 모임인 (사)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방통위의 행정행위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문을 냈다.

방통위가 올해 예산으로 ‘인터넷 플랫폼 시장 현황조사’를 시작하면서, 조사 기관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로 한 게 공정성을 의심할만 하다고 밝힌것이다. 뿐만 아니라, 협회는 ‘인터넷 서비스의 불공정 사건들이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는 아니다’라며 방통위의 조사는 네거티브 규제를 외친 정부 기조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정부가 인터넷 현황을 조사하는 게 문제인가 ▲해당 조사를 KAIT에 위탁한 게 문제인가 라는 2가지 논란을 일으키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합의해야 할 인터넷 규제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현황 조사는 필요…조사의 필요성은 인정

(사)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3일 입장문에서 방통위가 포털, 검색, SNS, 앱마켓, 전자상거래, 결제 등을 이용해 거래하는 광고주, 콘텐츠 공급자 및 개발자 등에 대해 시장구조와 매출액, 거래현황, 수수료, 광고비, 수익배분 기준 및 부당한 차별여부 등을 조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통신이나 방송 분야와 달리 불공정 사건들이 현재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하지않은데, 업계 전반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4차산업혁명의 규제 완화 추세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협회의 주장은 다소 무리하다고 평가된다. 지난해 5월 부동산 앱 직방은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사 서비스의 디자인이나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주장한 바 있고, 네이버도 다른 사건에서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받아들여 올해 2월 ‘스마트스토어’ 등 자사 쇼핑몰의 결제 버튼에서 ‘N페이(N Pay) 구매’ 표기를 ‘N 구매하기’로 바꿨기 때문이다.

즉, 인기협이 주장하는 것처럼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인터넷 기업들의 사업 영역에 대한 불공정 논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인터넷 기업들은 현행 법상 신고 의무만 있는 부가통신 사업자라서 정부로부터 허가나 승인을 받는 방송·통신 사업자처럼 규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지만 정부의 시장 현황 조사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하는 것은 ‘인터넷 플랫폼 시장 현황 조사’라서 법적인 근거를 갖는 실태조사나 사실조사가 아니다”라면서 “일단 현황을 파악하고 규제의 필요성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본 뒤 필요하다면 법을 만들어야 규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KAIT가 조사기관이 된 건 문제…방통위 “자문반 꾸릴 것”

하지만, 갈수록 인터넷 플랫폼의 시장 장악력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정부 예산으로 현황 조사를 하면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위탁을 준 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인터넷의 강자인 네이버나 카카오의 불공정 근거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회원사로서 힘을 발휘하는 KAIT에게 맡긴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회원사로 있는 (사)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특정사업자 중심의 산업계 협회인데 이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 산업계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선한 정책추진 의지와는 별개로 조사기관의 공정성을 충분히 담보한다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인기협의 회장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고, KAIT 협회장은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다.

방통위 관계자는 “KAIT는 다른 협회와 달리 법정기구로 각종 통계조사를 위탁받아 하고 있다”며 “일반 현황 조사일 뿐이어서 논란이 될 이유는 없지만 보다 좋은 결과 도출을 위해 중립적인 학자나 인기협이 참여하는 자문반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오해를 없애려면 통신사 주도 협회인 KAIT가 아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맡기는 게 나았다”며 “선한 의도가 있더라도 피규제자의 신뢰성을 얻으려면 방통위가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포털들과 SK텔레콤, KT 등 국내 통신사들은 AI 스피커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등 최근 사업분야가 겹치고 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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