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역시 '흡연천국 일본'..구멍숭숭 간접흡연대책에도 앓는 소리

서승욱 2018. 2. 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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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최소 5년 늦은 대책안 확정
자민당 반대로 기존 안보다 훨씬 후퇴
100㎡이하 식당은 흡연 인정하는데도
식당 주인들은 "차별 안돼" 하소연

세계보건기구(WTO)가 내놓는 국가별 간접흡연 대책 순위에서 일본은 매년 최저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다.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 본 관광객들은 모두 경험했겠지만,이 곳 마저도 말로만 ‘흡연-금연’구분이 있을 뿐 사실상 누구나 자유롭게 담배를 필 수 있다.

이런 '흡연 천국' 일본의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22일 1년이 넘는 논란 끝에 ‘간접흡연대책 강화 방안’을 겨우 내놓았다.

도쿄 신바시 거리에 설치된 흡연구역의 모습[도쿄총국 촬영]
식당내 금연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면적이 100㎡이하로 개인이나 자본금 5000만엔(약 5억원)이하의 중소기업이 경영하는 기존 음식점’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흡연을 인정하는 내용이다.

100㎡이상의 업소나 새로 여는 업소의 경우 업자가 별도의 흡연전용실을 만들어야 흡연이 가능하다. 가열식 담배는 일반 담배와 달리 ‘가열식 전용 흡연실'을 만들면 식사를 하면서도 피울 수 있다.

악질적인 법 위반의 경우 시설관리업자에겐 최대 50만엔(500만원)을,흡연자에겐 30만엔(300만원)을 물린다.

관련 법안이 3월초 각의(우리의 국무회의에 해당)와 이후 국회를 통과하면 2020년 4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일본 오사카 거리.[중앙포토]
사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담배 없는 올림픽’을 목표로 시작된 지난 1년 여 간의 논의는 ‘갈등과 후퇴’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3월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30㎡이하의 소규모 주점’을 빼고는 원칙적으로 모두 금연을 실시하는 방안을 공표했다. 지난해 통상국회(정기국회)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자민당의 반대에 부딪혀 정부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도 못했다.

이후 지난해 8월 개각에서 후생노동상이 바뀌었고, 그 이후엔 자민당이 주도하는 분위기로 논의가 진행됐다.

한때 자민당은 예외가 허용되는 식당의 면적을 ‘150㎡이하’로까지 확대하려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결국 이번에 ‘100㎡이하’로 조정한 것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기존 음식점의 55%가 예외를 인정받게 됐다. 그래서 의료계를 중심으로는 “완전히 후퇴했다.예외가 절반을 넘다니 ‘원칙적 금연’이 아니라 오히려 ‘원칙적 흡연’이 돼버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기존 식당들만 예외의 대상이고, 보통 음식점은 5년 새 30% 정도가 새로 바뀌기 때문에 흡연 가능 식당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후퇴가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고 한다.

한 술 더 떠 예외를 인정받지 못한 대형 음식점들에선 “업소의 면적에 따라 차별하는 건 불평등하다”,“흡연이 가능한 식당으로 손님들이 다 빠져나갈 것”,“차라리 예외 없이 모든 식당을 금연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3년 면적 150㎡ 이상에 이어 2014년 면적 100㎡ 이상 음식점에서 금연을 실시했다. 이어 2015년 1월부터는 면적에 상관없이 모든 음식점에서 흡연을 금지 중이다.

2020년 시행이라면 한국보다 최소 5년 이상 늦은 간접흡연 대책이지만 ‘흡연 천국’일본에선 앓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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