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의 장고(長考)..왜 부산시장 출마 못하나?

박기범 기자 2018. 2. 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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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원직 사퇴 후폭풍 심각..이해관계 복잡하게 얽혀
최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인생" 깊은 고민 드러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피곤한듯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18.2.22/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박기범 기자 =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장고(長考)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부산시장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출마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 놓지 못한 채 여전히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김 장관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장관의 부산시장 출마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인생"이라며 애매한 답변을 내놓으며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3선 국회의원이다. 서울 광진갑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지난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보수정당 초선 국회의원이면서도 국가보안법 개정을 주장하고,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풍(整風)운동을 벌이는 등 폭넓은 행보를 보였다.

2003년에는 한나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 창당 마중물 역할을 한 ‘독수리 5형제’ 중 한 명으로 활동했고,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같은 지역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김 장관은 재선 이후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2전3기 끝에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대선 이후에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김 장관은 지난 청문회 당시부터 부산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을 정도로 부산시장 주요 후보로 꼽힌다. 전통적 보수텃밭 부산에서 중도·보수로 외연확장이 가능하고,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사가 진행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현역인 서병수 부산시장을 앞서는 결과가 나와 경쟁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역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오거돈 해양수산부 전 장관이 김 장관이 출마할 경우 ‘불출마하겠다’고 밝혀 김 장관이 출마할 경우 당내 선거구도는 김 장관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높은 경쟁력, 우호적 당내 구도에도 김 장관은 부산시장 출마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 장관의 고민 배경에는 우선 ‘해양수산부 장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부산출신 문재인 대통령과 이번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인 김 장관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한진해운 사태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조선·해운산업을 살리고, 북항재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김 장관이 큰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였다.

만약 김 장관이 장관직을 1년도 채우지 않은 채 부산시장에 출마한다면 본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또한 후임 해수부 장관이 타 지역 출신 인사로 임명될 경우 김 장관에게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 후임 장관 청문회가 열릴 경우 김 장관의 짧은 임기와 재임 당시 행적 등이 도마에 올라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 장관은 민주당 출신으로 부산진구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만약 부산시장에 출마한다면 당선 1년 반 만에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실제 김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진구 국회의원은 민주당으로서는 30년 만에 처음 선출된 것"이라며 "1년 반 정도 하고 그만둬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에 따르면 현재 지역구민들의 부산시장 출마에 대한 기대감과 지역구를 떠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세 번째는 국회의 사정이다. 현재 민주당(121석)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116석)과의 의석 수는 불과 5석이다. 원내1당을 사수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김 장관의 출마가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에서의 정당 기호는 후보자 등록 마감 시점인 5월25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다수 의석 등을 살펴서 정해진다. 이 시점은 국회의장 등 하반기 원구성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오는 5월말까지 의석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큰 과제다.

민주당에서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지방선거 출마로 인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한국당에서 막판 범야권 의원들과의 협상 등으로 의석수를 확보하게 되면 원내1당이 바뀔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탈환이 꼭 필요한 지역의 유력한 후보가 현역 의원일 경우에 한해 출마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임기의 4분의3 이상을 마치지 않은 선출직이 출마하면 10% 감점을 주겠다고도 했다.

원외 인사인 오거돈 전 장관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이어가고 있어 김 장관이 무리해서 출마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 장관의 출마에는 복잡한 요인이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산발전 및 지방선거 승리라는 목표뿐만 아니라, 출마 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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