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서라곤 50년전 낡은사진 딱 한장이산가족 찾아준 어느 '경찰의 집념'

2018. 2. 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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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때 헤어진 친부모를 찾아달라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5개월 추적 끝에 가족 상봉을 이뤄냈다.

경찰의 도움으로 50년 동안 전국방방곡곡을 헤맸던 어머니와, 자신을 버린 줄 알고 부모를 원망했던 아들을 만나게 해준 건 50년 전 흐릿한 사진 한 장이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22일 오후 어머니 한기숙(77) 씨와 장기실종아동이었던 아들 최원섭(54) 씨의 가족상봉 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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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때 헤어진 친부모를 찾아달라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5개월 추적 끝에 가족 상봉을 이뤄냈다. 경찰의 도움으로 50년 동안 전국방방곡곡을 헤맸던 어머니와, 자신을 버린 줄 알고 부모를 원망했던 아들을 만나게 해준 건 50년 전 흐릿한 사진 한 장이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22일 오후 어머니 한기숙(77) 씨와 장기실종아동이었던 아들 최원섭(54) 씨의 가족상봉 행사를 진행했다. 50년 만의 상봉이었다.

최 씨의 실종은 시작부터 의문 투성이었다. 지난 1969년 9월, 당시 네 살이었던 최 씨는 명절선물을 사주겠다는 이웃집 스무 살 하숙생 박순희 씨의 손을 잡고 서울 남대문시장을 갔다. 평소 어머니 한 씨와도 친분이 있었기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 씨를 데리고 떠났던 박 씨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유괴 사건에서 흔히 있는 몸값 요구, 연락도 한통 없었다. 유괴의 이유도 알지 못한 채 50년이 흘렀다.

실종 당시 사라진 최 씨를 찾는 내용의 전단지. [제공=한기숙 씨]

어머니 한 씨는 애타는 마음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들을 찾아다녔다. 50년 동안 TV 등에 수차례 출연하며 아들을 찾았지만,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여든을 넘긴 아버지는 아들을 찾지 못하고 치매까지 걸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도 박 씨의 유괴로 판단하고 수사에 나섰지만, 최 씨를 찾지는 못했고 최 씨는 결국 장기실종아동으로 분류됐다. 사건 해결의 시작은 뜻밖에도 사라졌던 최 씨가 자신의 뿌리를 찾겠다며 경찰서를 찾으며 시작됐다. 최 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경찰서를 찾은 최 씨는 “잃어버린 친부모를 찾고 싶다”며 자신의 DNA를 등록하고 부모를 찾아달라고 신고했다.

박 씨에 의해 유괴됐던 최 씨는 다른 가정에 강제로 입양돼 입양 부모를 친부모로 알고 살았었다. 열살 무렵에서야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안 최 씨는 “친부모가 나를 버렸다”고 오해한 채 부모를 원망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실종 당시 서울 동작구 흑석동 일대 고아원 등 보육시설을 탐문했지만, 50년 전 자료 속에서 최 씨의 단서를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 사건 해결의 길이 벽에 가로막히자, 경찰의 집념이 빛을 발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홍애영 경사는 1000건에 달하는 장기미제 실종아동 사건을 ‘실종아동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통해 일일이 대조해 검색했다. 5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한 홍 경사는 최 씨의 가족을 꼭 찾아주겠다는 마음으로 실종 당시 상황과 유사한 사건들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신고 5개월 만에 첫 단서가 나왔다. 한 장기미제 실종아동의 사진이었다. 50년 전 사진 속 아이의 귀가 유독 큰 게 최 씨의 귀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실종 당시 상황도 최 씨의 설명과 비슷했다. 사진 속 유독 큰 귀로 최 씨임을 확신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어머니 한 씨와 DNA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두 사람이 친자일 확률은 99.9999%로 나타났다.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결국 두 모자는 50년 만에 극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50년 전 사진 속 유독 큰 귀를 수사관의 눈썰미로 찾아내 최 씨를 찾아낼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50년간 헤어져 있던 가족을 찾게 된 가장 큰 동력은 포기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해주신 당사자들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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